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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徒曰:“彭殤皆命 哀樂有數, 天實爲之 言之何益?
사도왈 팽상개명 애락유수 천실위지 언지하익
사도가 말하기를,
“오래 살고 짧게 사는 모든 명命,
애락哀樂이 운수에 달려 있은즉,
하늘이 실로 하는 것인데, 말로 더하여 무엇하리오?
今日卽一家慶會之日, 不必爲悲楚之言也.”
금일즉일가경회지일 불필위비초지언야
오늘은 온 집안이 모여서 경사를 치하하는 날이니,
비참하고 아픈 말은 말지어다.”
鄭十三數目丞相 丞相止其言辭,
정십삼수목승상 승상지기언사
정십삼이 승상께 여러 번 눈짓을 하니,
승상이 말을 끝맺고 사도와 하직하며
歸園中 春雲迎謁於階下.
귀원중 춘운영알어계하
화원 속으로 들어가는데
춘운이 섬돌 아래로 내려와 그를 맞아 뵈었다.
丞相見春雲, 如見小姐又切悲懷,
승상견춘운 여견소저우절비회
승상이 춘운을 보니
소저를 보는 것 같아서 슬픈 회포가 더욱 간절하고
餘淚又汪然數行下, 春雲跪而慰之曰:
여루우왕연수행하 춘운궤이위지왈
남은 눈물이 줄줄 또 자주 아래로 흘러내리는데,
춘운이 꿇어 앉아 위로하기를,
“老爺老爺! 今日豈老爺悲傷之日乎?
노야노야 금일기노야비상지일호
“노야,老爺 노야!
오늘이 어찌 노야의 서러워하실 수 있는 날이오니까?
伏望寬心收淚 俯聽妾言.
복망관심수루 부청첩언
노야는 마음을 부드럽게 하고 눈물을 거두시어
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시기를 엎드려 바라나이다.
吾娘子本以天仙, 暫時謫下故,
오낭자본이천선 잠시적하고
우리 낭자는 본시 하늘의 신선으로서
잠시 인간 세계에 내려오셨으므로
上天之日 謂賤妾曰,
상천지일 위천첩왈
하늘에 오르시던 날 천첩에게 이르기를,
汝自絶楊尙書 而復從我矣. 今我已弃塵界,
여자절양상서 이부종아의 금아이기진계
‘너도 몸소 양상서와 인연을 끊고 다시 나를 따르라.
내가 이미 티끌 세상을 버렸거늘,
汝其更歸於楊尙書 向其左右.
여기갱귀어양상서 향기좌우
네가 다시 양상서께로 돌아가서 그를 좌우에서 모셔라.
尙書早晩還歸, 如念妾而悲懷,
상서조만환귀 여념첩이비회
상서께서 조만간 돌아와
만일 나를 생각하고 마음에 슬퍼하시거든
汝須以妾意傳之曰,
여수이첩의전지왈
너는 모름지기 내 뜻을 다음과 같이 전하도록 하여라.
禮幣已還 則便是行路人也,
례폐이환 즉변시행로인야
우리 집안에서 이미 상서의 예폐를 물렸으니,
곧 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으며,
况有前日聽琴之嫌乎, 思念過度 悲哀逾制,
황유전일청금지혐호 사념과도 비애유제
하물며 전일에 거문고 소리를 들은 혐의가 있다 하여
상서께서 만일 지나치게 생각하고 예에 지나칠 정도로 슬퍼하시면
則是慢君命 而循私情,
즉시만군명 이순사정
이는 곧 군명을 거역하고
사사로운 정을 따르는 것이니,
貽累德於已亡之人, 可不愼哉?
이루덕어이망지인 가불신재
이는 이미 죽은 사람의 덕에까지 누를 끼치는 것인지라
어찌 민망치 아니하리오?
且或酹奠墳墓, 或弔哭靈幄,
차혹뢰전분묘 혹조곡령악
또한 내 무덤에 제사를 지내거나
혹은 영악靈幄에서 조곡을 하시면,
則是待我以無行之女子, 豈無憾於地下乎?
즉시대아이무행지녀자 기무감어지하호
이는 곧 나를 행실이 나쁜 여자로 대접하심이니
지하에서나마 어찌 섭섭한 마음이 없으리오?
且曰皇上必待尙書之還, 復議公主之婚,
차왈황상필대상서지환 부의공주지혼
또 이르기를 황상이 반드시 상서의 돌아옴을 기다려
다시 공주와의 혼사를 의논하신다 하는데
吾聞關雎之威德, 合爲君子之配匹,
오문관저지위덕 합위군자지배필
공주 관저關雎의 위엄과 덕망이
군자의 배필되기에 합당하다 하니,
必順受君命, 毋陷罪戾 是我之望也.”
필순수군명 무함죄려 시아지망야
반드시 군명에 순순히 따라서
죄에 빠지지 아니하심이 나의 바람이라’ 고 하시더이다.”
丞相聞言 益切愴然曰:
승상문언 익절창연왈
승상이 이 말을 듣고는
더욱 서러워하며 말하기를,
“小姐遺命雖如此, 我何能無悲懷耶?
소저유명수여차 아하능무비회야
“소저가 임종하면서 남긴 명령이 비록 이와 같더라도,
내 어찌 마음속에 서린 슬픈 시름을 억제할 수 있으리오?
况小姐臨沒 眷念少游也如此,
황소저임몰 권념소유야여차
하물며 소저가 죽음에 임하여서까지
이토록 소유를 간곡히 생각하시니,
我雖十死 而報小姐恩德難矣.”
아수십사 이보소저은덕난의
내 비록 열 번 죽더라도
소저의 은덕을 갚기 어렵겠도다.”
仍說貞州夢事 春雲下淚曰:
잉설정주몽사 춘운하루왈
이에 정주貞州에서 꾼 꿈에서의 소저 일을 이야기하니,
춘운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小姐必在玉皇香案前矣, 丞相千秋萬歲後,
소저필재옥황향안전의 승상천추만세후
“소저는 반드시 옥황상제의 향안香案 앞에 계실 것이니,
승상께서 천추 만세千秋萬歲후에
豈無會合之期哉? 愼勿過哀似傷貴軆.”
기무회합지기재 신물과애사상귀체
어찌 서로 마나실 기약이 없사오리까?
삼가 서러워하시다가 귀체를 상치나 마옵소서.”
丞相曰: “此外小姐又有何言乎?”
승상왈 차외소저우유하언호
승상이 묻기를,
“이 밖에 소저의 다른 말씀은 없었느뇨?”
春雲曰:“雖有自言,
춘운왈 수유자언
이에 춘운이 대답하기를,
“비록 다른 말씀이 있으나,
不可以春雲之口仰達矣.”
불가이춘운지구앙달의
아무래도 춘운의 입으로는 말씀드리기 어렵나이다.”
丞相曰: “言無淺深 汝其悉陳.”
승상왈 언무천심 여기실진
승상이 말하기를,
“말에는 깊고 옅음이 없으니,
너는 그것을 숨기지 말고 다 아뢸지어다.”
春雲曰:
춘운왈
“小姐又謂妾曰, 我與春雲卽一身,
소저우위첩왈 아여춘운즉일신
춘운이 말하기를,
“소저가 또한 첩에게 이르시기를,
‘나와 춘운은 곧 한 몸이니,
尙書若不忘我, 視春雲如吾而,
상서약불망아 시춘운여오이
상서가 만일 나를 잊지 아니하시고
춘운 보기를 나같이 하여
終始勿弃 則我雖入地, 如親受尙書之恩也.”
종시물기 즉아수입지 여친수상서지은야
마침내 버리지 아니하시면
내 몸은, 비록 땅 속으로 들어가되
친히 상서의 은덕을 받는 것과 같으리라’ 하시더이다.”
丞相尤悲曰: “我何忍弃春娘乎?
승상우비왈 아하인기춘낭호
승상이 더욱 슬퍼하며 말하기를,
“내 어찌 차마 춘낭을 버릴 수 있겠느뇨?
况小姐有付托之命, 我雖以織女爲妻,
황소저유부탁지명 아수이직녀위처
하물며, 소저의 부탁하는 명이 있으니,
내가 비록 직녀織女로 아내를 삼고
以宓妃爲妾, 誓不負春娘也.”
이복비위첩 서불부춘낭야
복비宓妃로 첩을 삼을지라도
맹세코 춘낭을 버리지 아니하리라.”
明日天子召見楊丞相 下敎曰:
명일천자소견양승상 하교왈
이튿날 천자가 양승상을 불러 보시고 이르기를,
“頃者爲御妹婚事,
경자위어매혼사
“지난번에 누이의 혼사로 인하여
太后特下嚴旨, 朕心亦不平矣,
태후특하엄지 짐심역불평의
태후께서 엄중한 교지를 내리시어
짐의 마음이 또한 평안하지 못했는데
今聞鄭女已死 而御妹婚事,
금문정녀이사 이어매혼사
이제 들으니, 정녀가 이미 죽으매,
待卿還朝盖久矣,
대경환조개구의
누이의 혼사는 오직 경이 조정에 돌아오기만 오래 기다리시니,
卿雖思念鄭女 死者已矣,
경수사념정녀 사자이의
경이 비록 정가의 딸을 깊이 생각하지만
죽은 자는 그만이고,
卿方少年 堂上有大夫人, 則甘毳之供 不可自當,
경방소년 당상유대부인 즉감취지공 불가자당
경은 아직도 소년이요,
당상堂上에는 대부인이 있은즉
음식을 장만하고 모시는 일을 스스로 담당하지 못할 것이고,
况且大丞相官府女君, 不可無矣,
황차대승상관부녀군 불가무의
하물며 대승상의 관부官府에 여주인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魏國公家廟亞獻, 亦不可闕矣.
위국공가묘아헌 역불가궐의
위국공魏國公의 가묘家廟에 두 번째 잔을 올리는 것을
빠뜨릴 수는 없는 일인지라.
朕已作丞相府及公主宮, 以待成禮之日,
짐이작승상부급공주궁 이대성례지일
짐이 이미 승상부와 공주궁을 짓고
성례의 날을 기다리고 있는데
御妹之婚 今亦不可許乎?”
어매지혼 금역불가허호
누이의 혼사를
지금이라도 또한 허락하지 아니하겠느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