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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雲乃推局向英陽公主而言曰:
춘운내추국향영양공주이언왈
춘운이 이에 주사위 판을 밀어 놓고
영양공주를 향하여 여쭈기를,
“小姐小姐! 小姐平日愛春雲可謂至矣,
소저소저 소저평일애춘운가위지의
“소저, 소저!
소저는 평일에 춘운을 사랑하심이 지극하시었는데,
何以爲此可笑之說, 悉陳於公主乎
하이위차가소지설 실진어공주호
어찌 이런 우스운 이야기를
공주께 다 말씀하시었나이까?
淑人亦旣聞之, 宮中有耳之人孰不知之?
숙인역기문지 궁중유이지인숙부지지
숙인께서도 또한 이 이야기를 들었다 하오니,
궁중에 귀 있는 사람이야 누군들 알지 못하오리까?
春雲自此以何面目立乎?”
춘운자차이하면목립호
이제 춘운이 무슨 면목으로
사람들 앞에 설 수 있으리이까?”
彩鳳曰:“春娘子!
채봉왈 춘낭자
채봉이 말하기를,
“춘낭자여!
吾公主何以爲春娘子之小姐乎?
오공주하이위춘낭자지소저호
우리 공주 어찌 춘낭자의 소저가 되리오?
英陽公主卽吾大丞相夫人魏國公女君,
영양공주즉오대승상부인위국공녀군
영양공주께서는 곧 우리 대승상의 부인이요,
위국공의 여군女君이시니,
年齒雖少爵位已高, 豈可復爲春娘子之小姐乎?”
년치수소작위이고 기가부위춘낭자지소저호
연세는 비록 젊으시나 작위는 이미 높으시니
어찌 다시 춘낭자의 소저가 될 수 있으리오?”
春雲曰:“十年之口一朝難變,
춘운왈 십년지구일조난변
춘운이 말하기를,
“십 년 익은 입을 하루아침에 고치기 어렵고,
爭花鬪草 宛如昨日, 公主夫人吾不畏也”
쟁화투초 완여작일 공주부인오불외야
꽃을 다투고 가지를 갖고자 싸우던 일이 완연히 어제 같은데,
공주 부인께서 두렵다는 생각이 제겐 들지 않나이다.”
仍琅琅而笑 蘭陽公主問於英陽曰:
잉랑랑이소 란양공주문어영양왈
이어서 소리내어 크게 웃거늘,
난양공주가 영양공주에게 묻기를,
“春雲話尾小妹亦未及聞之, 丞相其果見欺於春雲乎?”
춘운화미소매역미급문지 승상기과견기어춘운호
“춘운의 이야기 끝을 소매도 또한 듣지 못하였거늘,
승상께서 과연 춘운에게 속았나이까?”
英陽曰:
영양왈
“相公之見欺於春雲者多矣, 無薪之突烟豈生乎?
상공지견기어춘운자다의 무신지돌연기생호
영양이 말하기를,
“상공이 춘운에게 속임을 당한 일이 많으니,
불 아니 땐 굴뚝에 어찌 연기가 날 수 있겠나이까?
但欲見其恇怯之狀矣,
단욕견기광겁지상의
다만 그 겁내는 형상을 보고자 하였더니,
冥頑太甚不知惡鬼, 古所謂好色之人,
명완태심부지악귀 고소위호색지인
명완冥頑하기가 너무 심하여 귀신을 미워할 줄 모르시니,
옛날에 이르는 바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色中餓鬼者果非誣也, 鬼之餓者 豈知鬼之可惡乎?”
색중아귀자과비무야 귀지아자 기지귀지가오호
여색女色에 빠진 귀신이라’ 하는 말이 과연 거짓말이 아니매,
귀신에 주린 자가 어찌 귀신을 미워할 줄 알리이까?”
一座皆大笑.
일좌개대소
좌중이 모두 크게 웃었다.
丞相方知英陽公主之爲鄭小姐也,
승상방지영양공주지위정소저야
승상이 바로 영양공주가 정소저인 줄 알고
如逢地中之人, 徒切驚倒之心,
여봉지중지인 도절경도지심
죽은 사람을 만난 듯하여
놀랍고도 즐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欲直入開窓突入 而旋止曰:
욕직입개창돌입 이선지왈
곧바로 창을 열고 뛰어 들어 가려 하다가
도로 멈추며 이르기를,
“彼欲瞞我我亦瞞彼矣.”
피욕만아아역만피의
“저들이 나를 속이고자 하니
내 또한 저들을 속이리라.”
乃潛歸於秦氏之房披衾穩宿, 天明秦氏出來問於侍女曰:
내잠귀어진씨지방피금온숙 천명진씨출래문어시녀왈
이에 가만히 진씨 방으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잘 자고 났는데,
날이 밝자 진씨가 나와 와서 시녀에게 묻기를,
“相公已起否?”
상공이기부
“상공이 이미 일어나셨느뇨?”
侍女對曰:“未也.”
시녀대왈 미야
시녀가 대답하기를,
“아직 일어나지 아니하셨나이다.”
秦氏久立於帳外, 朝旭滿窓早饌將進而,
진씨구립어장외 조욱만창조찬장진이
진씨가 장막 밖에 오래 서 있으니,
어느덧 아침 햇살이 창문에 가득하고
조반상이 곧 들어 가겠으되,
丞相不起時有呻吟之聲,
승상불기시유신음지성
승상이 일어나지 아니하고
이따금 신음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에,
秦氏問曰: “丞相有不安節乎?”
진씨문왈 승상유불안절호
진씨가 묻기를,
“승상께서 불편하신 데가 있나이까?”
丞相忽睜目直視, 有若不見人者,
승상홀정목직시 유약불견인자
승상이 갑자기 눈을 떠 직시直視하되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 같고
且往往作譫言秦氏問曰:
차왕왕작섬언진씨문왈
이따금 헛소리를 하니
진씨가 다시 묻기를,
“丞相何爲此譫語耶?”
승상하위차섬어야
“승상께서 어찌 잠꼬대를 하시나이까?”
丞相慌亂錯莫者久忽問曰:“汝誰也?”
승상황란착막자구홀문왈 여수야
승상이 어지러운 듯 오랫동안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묻기를,
“네 뉘뇨?”
秦氏曰:“丞相不知妾乎? 妾卽秦淑人也.”
진씨왈 승상부지첩호 첩즉진숙인야
진씨가 말하기를,
“승상께서 첩을 알지 못하시나이까?
첩은 진숙인秦淑人이옵나이다.”
丞相曰:“秦淑人誰也?”
승상왈 진숙인수야
승상이 말하기를,
“진숙인이 뉘뇨?”
秦氏不答以手撫丞相之頂曰:
진씨부답이수무승상지정왈
진씨가 대답하지 못하고
손으로 승상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이르기를,
“頭部頗溫可知相公有不平之候矣, 然一夜之間疾何疾也?”
두부파온가지상공유불평지후의 연일야지간질하질야
“이마가 자못 더우니
승상께서 편치 못하신 환후患候가 계심을 알 수 있으나,
하룻밤 사이에 무슨 병이 이렇듯 위중하시나뇨?”
丞相曰:
승상왈
“我與鄭女達夜相語於夢中, 我之氣候安得平穩乎?”
아여정녀달야상어어몽중 아지기후안득평온호
승상이 말하기를,
“내 정녀와 밤새도록 꿈속에서 만나
서로 얘기를 나누었으니,
나의 기체氣體가 어찌 평온하리오?”
秦氏更問其詳丞相不答, 翻身轉臥秦氏切悶,
진씨갱문기상승상부답 번신전와진씨절민
진씨가 다시 그 자세한 이야기를 물은즉,
승상이 대답하지 아니하고
몸을 옮겨 돌아눕거늘, 진씨는 매우 걱정이 되므로
使侍女告于兩公主曰:“丞相有疾速臨診視.”
사시녀고우양공주왈 승상유질속임진시
시녀를 보내어 양공주에게 아뢰기를,
“승상이 환후가 계시니 속히 나와 뵈옵소서.”
英陽曰:
영양왈
“昨日飮酒之人今豈病乎? 不過欲使吾輩出頭也而已.”
작일음주지인금기병호 불과욕사오배출두야이이
영양공주가 말하기를,
“어제 술 마시던 사람이 이제 무슨 병이 있으리오?
아무래도 이는 우리들로 하여금
나아가 보게 함에 불과함이리라.”
秦氏忙入告曰:“丞相神氣怳惚見人不知,
진씨망입고왈 승상신기황홀견인부지
진씨가 급히 들어와 아뢰기를,
“승상의 신기神氣가 황홀하여
사람을 보아도 알지 못하시고
猶向暗裡頻吐狂言, 奏於聖上 召太醫治之如何?”
유향암리빈토광언 주어성상 소태의치지여하
오히려 어두운 데를 향하여 광언狂言을 자주 하시니,
황상께 아뢰옵고
태의太醫를 불러 치료하심이 어떠하오리까?”
太后聞之召公主責之曰:
태후문지소공주책지왈
태후가 그 말을 들으시고
공주를 불러 꾸짖고 이르시기를,
“汝輩之瞞戱丞相, 亦已過矣而聞其疾重, 不卽出見
여배지만희승상 역이과의이문기질중 불즉출견
“너희들이 승상을 지나치게 속이고
또한 그 병이 중함을 듣고서도 나아가 보지 않으니
是何事也 是何事也!
시하사야 시하사야
이 무슨 도리이뇨!
이 무슨 도리이뇨!
急出問病病勢若重, 促召太醫中術業最妙者 而治之.”
급출문병병세약중 촉소태의중술업최묘자 이치지
급히 나아가 문병하고 만일 병세가 중하거든
태의太醫 중에서 의술이 제일 신묘한 자를 빨리 불러
치료케 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