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구운몽의 창작동기는 유복자로 태어난 작가가 과부로 지내며

유배생활을 하는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다 우울증에 빠진 모친을

위로하기 위하여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환생을 통하여 현존재의 부귀 공명 등 차별성을 극복하고 생명의 영원성을

지향했다는 것이 <구운몽)의 주제다.

17세기 김만중 소설 구운몽 현대인 우울증 치료 효과
-영남대 이강옥 교수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1367&yy=2011

특히 주인공 성진이 양소유로 태어나기까지 나타난 죽음의 과정과 환생의 과정은 우울증 환자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건전한 성찰을

할 수 있게 하며, 자살 충동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우울증 환자와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보는 지은이는

‘성진이 양소유로 되는 과정을 죽음과 환생으로 설명해보십시오’,

‘당신은 죽음을 어떤 태도로 맞이할 수 있습니까?’,

‘죽음을 평화롭게 맞이하기 위해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당신은 죽음 뒤의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울러 지은이는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진행되어온 ‘구운몽’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운몽’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주인공 양소유의 일생은

‘옳고 그름’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정당함,

‘높고 낮음’의 상대적 분별을 넘어선 절대적 높음,

‘남성성과 여성성’의 상대적 분별을 최소화한 남성성과 여성성,

‘너와 나’의 분별을 넘어선 형제애 혹은 동성애 등 위대한 평등세계를 보여주는 것

이라고 해석하면서, ‘구운몽’이야말로 우리 인생에서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인생을 예찬하는 소설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75

丞相暗想曰:

승상암상왈

승상이 곰곰이 생각하면서 말했다.

"世上果有非兄弟非親戚 而酷相類者也.

세상과유비형제비친척 이혹상류자야

“세상에는 과연 형제도 친척도 아니면서

서로 아주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

吾約鄭氏之婚也, 意欲同生而同死矣,

오약정씨지혼야 의욕동생이동사의

내 정씨와 혼인을 약속할 적에,

함께 살고 함께 죽기로 마음먹었는데,

今我已結伉儷之樂 而鄭氏孤魂, 托於下處耶?

금아이결항려지락 이정씨고혼 탁어하처야

이제 나는 짝을 짓는 즐거움을 맺었으나

정씨의 외로운 넋은 어느 곳에 의탁하였을꼬?

我欲遠嫌旣未一酹於其墳, 又孤一哭於其殯,

아욕원혐기미일뢰어기분 우고일곡어기빈

내 허물을 멀리 떨치고자 하여 무덤 앞에 한잔 술과

또 그 빈소에서 외로운 곡哭 한 번 아니하였으니,

吾負鄭娘多矣.”

오부정낭다의

내 정낭자를 저버림이 심하였구나!”

存於中者發於外, 雙淚汪汪欲滴,

존어중자발어외 쌍루왕왕욕적

마음속에 있던 생각이 밖으로 드러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려 볼을 적시려 하므로,

鄭氏以水鏡之心, 豈不知其懷抱間事乎,

정씨이수경지심 기부지기회포간사호

정씨의 거울 같은 마음으로

승상의 가슴 속에 품은 뜻을 어찌 알지 못하리오?

乃整衽而問曰: “妾聞之主辱臣死 主憂臣辱,

내정임이문왈 첩문지주욕신사 주우신욕

이에 옷깃을 바로잡고 묻기를,

“첩은 임금이 욕을 당하면 신하는 죽고,

임금이 근심하면 신하는 욕을 당하며,

女子之事君子如臣之事君,

녀자지사군자여신지사군

여자가 군자君子를 섬김은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다고 들었는데,

今相公臨觴, 忽惻惻不樂 敢問其故?”

금상공임상 홀측측불락 감문기고

이제 상공이 잔을 잡으시고

홀연 슬퍼하여 즐겁지 않은 듯하시니,

감히 그 연고를 묻고자 하나이다.”

丞相謝曰:“小生心事當不諱於貴主矣.

승상사왈 소생심사당불휘어귀주의

승상이 사례하며 말하기를,

“소생小生이 마음 속 일을

귀주貴主께 숨기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지요.

少游曾往鄭家見其女子矣,

소유증왕정가견기녀자의

소유가 지난 날 정가鄭家에 가서 그 여자를 보았는데,

貴主聲音容貌恰似鄭氏女故, 觸目興思 悲形於色,

귀주성음용모흡사정씨녀고 촉목흥사 비형어색

귀주의 음성과 용모가 정가의 여자와 흡사하므로

눈에 어른거리고 마음에 일어나기에 얼굴에 슬픈 표정을 지어

遂令貴主有疑 貴主勿怪也.”

수령귀주유의 귀주물괴야

마침내 귀주께 의혹을 사게 하였으나,

귀주는 괴이쩍게 여기지 마옵소서.”

英陽聽訖顔頰微赤, 忽起入內殿久不出,

영양청흘안협미적 홀기입내전구불출

영양이 이 말을 다 듣고 나자 얼굴의 두 볼에 약간 붉은 빛을 띠며

홀연히 일어나서 내전으로 들어가 오래 나오지 아니하므로,

使侍女請之 侍女亦不出 蘭陽曰:

사시녀청지 시녀역불출 란양왈

승상이 시녀를 시켜 청하였으나

시녀 또한 나오지 아니하였다. 난양이 말하기를,

“姐姐太后娘娘所寵愛也, 性品頗驕傲,

저저태후낭낭소총애야 성품파교오

姐姐以此 有未妥之心.”

저저이차 유미타지심

“저저는 태후마마의 극진한 사랑을 받아

성품이 자못 교만하고 오만하여

不如妾之殘劣也, 相公比鄭女於姐姐,

불여첩지잔열야 상공비정녀어저저

첩의 잔열殘劣함과는 같지 않사온데

아마도 상공께서 저저에게 정녀를 견주시니

이로 인해 저저가 좋지 않으신 마음을 가졌는가 보옵나이다.”

丞相卽使秦氏謝罪曰:

승상즉사진씨사죄왈

승상이 곧 진씨로 하여금 사죄하여 이르기를,

“少游被酒因醉妄發, 貴主若出來,

소유피주인취망발 귀주약출래,

“소유가 술마신 후 취하여 망발妄發하였으니,

귀주가 만일 나오시면

則少游當如晋文公請自囚矣.”

즉소유당여진문공청자수의

소유는 마땅히 진문공晋文公과 같이

갇히기를 스스로 청하리이다.”

秦氏久而出來無所傳之言,

진씨구이출래무소전지언

진씨가 오래 머물다 나왔으나 전하는 말이 없었다.

丞相曰:“貴主有何語?”

승상왈 귀주유하어

승상이 묻기를,

“귀주가 무엇이라 하시더뇨?”

秦氏曰:“貴主怒氣方峻言頗過中,

진씨왈 귀주로기방준언파과중

진씨가 대답하기를,

“귀주께서 노기怒氣가 크시와 말씀이 꽤 과하시므로

賤妾不敢傳矣.”

천첩불감전의

천첩이 감히 전하지 못하나이다.”

丞相曰:“貴主過中之言,

승상왈 귀주과중지언

승상이 이르기를,

“귀주의 과도한 말씀이

非淑人愆也, 須細傳之.”

비숙인건야 수세전지

숙인淑人의 허물이 아니니

모름지기 자세히 전하여 이르라!”

秦氏曰:

진씨왈

“英陽公主有敎曰, 妾雖殘劣卽太后娘娘之寵女,

영양공주유교왈 첩수잔열즉태후낭낭지총녀

진씨가 대답했다.

“영양공주가 가르쳐 이르시길

‘첩이 비록 비열하나

태후마마의 총애하는 딸이요,

鄭女雖奇 不過爲閭閻間賤微女子,

정녀수기 불과위여염간천미녀자

정녀 비록 기이하나

여염의 천미賤微한 여자에 불과하니라.’

禮曰式路馬 此非馬之敬也, 敬君父之所乘也,

례왈식로마 차비마지경야 경군부지소승야

예법에 이르되 ‘길말[천자의 승마]에 허리를 굽힌다’ 하였으니,

이는 말을 공경함이 아니라, 임금이 타신 바를 공경함이오

君父之馬尙且敬之, 况君父所嬌之女乎?

군부지마상차경지 황군부소교지녀호

임금이 탄 말도 오히려 공경하거늘,

하물며 임금이 사랑하시는 누이에 있어서랴?

相公若敬君父而尊朝廷也, 固不可以妾比之於鄭女.

상공약경군부이존조정야 고불가이첩비지어정녀

상공이 만일 임금을 공경하고 조정을 존귀하게 여기실진대,

굳이 첩을 정녀와 비교함은 옳지 않나이다.

况且鄭氏曾不顧念, 自矜其色 與相公接言語論琴曲,

황차정씨증불고념 자긍기색 여상공접언어론금곡

하물며 정녀가 일찍이 꺼리는 것을 생각지 아니하고

스스로 그 자색을 자랑하여

상공과 더불어 말을 건네고 거문고 곡조를 논하였은즉,

則不可謂持身有禮也, 其濫可知矣.

즉불가위지신유례야 기람가지의

아무래도 몸가짐이 예법에 옳지 않으며

그 지나침을 알 수 있나이다.

自傷婚事之蹉跎, 身致幽鬱之疾病,

자상혼사지차타 신치유울지질병

또 스스로 혼사의 시기를 잃고 이루지 못함에 마음 상하여

몸에 유울병幽鬱病을 일으켜

終至夭折於靑春, 亦不可謂多福之人也,

종지요절어청춘 역불가위다복지인야

끝내 청춘을 일찍 재촉하였으니,

또한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으며,

其命最奇矣, 相公何曾比余於是乎?

기명최기의 상공하증비여어시호

그 명이 매우 박하거늘

상공이 어찌 나를 여기에 견주시나뇨?

昔魯之秋胡, 以黃金戱採桑之女,

석노지추호 이황금희채상지녀

옛날에 노魯나라 추호秋胡가

황금으로써 뽕 따는 계집을 희롱하여,

其妻卽赴水而死, 妾何可以羞顔對相公乎?

기처즉부수이사 첩하가이수안대상공호

그 아내가 곧 물에 빠져 죽었거늘

첩이 어찌 부끄러운 얼굴로써 다시 상공을 대하리오?

不願爲無行人之妻也, 且相公念其顔面於已死之後,

불원위무행인지처야 차상공념기안면어이사지후

진실로 행실이 없는 사람의 처가 되길 바라지 않으며,

또한 상공이 이미 죽은 후에도 얼굴을 기억하고,

卞其聲音於久別之餘,

변기성음어구별지여

그 목소리를 이별한 지 오래인데도 분별하여 내니,

此必挑琴於卓女之堂, 偸香於賈氏之室,

차필도금어탁녀지당 투향어가씨지실

이는 필연 탁녀[卓文君]가 당堂에서 거문고로 가리고

가씨賈氏 집에서 향을 도둑질함과 같으리니,

其行之汚近於秋胡,

기행지오근어추호

그 행실의 더러움이 추호와 비슷한즉,

妾雖不能效古人之投水, 自此誓不出閨門之外,

첩수불능효고인지투수 자차서불출규문지외

첩이 비록 옛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을 본받을 수는 없어도,

이로부터 맹세코 규문閨門 밖에 나가지 아니하고

終身而死矣.

종신이사의

끝내 늙어 죽으려하니,

蘭陽性質柔順不與我同,

란양성질유순불여아동

난양은 성질이 유순하여

나와 같지 아니하므로

惟願相公與蘭陽偕老.”

유원상공여란양해로

‘상공은 난양과 더불어

해로偕老하심을 다만 바라나이다’ 하시더이다.”

丞相大怒於心昊下,

승상대로어심호하

승상이 크게 노하여 마음속에 이르기를,

“安有以女子而怙勢如英陽者乎?

안유이녀자이호세여영양자호

“천하에 어찌 여자로서

세勢를 믿는데 영양 같은 자가 있으리오?

果知爲駙馬之苦也.”

과지위부마지고야

과연 부마의 괴로움을 알겠노라.”

謂蘭陽曰:

위란양왈

“我與鄭女相遇自有曲折矣, 今英陽反以淫行,

아여정녀상우자유곡절의 금영양반이음행

난양공주에게 말하기를,

“내 정녀와 더불어 서로 만남에 곡절이 있거늘,

이제 영양공주가 도리어 음행淫行으로 내게 씌우고자 하는데,

加之於我無損, 而但辱及於旣骨之人, 是可歎也.”

가지어아무손 이단욕급어기골지인 시가탄야

내게 가해지는 것은관계치 않지만,

다만 욕이 이미 죽은 사람에게 미치니 이 실로 한탄할 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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