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衆賓皆曰:
중빈개왈
“洛陽桂蟾月河北狄驚鴻, 擅名久矣果然絶艶.
낙양계섬월하북적경홍 천명구의과연절염
모든 손님들이 한가지로 말하기를,
“낙양 땅의 계섬월桂蟾月과 하북 땅의 적경홍狄驚鴻이
명예를 드날린 지가 오래되었는데 과연 절세의 미인이로다.
非楊相國風流 何能致此也?”
비양상국풍류 하능치차야
양상국楊相國의 풍류風流가 아니라면
어찌 여기에 오게 할 수 있으리오?”
丞相命兩妓各奏其藝,
승상명양기각주기예
승상이 두 기생에게 그 가진 재주들을 펼치도록 명하자,
鴻月一時齊起曳珠履,
홍월일시제기예주리
경홍과 섬월이 동시에 함께 일어나 구슬 신을 끌고
登瓊筵拂藕腸之輕衫,
등경연불우장지경삼
잔치 무대에 올라 연꽃 무늬가 아로새겨진 가벼운 적삼을 떨치고
飄石榴之彩袖, 對舞霓裳羽衣之曲,
표석류지채수 대무예상우의지곡
석류石榴가 아름답게 새겨진 소매를 휘날리며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落花飛絮撩亂於春風, 雲影雪色明滅於錦帳,
낙화비서료란어춘풍 운영설색명멸어금장
떨어진 꽃과 나부끼는 가지가 봄바람에 요란스레 떠다니며
구름 그림자와 눈빛이 비단휘장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니,
漢宮飛燕再生於都尉宮中, 金谷綠珠却立於魏公堂上.
한궁비연재생어도위궁중 금곡록주각립어위공당상
한궁漢宮의 비연飛燕[한나라 성제의 첩으로 가무를 잘했음.]이
다시 도위궁중都尉宮中에 나타나고,
금곡金谷의 녹주綠珠[진나라 석숭石崇의 애첩으로 피리를 잘 불었음.]가
다시 위공魏公의 당상에 선 것과 같았다.
柳夫人兩公主, 以錦繡縑帛賞賜兩人.
류부인량공주 이금수겸백상사량인
유부인과 두 공주는 온갖 비단을 상으로 두 사람에게 주었다.
秦淑人與蟾月舊相識也, 話舊論情一喜一悲,
진숙인여섬월구상식야 화구론정일희일비
진숙인과 섬월은 옛적에 서로 안면이 있는지라,
옛일을 얘기하며 서로 쌓였던 회포를 풀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였는데,
鄭夫人手把一箱別勸桂娘, 以酬薦進之恩,
정부인수파일상별권계낭 이수천진지은
정부인은 손으로 잔 하나를 잡아 따로 계낭桂娘에게 권함으로써
천거하여 준 은혜에 보답하였다.
柳夫人謂丞相曰:
류부인위승상왈
그러자 유부인이 승상에게 이르기를,
“汝輩進謝於蟾月,而忘我從妹乎?
여배진사어섬월 이망아종매호
“너희들이 섬월에게는 나아가 사례하면서,
내 종매從妹는 잊었느뇨?
不可謂不背本者也.”
불가위불배본자야
근본을 저버린 것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도다.”
丞相曰: “少子今日之樂皆鍊師之德也,
승상왈 소자금일지락개련사지덕야
승상이 아뢰기를,
“소자의 오늘 즐거움은 모두 연사鍊師의 덕이옵고,
况母親旣入京師, 雖微下敎固欲奉請矣.”
황모친기입경사 수미하교고욕봉청의
하물며 모친께서 이미 사울에 들어와 계신즉,
비록 하교가 없으시더라도 진실로 받들어 청하고자 하였나이다.”
卽送人於紫淸觀, 諸女冠云:
즉송인어자청관 제녀관운
곧 사람을 자청관紫淸觀으로 보내니,
여관女冠들이 말하기를,
“杜鍊師入蜀三年尙未歸矣.”
두련사입촉삼년상미귀의
“두련사께서는 촉蜀 땅으로 가신지 삼년이나 되었는데
아직 돌아오시지 않았소이다.”
柳夫人甚恨焉.
류부인심한언
유부인이 매우 섭섭해 하였다.
鴻月入楊府之後, 丞相侍人日益多矣, 各定其居處.
홍월입양부지후 승상시인일익다의 각정기거처
적경홍과 계섬월이 양승상의 부중府中에 들어온 후
승상을 모시는 사람들이 날로 더욱 많아졌고
그 거처가 각각 정하여 졌다.
正堂曰慶福堂大夫人居之,
정당왈경복당대부인거지
정당正堂은 경복당慶福堂이라 부르는데 대부인이 살고,
慶福之前曰燕喜堂, 左夫人英陽公主處之,
경복지전왈연희당 좌부인영양공주처지
경복당 앞 건물은 연희당燕喜堂이라 부르는데
좌부인 영양공주가 살며,
慶福之西曰鳳簫宮, 右夫人蘭陽公主處之,
경복지서왈봉소궁 우부인란양공주처지
경복당 서쪽 건물은 봉소궁鳳簫宮이라 부르는데
우부인 난양공주가 살며,
燕喜之前凝香閣淸和樓, 丞相處之時時設宴於此,
연희지전응향각청화루 승상처지시시설연어차
연희당 앞에 있는 응향각凝香閣과 청화루淸和樓는
승상이 거처하며 때때로 이곳에서 잔치를 베풀고,
其前太史堂禮賢堂, 丞相接賓客聽公事之處也.
기전태사당례현당 승상접빈객청공사지처야
그 앞의 태사당太史堂과 예현당禮賢堂은
승상이 손님을 접대하며 공사公事를 살피는 곳이었다.
鳳簫宮以南尋興院, 卽淑人秦彩鳳之室也,
봉소궁이남심흥원 즉숙인진채봉지실야
봉소궁 남쪽의 심흥원尋興院은 곧 숙인 진채봉의 거실이고,
燕喜堂以東迎春閣, 卽孺人賈春雲之房也.
연희당이동영춘각 즉유인가춘운지방야
연희당 동쪽의 영춘각迎春閣은 곧 유인 가춘운의 방이었다.
淸和樓東西皆有小樓, 綠窓朱欄蔽虧掩映,
청화루동서개유소루 록창주란폐휴엄영
청화루 동서에 각각 소루小樓가 있는데,
녹창綠窓과 주란朱欄이 이지러져 가리워 그늘지게 하고,
周回作行閣, 以接淸和樓凝香閣,
주회작행각 이접청화루응향각
행각行閣으로 주위를 돌아 청화루와 응향각에 접하니
東曰賞花樓西曰望月樓, 桂狄兩姬各占其一樓.
동왈상화루서왈망월루 계적양희각점기일루
동은 일러 상화루賞花樓라 하고, 서는 일러 망월루望月樓라 하여
계섬월과 적경홍이 각각 한 누씩 차지하였다.
宮中樂妓八百人, 皆天下有色有才者也,
궁중락기팔백인 개천하유색유재자야
궁중의 악기樂妓 팔백인이
다 천하에 자색姿色이 드러나고 재주 있는 사람들로,
分作東西部, 左部四百人桂蟾月主之,
분작동서부 좌부사백인계섬월주지
이를 동서부로 나누어 왼편의 사백 인은 계섬월이 거느리고,
右部四百人狄驚鴻掌之, 敎以歌舞課以管絃,
우부사백인적경홍장지 교이가무과이관현
오른편의 사백 인은 적경홍이 맡아
가무를 가르치며 관현을 시험하고,
每月會淸和閣較兩部之材,
매월회청화각교량부지재
매달 청화루淸和樓에 모이게 하여 동서 양부의 재주를 비교하는데,
丞相陪大夫人率兩公主, 親自等第以賞罰,
승상배대부인솔량공주 친자등제이상벌
승상이 대부인을 모시고 두 공주를 거느리며
누각에서 친히 등급을 매기어 상벌을 내리니,
勝者以三盃酒賞之, 頭揷彩花一枝以爲光榮,
승자이삼배주상지 두삽채화일지이위광영
이기는 자에게는 석 잔 술로써 상을 주고
머리에다 꽃 한 가지를 꽂아서 영광을 빛내게 하고,
負者以一杯冷水罰之, 以筆墨畵一點於額上以愧其心.
부자이일배냉수벌지 이필묵화일점어액상이괴기심
지는 자에게는 한 잔 냉수를 벌로 주고
먹붓으로 이마에다 점 하나를 찍어서 그 마음에 부끄러움이 들게 하였다.
以此衆妓之才日漸精熟, 魏府越宮女樂爲天下最,
이차중기지재일점정숙 위부월궁여락위천하최
이렇게 하니 모든 기생들의 재주가 날로 점점 정숙精熟하여
위부魏府와 월궁越宮의 여악女樂들이 천하에 최고가 되었는데,
雖梨園弟子不及於兩部矣.
수리원제자불급어량부의
비록 이원梨園의 제자라 할지라도
이 양부의 기녀들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一日兩公主與諸娘, 陪大夫人
일일량공주여제낭 배대부인
하루는 두 공주가 모든 낭자와 더불어 대부인을 모시고 앉아 있는데,
而丞相持一封書, 自外軒而入授蘭陽公主曰:
이승상지일봉서 자외헌이입수란양공주왈
승상이 한 통의 편지를 갖고
바깥 마루로부터 들어와 난양공주에게 내어주며 이르기를,
“此卽越王之書也.”
차즉월왕지서야
“이는 곧 월왕의 글월이오.”
公主展看其書曰:
공주전간기서왈
공주가 펴 보는데 그 글월에 적혀 있기를,
“春日淸和丞相鈞軆蔓福? 頃者國家多事公私無暇,
춘일청화승상균체만복 경자국가다사공사무가
“봄날이 아주 맑고 화창하온데
승상은 몸 편안하시고 널리 만복하시나이까?
지난날에는 나라에 일이 많고 공사公私에 겨를이 없어,
樂遊原上不見駐馬之人, 昆明池頭無復泛舟之戱,
락유원상불견주마지인 곤명지두무부범주지희
낙유원樂遊原에 말을 머무르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곤명지昆明池 머리에 다시 배를 대는 즐거움이 없으니,
遂令歌舞之地便作蓬蒿之場.
수령가무지지변작봉호지장
마침내 가무를 즐기는 곳이 어느덧 잡풀의 마당을 이루었소이다.
長安父老每說祖宗朝繁華古事, 往往有流涕者,
장안부로매설조종조번화고사 왕왕유류체자
장안의 노인들이 매양 조종조祖宗朝의 성덕으로
시절이 번화繁華하던 옛 일을 그리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자가 있으니,
殊非太平之氣像也.
수비태평지기상야
이는 자못 태평한 기상氣像이 아니외다.
今賴皇上盛聖丞相偉功, 四海寧謐百姓安樂,
금뢰황상성성승상위공 사해령밀백성안락
이제 황제 폐하의 성덕과 승상의 훌륭한 업적으로
사해가 태평하고 백성이 안락하게 되어,
復開元天寶間樂事, 卽今日其會也.
복개원천보간락사 즉금일기회야
개원開元과 천보天寶 사이의 즐거운 시절로 돌아왔으니
오늘이 그때이옵니다.
况春色未暮天氣方和, 芳花嬾柳能使人心駘蕩,
황춘색미모천기방화 방화란류능사인심태탕
하물며 봄빛이 아직 저물지 아니하고 바야흐로 천기天氣가 화창하여,
고운 꽃과 부드러운 버들이 사람의 마음을 태탕駘蕩케 하니,
美景賞心俱在此時矣.
미경상심구재차시의
아름다운 경치와 완상玩賞하는 마음이 이때에 있는가 싶습니다.
願與丞相會於樂遊原上, 或觀獵或聽樂舖張昇平盛事,
원여승상회어락유원상 혹관렵혹청락포장승평성사
승상과 더불어 낙유원 위에 모여서 혹은 사냥하는 것을 보고,
혹은 풍악風樂을 들으면서 나라의 태평과 성대한 일을 펴서 넖히기를 바라는데,
丞相若有意於此,
승상약유의어차
만일 승상의 마음이 이에 있거든,
卽約日相報, 使寡人隨塵幸甚.”
즉약일상보 사과인수진행심
곧 날짜를 정하여 회답을 주어,
과인으로 하여금 따르게 하면 매우 다행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