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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陽曰: “春雲爲謁英陽姐姐 入宮屬耳,

란양왈 춘운위알영양저저 입궁속이

난양이 이르기를,

“춘운이 영양저저를 뵈옵고자 궁중에 들어왔다가

春雲亦憂丞相之疾來候.”

춘운역우승상지질래후

춘운 또한 승상의 병환을 근심하여

문 밖에 와서 문후하나이다.”

春雲自外卽入謁曰:

춘운자외즉입알왈

춘운이 밖으로부터 바로 들어와 아뢰기를,

“相公貴軆少康乎?”

상공귀체소강호

“상공의 귀체貴軆 어떠하시나이까?”

丞相曰:“春雲獨留 餘皆出.”

승상왈 춘운독류 여개출

승상이 말하기를,

“춘운만 혼자 머무르고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나가기 바라오.”

兩公主及淑人退立於欄頭.

양공주급숙인퇴립어란두

두 공주와 숙인은 밖으로 나가 난간머리에 섰다.

丞相卽起梳洗整其衣冠, 使春雲請三人

승상즉기소세정기의관 사춘운청삼인

승상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소세梳洗하고 의관을 정제한 다음,

춘운을 시켜 세 사람을 불러오라 하니

春雲含笑而出, 謂兩公主及秦淑人曰: “相公邀之矣.”

춘운함소이출 위양공주급진숙인왈 상공요지의

춘운이 웃음을 머금고 나와

두 공주와 진숙인에게 말하기를,

“상공이 맞아들이라 하십니다.”

四人同入 丞相戴華陽巾着宮錦袍,

사인동입 승상대화양건착궁금포

네 사람이 함께 들어가니,

승상이 화양건華陽巾을 쓰고 궁금포宮錦袍를 입고

執白玉如意倚案席而坐,

집백옥여의의안석이좌

백옥여의白玉如意를 잡고

안석案席에 의지하여 앉았는데,

氣像如春風之浩蕩, 精神如秋水之瀅徹,

기상여춘풍지호탕 정신여추수지형철

기상이 호탕한 봄바람 같고

정신은 가을물의 맑고 투명함 같아서

文彩非似病起之人矣,

문채비사병기지인의

겉모습은 조금도 병들었다가 일어난 사람 같지 않으므로,

鄭夫人方悟見賣, 微笑低頭更不問病

정부인방오견매 미소저두갱불문병

정부인은 비로소 속은 줄을 알고

조용히 웃으며 머리를 숙이고 다시 문병치 아니하였으나,

蘭陽問曰: “相公之氣今則如何?”

란양문왈 상공지기금즉여하

난양공주가 묻기를,

“상공의 기후氣候 지금은 어떠하시나이까?”

丞相正色曰: “少游見近來風俗甚怪,

승상정색왈 소유견근래풍속심괴

승상이 정색正色하며 말하기를,

“소유가 근래 풍속의 심한 괴이怪異함을 보는데,

婦女作黨欺瞞家夫, 少游職在大臣之列,

부녀작당기만가부 소유직재대신지열

부녀자가 작당作黨하여 지아비를 기만하는지라

소유의 직분이 대신 반열에 있기로

每求規正之術而未得其道, 憂勞成病

매구규정지술이미득기도 우로성병

매양 교정의 술책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그 도를 깨치지 못하고

근심과 괴로움은 병이 되었으며,

昔疾今愈, 不足以煩公主慮也.”

석질금유 부족이번공주려야

지난날에는 아팠으나 이제는 나았으니

공주는 염려 마소서.”

蘭陽及秦氏惟微笑而不答.

란양급진씨유미소이부답

난양과 진씨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못하였다.

鄭夫人曰: “是事非妾等所知,

정부인왈 시사비첩등소지

정부인이 말하기를,

“이 일은 첩들이 알 바 아니오니,

相公如欲醫疾 仰禀于太后娘娘.”

상공여욕의질 앙품우태후낭낭

상공의 병을 고치고자 하실진댄

태후마마께 우러러 품고稟告하여 보소서.”

丞相心不勝癢 始乃發笑曰:

승상심불승양 시내발소왈

승상이 마음의 병앓이를 이기지 못하여

비로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하기를,

“吾與夫人只卜後生之相逢矣, 今日我在夢中而亦不知夢耶?”

오여부인지복후생지상봉의 금일아재몽중이역부지몽야

“나와 부인이 다만 후생後生에 상봉을 점쳤었는데,

오늘 내가 꿈속에 있은즉 또한 꿈임을 알지 못하느뇨?”

鄭氏曰: “此莫非太后娘娘子視之仁,

정씨왈 차막비태후낭낭자시지인

정씨가 말하기를,

“이는 태후마마의 자식같이 보시는 인자로움과

皇上陛下竝育之恩,

황상폐하병육지은

황상 폐하가 아울러 기르신 은혜이오며,

蘭陽公主之德, 惟鏤骨銘心而已,

란양공주지덕 유루골명심이이

난양공주의 덕택이오니

오직 마음에 깊이 새길 뿐이오며,

豈口吻所可容謝哉?”

기구문소가용사재

어찌 입과 입술로 사례할 수 있사오리까?”

仍細陳顚末,

잉세진전말

이에거듭 그 전말顚末을 세세히 토로하였다.

丞相謝於公主曰:

승상사어공주왈

승상이 공주에게 사례하며 말하기를,

“公主盛德實簡策上所未睹者也,

공주성덕실간책상소미도자야

“공주의 성덕은

실로 간책簡策 위에서도 보지 못할 바이오며,

少游實無酬報之路, 惟期益加敬服之誠,

소유실무수보지로 유기익가경복지성

소유가 실로 그 은혜를 갚을 길이 없으니,

오직 더더욱 공경하고 복종하는 정성을 더하고

不替鐘鼓之樂也.”

불체종고지락야

금슬의 즐거움을 갈마들게 아니하리이다.”

公主稱謝曰:

공주칭사왈

공주가 칭찬하여 사례하며 아뢰기를,

“此盖姐姐徽儀柔德, 感回天心 妾何與哉?”

차개저저휘의유덕 감회천심 첩하여재

“이는 다 저저의 훌륭한 모습과

유연한 덕성이 천심을 감동케 한 것이니,

첩에게 무슨 공功이 있나이까?”

時太后招宮人問病狀, 乃知托病之由

시태후초궁인문병상 내지탁병지유

이때 태후가 궁인을 불러 승상의 병을 물어

승상이 병을 칭탁한 이유를 이내 알고는

大笑曰:“我固疑之矣.”

대소왈 아고의지의

크게 웃으시며 말하기를,

“내 진실로 그 병을 의심하였느니라.”

乃召見丞相兩公主亦在坐矣,

내소견승상양공주역재좌의

이에 승상을 불러 보시니

두 공주가 또한 모시고 앉았거늘,

太后問曰: “丞相與旣死之鄭女, 續已絶之佳緣,

태후문왈 승상여기사지정녀 속이절지가연

태후 하문하기를,

“승상은 이미 죽은 정녀와 더불어

끊어진 아름다운 인연을 다시 이었는데

不可無一言賀也.”

불가무일언하야

한 마디의 하례가 없는 것은 옳지 않도다.”

丞相俯伏對曰: “聖恩與造化同大,

승상부복대왈 성은여조화동대

승상이 고개 숙여 엎드리고 대답하기를,

“성은이 조화造化와 더불어 한결같이 크시니

臣雖摩頂放踵, 瀝膽露肝 難報其萬一矣.”

신수마정방종 력담로간 난보기만일의

신이 분골쇄신粉骨碎身하고 마음을 다 쏟아도

성은의 만분의 일도 갚기 어렵나이다.”

太后曰: “吾直戱耳 豈曰恩也?”

태후왈 오직희이 기왈은야

태후가 이르시기를,

“내가 고의로 희롱한 것뿐인데

어찌 은덕이라 말하리오?”

是日上受羣臣朝賀於正殿, 羣臣奏曰:

시일상수군신조하어정전 군신주왈

이날 황상이 정전正殿에서

모든 신하들의 조회를 받는데

여러 신하들이 아뢰기를,

“近者景星出甘露降, 黃河淸年穀登,

근자경성출감로강 황하청년곡등

“근자에 경성景星이 뜨며, 단 이슬이 내리고,

황하黃河의 물이 푸르고 곡식이 풍성하며,

三鎭節度納地而朝, 吐蕃强胡革心而降, 此皆盛德所致也.”

삼진절도납지이조 토번강호혁심이강 차개성덕소치야

세 진鎭의 절도사가 땅을 드리고 들어와 조회하고

토번吐蕃과 강한 오랑캐가 진심으로 항복하였으니,

이는 다 성덕盛德으로써 이룬 바입니다.”

上謙讓歸功於群臣, 羣臣又奏曰:

상겸양귀공어군신 군신우주왈

황상이 겸양하여 공을 모든 신하에게 돌리는데

모든 신하들이 또 아뢰기를,

“丞相楊少游近作銅龍樓上嬌客, 吹玉簫而調鳳凰,

승상양소유근작동룡루상교객 취옥소이조봉황

“승상 양소유가 근일 동용루銅龍樓 위의 교객嬌客이 되어

옥통소를 불면서 봉황鳳凰을 길들이느라

久不下於秦樓, 玉堂公務殆將闕矣.”

구불하어진루 옥당공무태장궐의

오래도록 진루秦樓에서 내려오지 아니하니

옥당玉堂 공무公務가 자못 지체되었나이다.”

上大笑曰: “太后娘娘連日引見,

상대소왈 태후낭낭연일인견

황상이 크게 웃으며 이르기를,

“태후 마마가 연일 불러들이어 보니,

此少游所以不敢出也, 朕近當面諭 使之就職矣.”

차소유소이불감출야 짐근당면유 사지취직의

이로써 소유가 감히 나가지 못하는 것이오.

짐이 가까운 때에 친히 효유曉諭하여 일을 보게 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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