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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古公主婚禮, 行於闕門之外官府矣,

자고공주혼례 행어궐문지외관부의

예로부터 공주의 혼례는

궐문 밖 관부官府에서 거행하였지만,

是日太后特令行禮於大內.

시일태후특령행례어대내

이 날에는 태후가

특별히 임금이 거처하는 곳에서 혼례를 치르도록 명하셨다.

至吉日丞相以麟袍玉帶, 與兩公主成禮,

지길일승상이린포옥대 여양공주성례

길일에 이르러 승상은 인포 옥대麟袍玉帶로 차려입고

두 공주와 예식을 올리니,

威儀之盛禮貌之偉不煩道也,

위의지성례모지위불번도야

위의威儀의 성盛함과 예모禮貌의 장함은 말할 것도 없고

禮畢入座秦淑人, 亦以禮納拜於丞相,

례필입좌진숙인 역이례납배어승상

예식이 끝나 자리를 잡은 다음에 진숙인秦淑人도

또한 예로써 승상을 뵙고

仍侍公主丞相賜之座.

잉시공주승상사지좌

이에 공주 곁에 섰더니 승상이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三位上仙齊會一席, 光搖五雲影眩千門,

삼위상선제회일석 광요오운영현천문

세 사람의 상계上界 선녀가 일제히 한자리에 모여

빛이 오운五雲에 꿈틀거리듯 그림자가 천문千門에 현란하여

丞相雙眸亂纈, 九魄超忽, 只疑身在於黑甛鄕也.

승상쌍모란힐 구백초홀 지의신재어흑첨향야

승상의 두 눈동자가 어질어질하고

아홉 혼백이 흔들리어

다만 몸이 꿈속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닌 가 의심되었다.

是夜與英陽公主聯衾, 早起問寢於太后 太后賜宴,

시야여영양공주련금 조기문침어태후 태후사연

이 밤에 승상이 영양공주와 더불어 이불을 같이 하고,

이튿날에 일찍이 일어나 태후께 침실로 문안드리니,

태후께서 잔치를 베풀어 주시는데,

皇上及皇后亦入侍太后, 終夕罄歡.

황상급황후역입시태후 종석경환

황상과 황후께서 또한 들어와 태후를 모시고

종일토록 즐겁게 지내셨다.

是夕又與蘭陽公主幷枕, 第三日往于秦淑人之房,

시석우여란양공주병침 제삼일왕우진숙인지방

이 날 저녁에는 난양공주와 동침同寢하고,

세 번째 날에는 진숙인秦淑人 방으로 갔는데

淑人視丞相輒潛然垂涕, 丞相驚問曰:

숙인시승상첩잠연수체 승상경문왈

숙인이 승상을 보고 문득 눈물을 줄줄 흘리기에 ,

승상이 놀라서 묻기를,

“今日笑則可泣則不可! 淑人之淚抑有思乎?”

금일소즉가읍즉불가 숙인지루억유사호

“오늘 웃는 것은 옳거니와 우는 것은 옳지 못하도다!

숙인의 눈물에는 어떤 사연이 있느뇨?”

秦氏對曰:

진씨대왈

“不記小妾, 可知丞相之已忘妾也.”

불기소첩 가지승상지이망첩야

진씨가 대답하기를,

“소첩을 기억 못하시는데

승상께서 이미 소첩을 잊어버린 것으로 알겠나이다.”

丞相小頃乃悟, 就執玉手而謂曰:

승상소경내오 취집옥수이위왈

승상이 잠시 후 곧 깨닫고

진씨의 가냘픈 손을 잡으며 말하기를,

“君得非華陰秦氏乎?”

군득비화음진씨호

“그대는 화주華州의 진낭자秦娘子가 아니시오?”

彩鳳無語轉咽, 聲不出口 丞相曰:

채봉무어전열 성불출구 승상왈

채봉彩鳳이 말을 못하고 목이 메어 소리가 입에서 나오지 아니하니,

승상이 이르기를,

“吾以爲娘子已作泉下之人矣, 果在宮中也.

오이위낭자이작천하지인의 과재궁중야

“나는 낭자가 이미 지하의 사람이 된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로 궁중에 있었구려.

華州相失娘家慘禍, 余欲無言娘豈欲听?

화주상실낭가참화 여욕무언낭기욕은

그때 화주에서 서로 헤어짐은 낭자의 집이 참화를 겪었기 때문에

내 할 말이 없거니와, 그대는 어찌 듣기를 바라오?

自客店逃亂之後, 何嘗一日不思吾娘子?

자객점도란지후 하상일일불사오낭자

객사에서 피난한 후로

어찌 하루라도 내가 낭자를 생각지 아니하였겠소?

而只知其死不知其生. 今日之得遂舊約,

이지지기사부지기생 금일지득수구약

다만 죽은 줄로만 알았지 살았음은 알지 못하였소이다.

오늘 옛 언약을 이루게 됨은

實是吾慮之所未及, 亦豈娘子之所期乎?”

실시오려지소미급 역기낭자지소기호

실로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바이며,

또한 낭자도 어찌 기약하였겠소?”

卽自囊裏出示秦氏之詞, 秦氏亦探懷中,

즉자낭리출시진씨지사 진씨역탐회중

승상이 곧 바로 주머니 속에서 진씨의 글을 내어 보이니,

진씨 또한 품속을 뒤져

奉呈丞相之詩,

봉정승상지시

승상의 시를 찾아 받들어 올리는데,

兩人楊柳詞依俙若相和之日也. 各把彩牋摧膓叩心而已.

양인양류사의희약상화지일야 각파채전최장고심이이

두 사람의 양류사楊柳詞가 서로 의연히 화답하던 날과 같은 모습이었다.

각자가 채전彩牋을 쥐고 솟구쳐 오르는 마음을 억제할 따름이었다.

秦氏曰: “丞相惟知以楊柳詞, 共結舊日之約

진씨왈 승상유지이양류사공결구일지약

진씨가 말하기를,

“승상은 오직 양류사로

함께 옛 언약을 맺은 줄만 아시지,

而不知以紈扇詩, 得成今日之緣也.”

이부지이환선시 득성금일지연야

깁부채에 쓴 시로 인하여

오늘의 연분이 이루어진 것은 알지 못하시나이다.”

遂開小篋出畵扇示丞相, 仍備陳其事曰:

수개소협출화선시승상 잉비진기사왈

드디어 조그만 상자를 열어 그림 부채를 꺼내 승상에게 보이고,

거듭 그 일을 자세히 설명한 뒤 말하기를,

“此皆太后娘娘及萬歲爺爺, 公主娘娘之洪恩盛德也.”

차개태후낭낭급만세야야 공주낭낭지홍은성덕야

“이는 모두 태후마마와 황제폐하

그리고 공주마마의 홍은 성덕洪恩盛德 덕택이옵니다.”

丞相曰: “其時避兵於藍田山, 還問店人則

승상왈 기시피병어람전산 환문점인즉

승상이 말하기를,

“그때 남전산藍田山으로 피난 갔다가

돌아와서 객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或云 娘子沒入於掖庭, 或云爲孥於遠邑,

혹운 낭자몰입어액정 혹운위노어원읍

사람들은 혹은 낭자가 대궐 안으로 잡혀 들어갔다 말하기도 하고,

혹은 먼 고을의 관비로 되어 갔다 말하기도 하며,

或云亦不免凶禍, 雖未知的報更無可望,

혹운역불면흉화 수미지적보갱무가망

혹은 또한 흉화凶禍를 면치 못하였다고 말하기도 하여

비록 적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여 다시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不得已求婚於他家,

부득이구혼어타가

부득이 다른 집에 혼처를 구하게 되었으나,

而每過華山渭水之間, 身如失侶之鴈,

이매과화산위수지간 신여실려지안

화산華山과 위수渭水 사이를 지날 적마다

몸은 짝 잃은 기러기 같았고

心若中鉤之魚, 皇恩所及雖與會合, 第有不安於心者,

심약중구지어 황은소급수여회합 제유불안어심자

마음은 낚시에 꿰인 고기 같았는데,

황은皇恩이 미치어 비록 서로 함께 모였으되,

다만 마음에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으니,

店中初約豈以小星相期,

점중초약기이소성상기

바로 객점에서 정한 처음의 언약이

어찌 소실로 기약되었으리오?

而終使娘子屈於此位 慚愧何言?”

이종사낭자굴어차위 참괴하언

마침내 낭자로 하여금 이 위位에 굽히게 하였으니,

부끄러움을 어찌 이루 말로 다할 수 있으리오?”

秦氏曰: “妾之薄命妾亦自知故,

진씨왈 첩지박명첩역자지고

진씨가 말하기를,

“첩의 명이 기박함은 또한 스스로 알고,

曾送乳媼於客店也, 郞若取室 則自願爲小室矣,

증송유온어객점야 랑약취실 즉자원위소실의

일찍이 유모를 객점으로 보내어 고할 때,

낭군이 만약 결혼을 하셨다면

스스로 소실小室이 되기를 원하였는데,

今居貴主之副位榮也幸也.

금거귀주지부위영야행야

이제 귀주의 다음가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첩의 영광이며 행운이오이다.

妾若怨恨則天必厭之.”

첩약원한즉천필염지

첩이 만일 원한의 마음을 갖는다면

하늘이 반드시 미워하시리이다.”

是夜舊誼新情 比前兩宵, 尤親密矣.

시야구의신정 비전양소 우친밀의

이 밤에는 구의舊誼와 신정新情이

전일의 두 밤에 비하여 더욱 친밀하였다.

明日丞相與蘭陽公主, 會英陽公主房中閑坐傳盃,

명일승상여란양공주 회영양공주방중한좌전배

이튿날에는 승상이 난양공주와 더불어

영양공주 방 안에 모여 한가로이 앉아서 잔을 돌리고 있었는데,

英陽低聲招侍女請秦氏,

영양저성초시녀청진씨

영양공주가 소리를 낮추어 시녀를 불러서 진씨를 청하거늘,

丞相聞其聲音, 中心自動 悽黯之色 忽上於面.

승상문기성음 중심자동 처암지색 홀상어면

승상은 그 목소리를 듣더니

마음속이 스스로 움직여

구슬프고 슬픈 빛을 홀연히 낯에 띄었다.

盖曾入鄭府對小姐彈琴, 聞其評曲之聲音,

개증입정부대소저탄금 문기평곡지성음

이는 일찍이 정사도 집에 들어가 소저를 대하고 거문고를 탈적에,

그 곡조를 평하던 목소리를 듣고

此容貌尤慣矣,

차용모우관의

그 용모가 더욱 눈에 익었는데,

此日聞英陽之聲, 如自鄭小姐口中出也.

차일문영양지성 여자정소저구중출야

이날 영양공주의 음성이

또한 정소저의 입속에서 나온 것과 같아

旣聞其聲, 又見其面則聲亦鄭小姐也,

기문기성 우견기면즉성역정소저야

이미 그 소리를 들은 듯 하고,

또 그 얼굴을 보니 음성도 정소저요,

貌亦鄭小姐也.

모역정소저야

모습도 또한 정소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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