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丞相叩頭奏曰:
승상고두주왈
승상이 머리를 조아려 아뢰기를,
"臣前後拒逆之罪實合斧鉞之誅,
신전후거역지죄실합부월지주
“신이 여러 차례 거역한 죄는
실로 부월斧鉞로 주살誅殺을 당하여도 합당하거늘,
而聖敎荐下玉音春溫, 臣誠感殞不知死所.
이성교천하옥음춘온 신성감운부지사소
성교聖敎를 거듭 내리시어 말씀이 온후하시니,
신은 진실로 감운感殞하여 죽고자 하여도 죽을 데를 알지 못하나이다.
前日之累抗嚴敎, 有所拘於人倫而不獲已也,
전일지루항엄교 유소구어인륜이불획이야
오직 전일에 여러 번 엄교嚴敎를 거역함은
인륜에 구애됨이 있어서 부득이 마지못한 일이더니,
今則鄭女已亡矣, 臣詎敢有他意乎?
금즉정녀이망의 신거감유타의호
이제는 정녀가 이미 죽었으니
신에게 어찌 감히 다른 뜻이 있겠나이까?
但門戶寒微才術空疎, 恐不合於駙馬之尊位也.”
단문호한미재술공소 공불합어부마지존위야
다만, 문호가 한미寒微하옵고 재주와 술책이 허虛하고 옅사오니
부마의 존위尊位에는 합당치 못하여 두렵나이다.”
上大悅卽下詔於欽天舘, 使擇吉日,
상대열즉하조어흠천관 사택길일
황상이 매우 기뻐하시며 곧 조서를 흠천감欽天監에 내리시어
길일을 택하여 들이라 하셨는데,
太史以秋九月望日奏之, 只隔數十日矣.
태사이추구월망일주지 지격수십일의
태사太史가 추구월 보름께라고 아뢰니,
다만 수십 일의 여유가 있을 뿐이었다.
上下敎於丞相曰:
상하교어승상왈
“前日則婚事在於可否間故, 不言於卿矣.
전일즉혼사재어가부간고 불언어경의
황상이 승상에게 하교하기를,
“전일에는 곧 혼사가 정해지지 않았던 관계로
경에게 미처 말하지 못 하였도다.
朕有妹兩人皆賢淑, 非凡骨也,
짐유매양인개현숙 비범골야
실은 짐에게 누이가 두 사람 있는데
다 현숙함이 비범하니,
雖欲更求如卿者, 何處可得乎?
수욕갱구여경자 하처가득호
비록 다시 경 같은 사람을 구하고자 하나
어느 곳에서 찾을 수가 있으리오?
以是朕恭承太后之詔, 欲以兩妹下嫁於卿矣.”
이시짐공승태후지조 욕이양매하가어경의
이러므로 짐이 태후의 조칙을 공손히 받들어
두 누이를 경에게 하가下嫁케 하고자 하노라.”
丞相忽憶眞州客舘之夢, 大異於心伏地奏曰:
승상물억진주객관지몽 대리어심복지주왈
승상이 문득 진주眞州 객관에서의 꿈을 생각하고,
마음에 매우 괴이하게 여겨 땅에 엎드려서 아뢰기를,
“臣自被椒掖之揀, 欲避無路欲走無地,
신자피초액지간 욕피무로욕주무지
“신이 부마 간택揀擇을 입사온 후로는
없는 길로 피하고자 하고 없는 땅에 달려가고자 하였으나,
未得置身之所,
미득치신지소
몸 둘 곳을 얻지 못하였사온데,
第切致寇之惧, 今陛下欲使兩公主, 共事一人之身,
제절치구지구 금폐하욕사양공주 공사일인지신
가장 두려운 것은
이제 폐하의 두 공주로 하여금 한 사람 몸을 함께 섬기도록 하시니,
此則自有人國家以來, 所未聞者也,
차즉자유인국가이래 소미문자야
이는 사람이 사는 나라 있은 이래로
듣지 못한 바이온즉
臣何敢承當乎?”
신하감승당호
신이 감히 어찌 당할 수 있사오리까?”
上曰: “卿之勳業足爲國朝第一,
상왈 경지훈업족위국조제일
황상이 타이르기를,
“경의 공적은 충분히 국조國朝의 으뜸이 되거늘,
彛鐘不足銘其功也, 茅土不足償其勞也,
이종부족명기공야 모토부족상기로야
이종彛鐘에 그 공功을 다 새길 수 없고,
모토茅土에서 그 노고에 상을 주려 해도 부족하므로
此朕所以以兩妹事之, 且御妹兩人友愛之情,
차짐소이이양매사지 차어매양인우애지정
짐의 두 누이로 섬기게 함이요,
또 두 누이의 우애가
皆出於天, 立則相隈 坐則相依,
개출어천 립즉상외 좌즉상의
다 천성에서 나왔으므로
서면 서로 친숙해지고, 앉으면 서로 의지하여
每願至老死不相離, 此太后娘娘之意也,
매원지로사불상리 차태후낭낭지의야
매양 늙어 죽어도 서로 떨어지지 않기를 원함은
태후마마의 의향이시니
卿不可辭也.
경불가사야
경은 결코 사양하지 말지어다.
且宮人秦氏世家士族也, 有姿色能文章,
차궁인진씨세가사족야 유자색능문장
또한 궁녀 진씨는 본디 좋은 집안의 자손이요,
얼굴이 곱고 글을 잘하여
御妹視如手足待以腹心,
어매시여수족대이복심
누이가 수족과 같이 보아 진정으로 대하며
欲以爲媵於下嫁之日故, 先使卿知之矣.”
욕이위잉어하가지일고 선사경지지의
하가下嫁하는 날에 잉첩媵妾으로 삼고자 하는 고로,
먼저 경에게 알게 하노라.”
丞相又起謝.
승상우기사
승상은 또 일어나 사은謝恩 할 뿐이었다.
時鄭小姐爲公主, 在於宮中日月多矣.
시정소저위공주 재어궁중일월다의
이때 정소저는 공주가 되어
궁중에 있은 지 오래 되었으며
事太后以孝以至誠,
사태후이효이지성
태후를 지극한 효성으로 섬기고
與蘭陽及秦氏情若同氣, 敬愛深至 太后益愛之,
여란양급진씨정약동기 경애심지 태후익애지
또 난양공주, 진씨와 더불어 정의情誼가 동기 같으며
경애敬愛함이 깊어서 태후의 사랑이 더해 가는데,
婚期旣迫 從容告於太后曰:
혼기기박 종용고어태후왈
혼사 때가 거의 임박하여 조용히 태후께 고하기를,
“當初以蘭陽定次之日, 冒居上座實涉僭越,
당초이란양정차지일 모거상좌실섭참월
“당초 난양과 더불어 차례를 정하던 날
상좌上座에 있기가 실로 참람僭濫하였사오나
而一向固辭 似外於娘娘之恩眷故,
이일향고사 사외어낭낭지은권고
꾸준히 사양하기를 고집하면
마마의 돌보고 사랑하는 온정을 외면하는 것처럼 비추일 것 같아
黽勉從之而 卒非我意也.
민면종지이 졸비아의야
억지로 힘써 따랐을 뿐이고
끝내저의 뜻은 아니었나이다.
今歸楊家, 蘭陽若辭第一位 則此大不可,
금귀양가 란양약사제일위 즉차대불가
이제 양가에게로 돌아가
난양이 만일 제일의 자리를 사양한다면,
이는 크게 옳지 않사오니,
惟望娘娘及聖上, 叅其情禮 正其位次,
유망낭낭급성상 참기정례 정기위차
마마와 성상께서는 그 정리情理와 예의를 참작하시고
그 위차位次를 바르게 하시어
使私分獲安 家法不紊.
사사분획안 가법불문
사사로운 정을 편안케 하시고
가법家法이 문란치 않도록 하시기를 오직 바라나이다.”
蘭陽曰: “姐姐德性才學, 皆小女之師也,
란양왈 저저덕성재학 개소녀지사야
난양이 이르기를,
“저저의 덕성과 재주, 학식이 다 소녀의 스승이 되오니,
姐姐雖在鄭門, 小女當如趙襄之讓位,
저저수재정문 소녀당여조양지양위
저저가 비록 정씨 문중에 있을지라도
소녀가 마땅히 조양趙襄이 위位를 사양함과 같이 할 터이거늘,
旣爲兄弟之後, 豈有尊卑之分乎?
기위형제지후 기유존비지분호
이미 형제 되어 온 후에
어찌 존비尊卑의 분별이 있을 수 있겠나이까?
小女雖爲第二夫人, 自不失帝女之尊貴,
소녀수위제이부인 자부실제녀지존귀
소녀가 비록 제2부인이 될지라도
스스로 임금의 딸로서 존귀함을 잃지 아니할 것이요,
而若忝居上元之位, 則娘娘養育姐姐之意 果安在哉?
이약첨거상원지위 즉낭낭양육저저지의 과안재재
만일 제일위에 있게 되오면,
곧 마마의 저저를 기르시는 본의가
과연 어디에 있나이까?
姐姐必欲讓於小女, 則小女不願爲楊家婦也.”
저저필욕양어소녀 즉소녀불원위양가부야
저저가 기필코 위를 소녀에게 양보코자 하시면
소녀는 양가楊家의 아내가 됨을 원치 아니하나이다.
”
太后問於上上曰: “御妹之讓出於中懇,
태후문어상상왈 어매지양출어중간
태후가 황상께 물으니 황상이 이르기를,
“누이의 사양함은 진정에서 나온 것으로,
未聞自古帝王家貴主有此事也,
미문자고제왕가귀주유차사야
자고로 제왕가帝王家의 귀주貴主에게
이런 일이 있음을 듣지 못하였는데,
願娘娘嘉其謙德, 成其美意也.”
원낭낭가기겸덕 성기미의야
마마께서는 그 겸양하는 덕을 아름답게 여기시어
이 일에 그 아름다운 뜻을 이루시도록 바라나이다.”
太后曰: “帝言是也.”
태후왈 제언시야
태후가 이르시기를,
“황상의 말씀이 옳도다.”
乃下敎 以英陽公主封魏國公左夫人,
내하교 이영양공주봉위국공좌부인
이에 하교를 내리시어
영양공주로써 위국공의 좌부인左夫人을 삼으시고,
以蘭陽公主封右夫人,
이란양공주봉우부인
난양공주로서 우부인右夫人을 봉封하시며,
以秦氏本大夫之女, 封爲淑人.
이진씨본대부지녀 봉위숙인
진씨는 본디 사부가士夫家의 여자이므로 숙인淑人으로 봉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