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行到天津 鴻月兩妓因府尹是通, 已來待於客舘,
행도천진 홍월양기인부윤시통 이래대어객관
길을 떠나서 천진교에 다다르니
적경홍,狄驚鴻 계섬월桂蟾月의 두 기생이 부윤府尹의 기별을 받고
이미 객관客舘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丞相笑謂兩妓曰:
승상소위양기왈
승상이 웃으며 두 기생에게 말하기를,
“吾之此行乃私行, 非王命也 兩娘何以知之?”
오지차행내사행 비왕명야 양낭하이지지
“나의 이번 행차는 사사로운 길이요, 왕명王命이 아니거늘,
두 낭자는 어찌 내가 오는 줄을 알았느뇨?”
鴻月曰:“大丞相魏國公駙馬都尉之行,
홍월왈 대승상위국공부마도위지행
경홍과 섬월이 대답하기를,
“대승상 위국공 부마도위의 행차를
深山窮谷 亦皆奔走聳動,
심산궁곡 역개분주용동
깊은 산과 험한 골짜기에서도
또한 다들 알고 분주히 소문이 들리어 용동聳動스러운데
妾等雖蟄於山林寂寥之地, 豈無耳目乎?
첩등수칩어산림적요지지 기무이목호
첩들이 비록 산림山林의 적요寂寥한 땅에 있사오나
어찌 귀와 눈이 없으오리까?
况府尹老爺敬待妾等, 亞於相公
황부윤로야경대첩등 아어상공
하물며 부윤께서는 첩들을 경대敬待하기를
상공의 다음으로 하는데
相公之來 不敢不報?
상공지래 불감불보
상공이 오시는 것을감히 알리지 않을 수 엉었습니다.
昨年相公奉使過此, 妾等尙有萬丈之光輝,
작년상공봉사과차 첩등상유만장지광휘
작년에 상공이 명을 받으시어 사신으로 여기를 지나시니
첩들이 오히려 만장萬丈의 광휘光輝가 되었거늘,
今相公位益崇而名益著, 臣妾之榮亦轉加百層矣.
금상공위익숭이명익저 신첩지영역전가백층의
이제 상공이 지위가 더 높고 이름도 더욱 드러나셨으니
신첩의 영광이 또한 백배나 더하나이다.
聞相公娶兩公主爲女君,
문상공취양공주위녀군
듣자오니 상공이 두 공주의 남편이 되었다 하온데,
未知兩位公主能容妾等否.”
미지양위공주능용첩등부
두 분 공주는
첩들을 용납하실 수 있을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丞相曰: “兩公主一則乃聖天子御妹, 一則鄭司徒女子,
승상왈 양공주일즉내성천자어매 일즉정사도녀자
승상이 말하기를,
“두 공주 가운데 한 분은 성천자의 매씨요,
또 한 분은 정사도의 딸인데,
太后取鄭氏爲養女, 而卽桂娘所薦也,
태후취정씨위양녀 이즉계낭소천야
태후께서 양녀를 삼으셨은즉,
곧 계낭이 천거한 사람이요,
鄭氏與桂娘有汲引之恩, 且與公主俱有及人之仁,
정씨여계낭유급인지은 차여공주구유급인지인
정씨와 계낭은 천거 중매한 은혜가 있고,
또 공주와 함께 사람을 사랑하는 어짐[仁]과
容物之德 豈非兩娘之福乎?”
용물지덕 기비양낭지복호
물건을 용납하는 덕德이 있으니,
어찌 두 낭자의 복이 아니겠느뇨?”
鴻月相顧而賀.
홍월상고이하
경홍과 섬월은 서로 돌아보며 하례賀禮하였다.
丞相與兩人經夜行到故鄕,
승상여양인경야행도고향
승상이 두 사람과 함께 밤을 지내고 떠나서 고향에 이르니,
初十六歲書生離親遠遊, 及其來覲擁
초십육세서생리친원유 급기래근옹
처음에 열여섯 살의 서생書生으로서
그 모친을 떠나 멀리 갔다가
이제야 돌아와서 뵈온즉,
大丞相之軒車, 嚲魏國公之印綬,
대승상지헌거 타위국공지인수
대승상의 헌거軒車를 타고
위국공의 인수印綬를 늘어뜨리고
重之以駙馬之豪貴, 四年間所成就者何如耶?
중지이부마지호귀 사년간소성취자하여야
부마의 호기 있고 귀함을 겸하였으니,
4년 동안에 성취한 것이 과연 어떠하였겠는가?
入謁於母夫人, 柳氏執其手而拊其背曰:
입알어모부인 류씨집기수이부기배왈
들어가 모부인母夫人을 뵈온즉,
유씨가 그 손을 잡고 그 등을 어루만지며 말하기를,
“汝眞吾兒楊少游耶? 吾不能信也.
여진오아양소유야 오불능신야
“네가 참으로 나의 아들 양소유냐?
내 믿을 수가 없구나.
當昔誦六甲賦五言之時, 豈知有今日榮華也?”
당석송육갑부오언지시 기지유금일영화야
마땅히 전일에 육갑六甲을 외우며
오언五言의 시를 지었을 때
어찌 오늘의 영화榮華가 있을 줄을 알았겠느뇨?”
喜極而淚下也, 丞相把立名成功之終始,
희극이루하야 승상파립명성공지종시
기쁨이 극진하여 눈물을 흘리거늘,
승상이 이름을 세우고 공을 이룬 일의 시종始終과
娶室卜妾之顚末, 悉告無餘
취실복첩지전말 실고무여
장가들고 복첩卜妾한 일의 전말顚末을
남김없이 모두 고하였다.
柳夫人曰: “汝父親每以汝爲大吾門者,
류부인왈 여부친매이여위대오문자
유부인이 이르기를,
“너의 부친이 매양 너한테
‘우리 집을 빛나게 할 자라’ 일렀는데,
惜不令汝父親見之也.”
석불령여부친견지야
너의 부친으로 하여금
이를 보게 할 수 없음이 애석하구나.”
丞相省祖先丘墓, 以賞賜金帛爲大夫人, 設大宴獻壽
승상성조선구묘 이상사금백위대부인 설대연헌수
승상이 선조들의 묘에 가서 성묘 드리고,
황상께서 상으로 주신 금과 비단으로써 대부인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어 헌수獻壽하고,
請宗族故舊隣里, 讌飮十日 陪大夫人登程,
청종족고구린리 연음십일 배대부인등정
이웃 마을에 사는 일가친척들과 옛 친구들을 청하니
술잔치가 열흘 동안이나 이어 졌으며
대부인을 모시고 귀경길에 오르자,
諸路方伯列邑守宰 輻輳護行, 光彩輝映於一方矣.
제로방백열읍수재 폭주호행 광채휘영어일방의
각도의 방백方伯들과 여러 고을의 수령들이
다투어 몰려와서 호위하며 길을 보살피니,
광채가 한 방향으로 밝게 비추었다.
過洛陽分付本州, 招鴻月兩妓還報曰:
과락양분부본주 초홍월양기환보왈
승상이 낙양을 지나면서 본 고을에 분부하여
경홍과 섬월을 부르라 하였는데,
돌아와 알리기를,
“兩娘子同向京師已有日矣.”
양낭자동향경사이유일의
“두 낭자가 함께 서울로 향한지
이미 여러 날 되옵니다.”
丞相頗以交違爲悵缺,
승상파이교위위창결
승상은 길이 서로 어긋남을
자못 매우 섭섭히 여기고
至皇城奉大夫人於丞相府中,
지황성봉대부인어승상부중
황성皇城에 이르러서는
대부인을 승상부에 모시고,
詣闕肅謝 兩宮引見, 賜賚金銀綵段十車,
예궐숙사 양궁인견 사뢰금은채단십거
대궐로 나아가니 태후와 황상께서 불러 보시고
금은 채단綵段 열 수레를 내리시어
俾爲大夫人壽
비위대부인수
대부인을 위하여 헌수하게 하셨으며,
請滿朝公卿, 設三日大酺以娛之,
청만조공경 설삼일대포이오지
만조 백관들을 청하여
3일 동안 큰 잔치를 베풀고 즐기게 하였다.
丞相擇吉日陪大夫人, 移入於賜新第,
승상택길일배대부인 이입어사신제
승상은 길일吉日을 가려 잡아 대부인을 모시고
황상께서 내리신 새 집으로 옮겨드니
園林臺沼亭榭宮于, 下皇居一等.
원림대소정사궁우 하황거일등
동산과 정자 그리고 누각, 연못이
황상께서 거처하신 곳과 비등할 정도로 굉장하였다.
鄭夫人蘭陽公主行新婦之禮,
정부인란양공주행신부지례
정부인과 난양공주는 신혼新婚의 예를 행하고,
秦淑人賈孺人亦備禮謁見,
진숙인가유인역비례알현
진숙인과 가유인이 또한 예를 갖추어 뵈오니
幣物之盛禮貌之恭, 足令大夫人敷和氣聳歡心也.
폐물지성례모지공 족령대부인부화기용환심야
폐물의 융성함과 예모禮貌의 공손함은
족히 대부인으로 하여금 화기가 흐뭇하게 하였고
마음속으로 부터 기꺼워하게 하였다.
丞相旣承壽親之命, 以恩賜之物又設大宴三日,
승상기승수친지명 이은사지물우설대연삼일
승상은 이미 ‘어버이의 장수를 기리라’ 하는
황상의 명을 받은고로,
위에서 내리신 물건으로써
다시 삼일간 큰 잔치를 베풀었는데,
兩宮賜梨園之樂, 移御廚之饌 賓客傾朝廷矣.
양궁사리원지락 이어주지찬 빈객경조정의
양궁께서는 궐내의 악공樂工을 보내주시고
황상께서 잡수시는 음식을 내려주시니
빈객들이 모두 조정에 모여들었다.
丞相具彩服與兩公主, 高擎玉盃以次獻壽, 柳夫人甚樂.
승상구채복여양공주 고경옥배이차헌수 류부인심락
승상이 채색옷을 입고 두 공주와 더불어
옥잔을 높이 들어
차례로 대부인께 올리고 장수함을 기리자
유부인柳夫人이 무척 즐거워하였다.
宴未罷閽人入告門外,
연미파혼인입고문외
잔치가 아직 파하지 아니하였는데
문지키는 자가 들어와서 아뢰기를,
有兩女子納名於大夫人及丞相座下矣.
유양녀자납명어대부인급승상좌하의
“문 밖에 두 여자가 와서
대부인과 승상의 자리 아래에 명첩名帖을 드리나이다.”
丞相曰必鴻月兩姬也, 以此意告於大夫人卽招入,
승상왈필홍월양희야 이차의고어대부인즉초입
승상이 말하기를,
‘반드시 적경홍과 계섬월 두 여인일 것이니라’ 하고
대부인께 이 뜻을 사뢰어 곧 불러들이니,
兩妓叩頭拜謁於階前,
양기고두배알어계전
두 기생은 섬돌 아래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고 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