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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日楊丞相就朝堂理國政,
명일양승상취조당리국정
이튿날 양승상이 조정에 나아가 국정을 다스리고
遂上疏請暇 欲將母而來 其疏曰:
수상소청가 욕장모이래 기소왈
드디어 상소를 올려 휴가를 청하며,
그 모친을 모셔오려 하였는데,
그 상소문에 쓰이기를,
“丞相魏國公駙馬都尉臣楊少游,
승상위국공부마도위신양소유
승상 위국공 부마도위駙馬都尉인 신臣 양소유는
頓首百拜 上言于皇帝陛下.
돈수백배 상언우황제폐하
돈수백배頓首百拜하옵고
황제 폐하께 삼가 아뢰옵나이다.
伏以臣卽楚地編戶之民也, 生事不過數頃,
복이신즉초지편호지민야 생사불과수경
엎드려 생각건대
신은 본디 초楚 땅의 미천한 백성으로
생사生事가 불과 몇 이랑에 지나지 않았고
學業止於一經
학업지어일경
학업은 경서經書 한 권 정도를 읽는 것에 지나지 않았사오며
而老母在堂, 菽水不繼 欲營升斗之錄,
이로모재당 숙수불계 욕영승두지록
노모老母께서는 집안에 계시어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신 데도
대수롭지 않은 녹봉祿俸을 받고,
以備甘毳之供, 不揣寸分猥蒙鄕貢,
이비감취지공 불췌촌분외몽향공
맛있고 부드러운 음식을 즐기고자 하여
재주와 분수를 헤아리지도 않고
외람되이 향공鄕貢을 입었나이다.
方臣之躡履赴擧, 老母臨行送之曰:
방신지섭이부거 로모임행송지왈
바야흐로 신이 과거 길에 오르려 하자
노모老母께서 문까지 나와 신을 보내시며 당부하시기를,
‘門戶殘矣家業弊矣, 堂搆之責十口之命,
문호잔의가업폐의 당구지책십구지명
‘집안이 쇠잔하고 가업家業이 피폐되었으니,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책임과 열 사람[十口]의 목숨이
皆付於汝之一身, 汝其力學決科, 以顯父母是吾望也.
개부어여지일신 여기력학결과 이현부모시오망야
모두 너 한 몸에 달렸으며,
너는 힘껏 학업에 열중하고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로다.
而祿仕太暴 則躁競之刺興,
이록사태폭 즉조경지자흥
녹祿을 받기 위해 벼슬길에 오르는 것이 너무 이르면
마음을 조급히 굴어 남과 권세를 다투어 스스로 함정을 파기 쉽고,
官職太驟 則負乘之患生, 汝其戒之.’
관직태취 즉부승지환생 여기계지
관직이 너무 빨리 오르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서려는 근심이 있으니,
너는 이것을 경계하라.’ 하시기에
臣敢受母訓 銘在心肝, 而濫以幼少之年,
신감수모훈 명재심간 이람이유소지년
신이 감히 어머님의 가르치심을 받고
마음 깊은 곳에 굳게 새기어 두었나이다.
그런데 외람스럽게도 어린 나이에
幸値功名之會, 立朝數年 名位揚赫,
행치공명지회 립조수년 명위양혁
다행히 공명功名을 얻을 기회를 만나
조정에 선 지 수년 만에
이름과 지위가 모두 혁혁赫赫해지고
金馬玉堂世稱華貫
금마옥당세칭화관
좋은 말과 좋은 집에 살면서
세상에서 이른 바 호화로운 생활로만 일관되어 왔나이다.
而臣旣冒據, 黃麻紫誥 必順全才
이신기모거 황마자고 필순전재
신은 이미 위험스럽게 웅거한 오랑캐들에게
황상께서 조서詔書를 내리시어 그들을 깨우치시는 데에
모름지기 온갖 재주를 다하며 왔나이다.
而臣又添叨奉綸, 南討强藩屈膝受命,
이신우첨도봉륜 남토강번굴슬수명
신은 또 분수에 넘게도 황상 폐하의 명命을 받들어
남南으로는 강한 도적들을 효유曉諭하여 굴복시키며
무릎을 꿇게 하고 명命을 받들게 하였으며,
西征凶酋束手,
서정흉추속수
서쪽으로는 흉악한 도적의 괴수를 정벌하여
어찌할 도리없이 항복케 하였으나,
臣本白面一書生也,
신본백면일서생야
신은 본래 일개 백면 서생白面書生으로
是豈臣能立一策 辦一謀 而致此哉?
시기신능립일책 판일모 이치차재
어찌 한 계책을 세우고
한 가지 꾀를 낼 수 있어 이에 이르렀겠나이까?
莫非皇威所及, 諸將效死 而陛下乃反獎其微勢,
막비황위소급 제장효사 이폐하내반장기미세
황상 폐하의 위엄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고,
여러 장수들이 죽기를 무릅쓰고 싸운 탓인데도
폐하께서는 이에 도리어 작은 수고를 가상히 여기시어
褒以重爵, 臣心之愧惕惶感, 有不可論
포이중작 신심지괴척황감 유불가론
중한 벼슬로써 포장하시니
신의 마음으로는 부끄럽고 두려우며 황송할 뿐
아뢸 수 있는 말씀이 없나이다.
而老母所戒, 躁競之刺貧乘之患,
이로모소계 조경지자빈승지환
그런데 노모께서 경계하여
마음을 조급히 굴어 남과 권세를 다툴 위험과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염려를 하셨는데도
不幸當之矣.
불행당지의
불행히 이렇게 되었나이다.
至於錦臠抄簡, 尤非閭巷賤身,
지어금련초간 우비려항천신
부마 간택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천하고 속된 신이 감당할 바가 아닌데도 천신賤身이
所敢當者而聖命勤摯, 謬恩荐加,
소감당자이성명근지 류은천가
감히 그를 감당한 것은
성명聖命이 간곡하시고 은혜가 깊으시어,
臣逃遁不得冒沒承順,
신도둔부득모몰승순
신이 도망할 수가 없어
분수에 넘치게도 순순히 그 명을 받들었으니,
豈不足以辱國家而羞當世乎?
기부족이욕국가이수당세호
어찌 국가를 욕되게 하고
당세當世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겠나이까?
嗚呼! 老母之所期於臣者, 初不過乎寸廩而已,
오호 로모지소기어신자 초불과호촌름이이
오호嗚呼라! 노모께서 신에게 기대하신 바는
애당초 얼마 되지 않는 녹祿에 불과한 것이었고,
臣之所望於國者, 本不外於一官而已,
신지소망어국자 본불외어일관이이
신이 국가에 바란 것도
본디 보잘 것 없는 벼슬에 불과하였는데,
今臣居將相之位, 挾公侯之富,
금신거장상지위 협공후지부
지금의 신은 장상將相의 위치에 있으며,
공후公侯의 부富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奔走王事不遑將毋.
분주왕사불황장모
왕사王事가 분주하여 노모를 돌볼 겨를이 없었나이다.
臣隱處丹碧之室 而臣母則僅掩茅茨,
신은처단벽지실 이신모즉근엄모자
신이 누운 곳은 호화로운 집인데
신의 어미는 가까스로 띠로 지붕을 이은 정도이며,
臣坐享方丈之食 而臣母則不免醜糲,
신좌향방장지식 이신모즉불면추려
신은 편안히 즐기며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잘 차린 음식을 먹고 있는데,
신의 어미는 오래 묵은 쌀이나마 마지못해 잡수실 정도이니,
居處飮食母子絶異, 是以貴富處身以貧賤待母,
거처음식모자절리 시이귀부처신이빈천대모
거처와 음식에 있어서 모자가 판이하게 다르니
이렇듯 신은 부귀에 몸을 처하고 빈천으로써 노모를 대하니,
人論廢矣子職墮矣.
인론폐의자직타의
인륜을 폐하고 자식된 직분을 망각한 것이옵니다.
况臣母年齡已高 疾病沉篤,
황신모년령이고 질병침독
하물며, 신의 어미는 연세가 무척 높고
질병이 깊고 위독한데도
無他子女可以扶護者而,
무타자녀가이부호자이
다른 자녀가 없어 부호扶護할 수 있는 자가 없나이다.
山川遼濶信使阻絶, 消息亦不能以時相通,
산천요활신사조절 소식역불능이시상통
산천이 아득하여 신의 정성을 막고 끊어 놓으며,
소식 또한 때때로 통할 수가 없어서
不待陟屺望雲而, 肝腸已寸斷無餘矣.
불대척기망운이 간장이촌단무여의
신을 기다리지도 못하시고 동산위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시는데
간장肝腸은 이미 더할 나위 없이 마디마디 끊어졌을 것이옵니다.
今幸國家無事 官府多閑,
금행국가무사 관부다한
이제 다행히 나라에 아무 일도 없고
관부官府도 무척 한가하오니
伏乞陛下諒臣危迫之情, 察臣終養之願,
복걸폐하량신위박지정 찰신종양지원
엎드려 애걸하옵건대 페하께옵서는
신의 위박危迫한 사정을 헤아리시고
신의 어미를 봉양코자 하는 바람을 살피시어
特許數月之暇, 使之歸省先墓 將歸老母,
특허수월지가 사지귀성선묘 장귀로모
몇 달 동안의 틈을 내어
고향으로 돌아가서 조상의 묘에 성묘 드리고
노모를 모시고 장차 돌아와
母子同居歌詠聖德, 得以盡瀜洩之樂,
모자동거가영성덕 득이진융설지락
모자가 함께 살면서 성덕을 기리며
깊고 큰 즐거움을 다하고,
反哺之誠, 則臣謹當彌竭 移孝之忠,
반포지성 즉신근당미갈 이효지충
반포反哺의 정성을 본받을 수 있도록
특별히 윤허해 주신다면,
신은 삼가 효성을 다하고 그것을 충성으로 옮기어
誓報軆下之恩矣. 伏乞陛下矜悶焉."
서보체하지은의 복걸폐하긍민언
맹세코 폐하의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엎드려 애걸하옵건대,
폐하는 불쌍하고 딱하게 여기시옵소서.
上覽之歎曰:“孝哉! 楊少游也.”
상람지탄왈 효재! 양소유야
황상은 상소문을 보시고 감탄하기를,
“효성스럽도다. 양소유여!”
特賜黃金四千, 綵帛八百匹歸爲老母壽.
특사황금사천 채백팔백필귀위로모수
특별히 황금 사천 근斤과 비단 팔백 필을 하사하여,
돌아가서 그 노모를 헌수獻壽케 하였다.
且令輦母遄返, 丞相入闕祗肅拜辭於太后,
차령련모천반 승상입궐지숙배사어태후
또 노모를 만나 속히 모시고 돌아오도록 하교하시니,
승상이 대궐로 들어가 사은하고
태후께 하직 인사를 드리는데,
太后下賜金帛, 倍蓰於皇上恩典矣,
태후하사금백 배사어황상은전의
태후 또한 금과 비단을 내리시므로
승상이 황상의 은전에 거듭 거듭 감사드리고
退與兩公主及秦賈兩娘相別.
퇴여양공주급진가양낭상별
물러나와 두 공주와 진숙인, 가유인 두 낭자와 더불어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