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仍告丞相曰: “狄娘有自多之心,

잉고승상왈 적낭유자다지심

거듭 승상에게 고하기를,

“적낭에게 우쭐거리는 마음이 있사옵기

妾請言狄娘之短處.

첩청언적낭지단처

첩이 적낭의 생각이 부족한 점을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狄娘之初從相公, 盜騎燕王千里馬,

적낭지초종상공 도기연왕천리마

적낭이 처음으로 상공을 좇을 적에

연왕燕王 천리마를 도적질하여 타고

自稱河北少年 欺相公於邯鄲道上,

자칭하북소년 기상공어한단도상

하북 소년河北少年이라 자칭하며

상공을 한단邯鄲의 길 위에서 속였으니,

使鴻娘苟有嬋娟嫋娜之態,

사홍낭구유선연요나지태

홍낭이 진실로 그 모습이 선연하고 자태가 예뻤으면

則相公豈以男子知之乎?

즉상공기이남자지지호

곧 상공께서 어찌 남자로 아셨사오리까?

且承恩於相公之日, 乘夜之昏假妾之身,

차승은어상공지일 승야지혼가첩지신

또한 상공의 사랑을 받던 날,

밤의 어둠을 틈타 첩의 몸을 빌었으니,

此所謂因人成事者也,

차소위인인성사자야

이는 이른 바 다른 사람으로 말미암아 일을 이룬 것이어늘,

今對賤妾有此誇大之言, 不亦可笑乎?”

금대천첩유차과대지언 불역가소호

이제 천첩에 대하여 이렇듯 작은 일을 크게 떠벌리니

어찌 우습지 아니하오리까?”

驚鴻笑曰: “信乎人心之不可測也.

경홍소왈 신호인심지불가측야

경홍이 웃으며 말하기를,

“진실로 사람의 마음이란 측량치 못하겠나이다.

賤妾之未從相公也, 譽之如月殿姮娥,

천첩지미종상공야 예지여월전항아

천첩이 상공을 따르지 아니할 적에는

월전月殿의 항아姮娥처럼 첩의 몸을 칭찬하고 기리더니,

今乃毁之如不直一錢者,

금내훼지여부직일전자

이제는 한 푼의 값어치도 없는 것처럼 헐뜯으니,

此不過丞相待妾於蟾娘故,

차불과승상대첩어섬낭고

이는 승상께서 첩을 대하심이 섬낭보다 못하심으로,

蟾娘欲專相公之寵, 有此妬忌之言也.”

섬낭욕전상공지총 유차투기지언야

섬낭이 상공의 은총을 홀로 차지하고자 내뱉은

투기妬忌 어린 말에 불과하나이다.”

蟾娘及諸娘子皆大笑 鄭夫人曰:

섬낭급제낭자개대소정부인왈

섬낭과 모든 낭자가 다 크게 웃거늘, 정부인이 말하기를,

“狄娘之纖弱非不足也,

적낭지섬약비부족야

“적낭의 부드럽고 가냘픔이 부족함이 아니라 남자로 보였으므로,

自是丞相一雙眸子不能淸明之致也,

자시승상일쌍모자불능청명지치야

이로부터 승상의 한 쌍 눈동자가 청명치 못하여,

鴻娘名價不必以此而低也,

홍낭명가불필이차이저야

홍낭의 이름값이 이로 말미암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려니와,

然蟾娘之言盖是確論. 女子以男服欺人者,

연섬낭지언개시확론 녀자이남복기인자

섬낭의 말은 아마도 확론確論이라.

여자가 남복男服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必無女子之姿態也,

필무녀자지자태야

필연 여자로서의 고운 태도가 없음이요,

男子以女粧瞞人者, 必欠丈夫之氣骨也,

남자이녀장만인자 필흠장부지기골야

남자가 여장으로 사람을 속이는 자는

필연 장부로서의 기골氣骨이 없음이니,

皆因其不足處而逞其許也.”

개인기부족처이령기허야

다 그 부족한 것으로 인하여 그 거짓을 꾸밈이로다.”

丞相大笑曰: “夫人此言盖弄我也,

승상대소왈 부인차언개롱아야

승상이 크게 웃고 말하기를,

“부인의 말은 아마도 나를 희롱함이려니와,

夫人一雙眸子亦不淸明, 能卞琴曲而不能卞男子,

부인일쌍모자역불청명 능변금곡이불능변남자

부인의 한 쌍의 눈동자 또한 청명치 못하여

거문고의 곡조는 분별할 수 있어도,

여복을 입은 남자는 분별할 수 없었던 것이니,

此有耳而無目也, 七竅無一則 其可謂全人乎?

차유이이무목야 칠규무일즉 기가위전인호

이는 바로 귀는 가졌으되 눈이 없는 것이라면

일곱 구멍 중에 하나가 없는 것인즉,

온전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으리오?

夫人雖譏此身之殘劣, 見我凌烟閣畵像者,

부인수기차신지잔열 견아능연각화상자

부인은 비록 이 몸의 잔열殘劣함을 꾸짖었으나

나의 능연각凌烟閣의 화상을 보는 자는

皆稱形軆之壯威風之猛矣.”

개칭형체지장위풍지맹의

다 외모의 웅장함과 위풍이 맹렬함을 칭찬하더이다.”

一座又大笑 蟾月曰:

일좌우대소 섬월왈

모인 사람들이 또 크게 웃거늘, 섬월이 말하기를,

“方與勁敵對陣 豈可徒爲戱談?

방여경적대진 기가도위희담

“바야흐로 강한 적을 맞대하여 진을 칠 터이온데,

어찌 부질없는 희담戱談만 하시나이까?

不可全恃吾兩人, 賈孺人亦同往如何,

불가전시오양인 가유인역동왕여하

오로지 우리 두 사람만 믿기는 어렵사오니

또한 가유인賈孺人도 함께 가는 것이 어떠하오며,

越王非外人 淑人亦何嫌之有?”

월왕비외인 숙인역하혐지유

월왕이 또한 모르는 분이 아니시니,

숙인淑人도 함께 간들 무슨 혐의 있으리까?”

秦氏曰: 桂狄兩娘若入於女進士場中,

진씨왈 계적양낭약입어녀진사장중

진씨가 말하기를,

“계낭, 적낭의 두 낭자가 만일에 여자의 과거장科擧場 중에 들어가면

當效一寸之力矣, 歌舞之場安用妾哉?

당효일촌지력의 가무지장안용첩재

내 마땅히 미력한 힘이나마 도우려니와,

가무하는 마당에서 첩을 어디다 쓰리오?

此所謂駈市人而戰也, 桂娘必不能成功也.

차소위구시인이전야 계낭필불능성공야

이는 이른바 시정아치를 몰아가 싸우는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

계낭은 반드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리라.”

春雲曰: “春雲雖無歌舞之才,

춘운왈 춘운수무가무지재

춘운이 말하기를,

“춘운이 비록 가무에 재주 없으나

惟妾一身貽笑於人 則不過爲妾身之羞,

유첩일신이소어인 즉불과위첩신지수

오직 첩의 한 몸이 남에게 비웃음을 받으며

곧 첩의 몸이 수치를 당할 뿐이라면,

豈不欲觀光於盛會哉,

기불욕관광어성회재

어찌 성대한 모임을 구경코자 하는 마음이 없으리오마는,

妾若隨去則人必指笑曰, 彼乃大丞相魏國公之妾也,

첩약수거즉인필지소왈 피내대승상위국공지첩야

첩이 만일 따라가면 곧 사람들이 필연 손가락질을 하며

‘저는 이에 대승상 위국공의 첩이요,

鄭夫人及公主之媵也.

정부인급공주지잉야

정부인과 공주의 잉첩이라’ 하면서 비웃을 터이니,

然則此貽笑於相公也, 貽憂於兩嫡也,

연즉차이소어상공야 이우어양적야

이는 곧 상공께 비웃음을 끼치고

두 정실 부인께 근심을 남김이니,

春雲決不可往矣.”

춘운결불가왕의

춘운은 결단코 가지 못하리로다.”

公主曰: “豈以春娘之去而相公被笑於人,

공주왈 기이춘낭지거이상공피소어인

공주가 말하기를,

“어찌하여 춘운이 가는 것으로

상공께서 타인들에게 비웃음을 받으리오.

我亦因君而有憂乎?”

아역인군이유우호

또 우리가 그대로 말미암아 근심이 있으리오?”

春雲曰: “平鋪彩錦之步障,

춘운왈 평포채금지보장

춘운이 대답하기를,

“채색으로 된 비단 보장步障을 나란히 펼치고

高褰白雲之帳幕人皆曰,

고건백운지장막인개왈

흰 구름의 장막을 높이 걷으면 사람들이 말하되,

楊丞相寵妾賈孺人來矣, 騈肩接武爭先縱觀,

양승상총첩가유인래의 병견접무쟁선종관

‘양승상의 총첩 가유인賈孺人이 온다.’하며

어깨를 비비대고 발꿈치를 돋우며 앞을 다투어 구경하거늘,

及其移步登筵 乃蓬頭垢面也.

급기이보등연 내봉두구면야

마침내 걸음을 옮겨 자리에 오르매

이에 ‘쑥대강이에 때 묻은 얼굴[蓬頭垢面]’이라.

然則人皆大驚大咤, 以爲楊丞相有鄧都子之病也,

연즉인개대경대타 이위양승상유등도자지병야

그런즉, 사람들이 모두 크게 놀라 내뱉기를

‘양승상이 등도자鄧都子와 같은 병이 있도다.’하니,

此非貽笑於相公乎,

차비이소어상공호

이 어찌 상공께서 비웃음을 받으심이 아니며,

至於越王殿下, 平生未嘗見累穢之物,

지어월왕전하 평생미상견루예지물

월왕 전하는,

일찍이 평생에 누추하고 더러운 물건을 보지 못하였기로

見妾必嘔逆而氣不平矣, 此非貽憂於娘娘乎?”

견첩필구역이기불평의 차비이우어낭낭호

첩을 보시면 필연 구역질이 나서 심기가 편치 않으실 터이니,

이 또한 마마께 근심이 아니리이까?”

公主曰: “甚矣春娘之謙也!

공주왈 심의춘낭지겸야

공주가 말하기를,

“춘운의 겸손함이 너무 심하다!

春娘昔者以人而爲鬼, 今欲以西施而爲無塩,

춘낭석자이인이위귀 금욕이서시이위무염

춘낭이 옛적에는 사람으로 귀신이 되더니,

이제는 서시西施같은 미녀로서 무염無塩같은 추부醜婦가 되고자 하니

春娘之言無足可信也.”

춘낭지언무족가신야

춘낭의 말은 아무래도 믿지 못하겠도다.”

乃問於丞相曰: “答書以何日爲期乎?”

내문어승상왈 답서이하일위기호

이에 승상에게 묻기를,

“상공은 답서에 어느 날로서 기약하셨나이까?”

丞相曰: “約以明日會矣.”

승상왈 약이명일회의

승상이 대답하기를,

“내일로 모임을 기약하였나이다.”

'고전문학 > 구운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운몽 86  (0) 2011.03.01
구운몽 85  (0) 2011.03.01
구운몽 83  (0) 2011.02.26
구운몽 82  (0) 2011.02.26
구운몽 81  (0) 2011.02.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