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왕각시 병서(滕王閣詩 並序)

- 왕발(王勃, 650-676), 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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騰王閣序之序

 

唐高祖子元嬰爲洪州刺史 置此閣 時封騰王 故曰騰王閣*

당 고조 이연(李淵)의 아들이자 이세민의 동생인 원영이 홍주 자사가 되어 이 각을 세웠다. [영휘 4년,653]

그 때에 그가 등왕에 봉해졌기 때문에 등왕각*이라 불렀다.

*악양루, 황학루와 함께 강남의 3대 누각으로 이름높다.

 

咸亨二年 閻伯嶼爲洪州牧 大宴于此 宿命其壻 以誇客

함형 2년(671년)에 염백서가 홍주의 목사가 되어 등왕각을 중수하고 여기서 큰 잔치를 했는데

손님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그 사위 오자장(吳子章)에게 글을 준비해오도록 미리 명하였다.

 

因出紙筆遍請客 莫敢當

종이와 붓을 내어와 손님들에게 두루 청하였으나 감당하지 못하였다.

 

勃在席最少 受之不辭

왕발은 자리에서 가장 어렸으나 사양하지 않고 종이와 붓을 받았다.

 

都督怒 遣吏伺其文

도독이 화가 나서 아전을 보내어 그 글을 엿보게 하였다.

 

輒報 一再報 語益奇 乃瞿然曰 天才也

문득 알리고 다시 알려 왔는데 말이 갈수록 뛰어났고 마침내 놀라 멍하여 "하늘이 낸 재주로구나"하였다.

 

請遂成文 極歡而罷

글을 완성하라 청하고 즐거움이 다하고 모임을 마쳤다.

 

勃字子安少有逸才 高宗召爲博士 因作鬪鷄檄文 高宗怒 謂有交構之漸乃黜

왕발의 자는 자안이고 어려서부터 빼어난 재주가 있어 고종이 불러 박사를 시켰으나,

"투계격문"을 지은 일로 고종이 노하여 이간질의 조짐이 있다 말하고 이에 왕발을 내쳤다. [유배]

 

後到父任所 省侍 道過鍾離 九月九日 會此而作此序

뒤에 아버지의 임지인 교지[베트남]에 부모를 모시기 위해 가다가 종리에 들러 9월 9일 여기에 모여

이 서를 지었다.

 

등왕각시 병서(滕王閣詩 並序)

 

南昌故郡

(남창고군)이오 -

이곳은 옛 남창(南昌)고을 이었는데,

洪都新俯

(홍도신부)라 -

새로 새운 도독부의 소재 홍도(洪都)라네.

 

星分翼軫

(성분익진)하고 -

별자리로는 28수중 익성(翼星)과 진성(軫星)에 해당하는 땅으로,

地接衡廬

(지접형려)하니 -

서쪽은 형산(衡山)에 접해 있고, 북으로는 여산(廬山)에 접해 있고.

 

襟三江而帶五湖

(금삼강이대오호)하고 -

세 강이 옷깃처럼 두르고 다섯 호수가 띠처럼 둘러져 있으며.

*형강(荊江),송강(松江), 절강(浙江)의 세 강이 굽이돌아 흘러가고, 태호(太湖), 파양호(番+邑陽湖),

청초호(靑艸湖), 단양호(丹陽湖), 동정호(洞庭湖)의 다섯 호수가 산허리에 걸린 구름처럼 자리잡고 있다.

控蠻荊而引甌越

(공만형이인구월)이라 -:

이 곳은, 형만을 누르고 구월을 끌어당기는 위치이기도 하다네.

 

物華天寶

(물화천보)니 -

이곳 물산의 정화는 하늘이 내린 보배이니

龍光射牛斗之墟

(용광사우두지허)하고 -

용천검의 광채가 견우성과 북두성 사이를 쏘았고

人傑地靈

(인걸지영)이니 -

인물 걸출하고, 땅은 영기가 있어

徐孺*下陳蕃之榻

(서유하진번지탑)이라 -

서유는 태수인 진번(陳蕃)조차 걸상을 내려주며 맞아들였다네.

*평소 손님을 접대할 줄 모르는 진번(陳蕃)조차도 그 덕을 흠모하여 손수 걸상을 내려 맞이하였다고 하는, 만민의 우러름을

한몸에 받던 서치(徐穉)가 바로 이 땅에서 났다.

 

雄州霧列

(웅주무열)하고 -

경치 좋은 주(州)와 군(郡)이 안개처럼 즐비하고

俊彩星馳

(준채성치)하니 -

문채가 뛰어난 인물들이 밤하늘의 뭇 별처럼 찬란하게 활약하니

 

臺隍枕夷夏之交

(대황침이하지교)하고 -

이 곳 누대(樓臺)와 성 밑의 못은 초(楚)나라와 중화(中華)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賓主盡東南之美

(빈주진동남지미)라 -

이 곳 등왕각에 모인 많은 빈객(賓客)과 주인은 동남의 훌륭한 인물들이라네.

 

都督閻公之雅望

(도독염공지아망)은 -

도독 염공의 고상한 인망을 갖추어

棨戟遙臨

(계극요임)하고 -

계극을 앞세우고[의장용 창을 줄지어 앞세우고] 멀리서 부임해왔다

 

宇文*新州之懿範

(우문신주지의범)은 -

우문은 신임태수로 부임하던 중에

*새로 예주의 태수가 되어 훌륭한 위의(威儀)를 갖추고 임지로 가던 우문균(宇文鈞)이 잠시 수레를

멈추고 오늘 이 등왕각의 잔치에 참가하였다.

襜帷暫駐

(첨유잠주)라 -

휘장을 걷고 잠시수레를 멈추었다

 

十旬休暇

(십순휴가)하니 -

마침 천자께서 내리신 십순의 휴가날이라

勝友如雲

(승우여운)이오 -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千里逢迎

(천리봉영)하니 -

천리 먼 곳의 사람들도 맞아들이니

高朋滿座

(고붕만좌)라 -

인품이 높은 친구들이 자리에 가득했다.

 

騰蛟起鳳

(등교기봉)은 -

솟아오르는 교룡 같고 날아오르는 봉황새 같은 친구들은

孟學士*之詞宗

(은맹학사지사종)이오 -

맹학사는 문장의 대가이고

*孟學士(맹학사)- 猛은 姓, 이름은 모름, 學士는 翰林院 學士. 문인의 최고 직위.

 

紫電淸霜

(자전청상)은 -

자줏빛 번개 같고 차가운 서릿발 같은 지조를 갖춘 인물들은

王將軍之武庫*

(왕장군지무고)라 -

없는 무기가 없는 왕장군의 무기고처럼 유능한 인재들이다.

*王將軍(왕장군)- 문인으로 든 맹학사에 對하여 무인으로 王氏를 든 것인데,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武庫(무고)- 武器庫에는 없는 것이 없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才智와 武勇을 갖춤이 무기고에 무기를 갖추어 놓은 것 같다는 뜻.

 

家君*作宰

(가군작재)하니 -

우리 아버님이 현령이 되시니

*家君(가군)- 왕발이 자기의 家親인 王福畤(왕복치)를 일컬은 것.

왕발의 <鬪鷄檄文>으로 인하여 交趾(오늘날 월남 북부)令에 좌천됨.

왕발은 高宗 上元 2년에 좌천된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뱃길을 따라 남창에 왔다가, 당시 도독이었던

閻伯嶼(염백서)가 베푸는 등왕각 중수식에 참석함.

路出名區

(로출명구)라 -

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에 유명한 이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童子何知

(동자하지)하여 -

어린 제가 무엇을 알아서

躬逢勝餞

(궁봉승전)리라 -

이 훌륭한 잔치를 만났겠습니까?

 

儼驂騑於上路

(엄참비어상로)하여 -

길가에 말 네 필을 위엄있게 치장하여

訪風景於崇阿

(방풍경어숭아)라 -

높은 산으로 풍광을 찾아갔다.

 

臨帝子之長洲

(임제자지장주)하여 - 제자의 땅 장주에 임하니

得仙人之舊館

(득선인지구관)이라 - 선인의 옛 관저가 있었다

 

層巒聳翠

(층만용취)하니 - 중첩한 산봉우리들은 비취빛을 띠고 솟아있고

上出重霄

(상출중소)하고 - 위로 솟아올라 높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飛閣流丹

(비각류단)하니 - 나는 듯한 누각에 단청빛이 흐르고

下臨無地

(하임무지)라 - 아래를 보니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鶴汀鳧渚

(학정부저)는 - 학이 노는 물가와 오리가 노니는 물가는

窮嶋嶼之縈廻

(궁도서지영회)하고 - 섬을 둘러 끝없이 이어져 있고

 

桂殿蘭宮

(계전란궁)은 - 계수나무 궁전과 목란 궁궐이

列岡巒之體勢

(열강만지체세)라-언덕과 산봉우리의 형세를 따라 줄지어 있다

 

披綉綉闥

(피수수달)하고 - 채색한 작은 문을 열고

俯雕甍

(부조맹)하니 - 조각한 용마루를 얹은 누각을 굽어보니

 

山原曠其盈視

(산원광기영시)하고 - 산과 들은 광활하여 그것이 시야에 가득하고

川澤盱其駭矚

(천택우기해촉)이라 - 시내와 못은 광대하여 보는 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閭閻撲地

(여염박지)하니 - 촌락이 땅에 늘어서 있어

鍾鳴鼎食之家

(종명정식지가)오 - 종을 울려 모으고 솟을 걸어놓고 식사하는 큰 집안도 있다

 

舸艦迷津

(가함미진)하니 - 큰 배와 전함들이 나루터에서 왔다갔다하니

靑雀黃龍之舳

(청작황룡지축)이라 - 청작과 황룡을 그린 뱃고물이 보인다

 

虹銷雨霽

(홍소우제)하니 - 무지개 사라지고 비도 개니

彩徹雲衢

(채철운구)라 - 햇살이 구름 사이에서 드러난다

 

落霞與孤騖齊飛

(낙하여고무제비)하고 - 저녁노을은 짝 잃은 기러기와 나란히 날고

秋水共長天一色

(추수공장천일색)이라-가을 물빛은 높은 하늘과 같은 색이다.

 

魚舟唱晩

(어주창만)하니 - 고기잡이배에서 저녁에 노래부르니

響窮彭蠡之濱

(향궁팽려지빈)하고 - 그 울림이 팽려의 물가까지 들려오고

 

鴈陣驚寒

(안진경한)하니 - 기러기떼 추위에 놀라

聲斷衡陽之浦

(성단형양지포)라 - 그 소리가 형양의 포구까지 멀어진다

 

遙吟俯暢

(요음부창)하니 - 아득히 읊조리며 구부리며 펴고하니

逸興遄飛

(일흥천비)라 - 편안한 흥취가 제빨리 날듯이 일어난다

 

爽籟發而淸風生

(상뢰발이청풍생)하고 - 상쾌한 소리 들려오니 맑은 바람 일고

纖歌凝而白雲遏

(섬가응이백운알)이라 - 고운 노랫소리 엉기어 흰 구름까지 닿는다

 

睢園綠竹

(휴원록죽)은 - 휴원의 푸른 대나무는

氣凌彭澤之樽

(기릉팽택지준)이오 - 그 기상은 팽택령 도연명의 술잔을 능가하고

*옛날 양(梁)나라의 효왕(孝王)이 만든 휴원처럼 푸른 대나무가 무성한데, 그 푸른 대나무의 향기는,

왕홍(王弘)이 도연명에게 보내 주었던 술의 향기보다 드높다.

 

鄴水朱華

(업수주화)는 - 업수가의 붉은 연꽃은

光照臨川之筆

(광조임천지필)이라 - 그 빛 임천내사의 붓을 비춘다

*등왕각 연못에 핀 연꽃은, 뛰어난 문사 조식이 읊던 업수의 연꽃인 양, 임천의 내사(內史)였던

왕희지의 웅필과 서로 비추어 찬연히 빛을 발한다.

 

四美具

(사미구)하고 - 오늘 이 자리가 네 가지 아름다움을 다 갖추고

*四美:양신(良辰 좋은 때), 미경(美景 아름다운 경치)

상심(賞心그것을 감상하는 즐거운 마음), 낙사(樂事 즐거운 일)

네 가지 좋은 일,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의 기쁜 날, 더없이 아름다운 등왕각의 경치, 또 그것을

완상(玩賞)하는 그윽한 마음, 그리고 미주(美酒)와 시가(詩歌)에 음악이 어우러진 환락(歡樂)

二難*幷

(이난병)하니 - 두 가지 어려운 것도 함께 갖추었으니

*이난(二難):현주(賢主)와 가빈(佳賓)이 만나는 것.

 

窮睇眄於中天

(궁제면어중천)하고 - 하늘 중천까지 눈길 다 주고

極娛遊於暇日

(극오유어가일)이라 - 한가한 날에 마음껏 즐겨 논다

 

天高地逈

(천고지형)하니 - 하늘은 높고 땅은 아득하니

覺宇宙之無窮

(각우주지무궁)이오 - 우주가 무궁광대함을 깨달았도다.

 

興盡悲來

(흥진비래)하니 -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니

識盈虛之有數

(식영허지유수)라 - 차고 비는 것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 알았도다

 

望長安於日下

(망장안어일하)하고 - 멀리 태양아래 있는 장안을 바라보며

指吳會於雲間

(지오회어운간)이라 -구름 사이에 있는 오군과 회계군을 가리켜본다

 

地勢極而南溟深

(지세극이남명심)하고 - 지세가 다하니 남쪽 바다가 깊고

天柱高而北辰遠

(천주고이북신원)이라 - 하늘기둥은 높고 북극성은 멀리도 하다

 

關山難越

(관산난월)하니 - 관산은 넘기가 어려우니

誰悲失路之人

(수비실로지인)고 - 누가 길 잃은 사람을 슬퍼해 주리오.

 

萍水相逢

(평수상봉)하니 - 부평초와 물이 만났으니

盡是他鄕之客

(진시타향지객)이라 - 이들 모두가 타향의 길손이로다. [잔치가 끝나면 뿔뿔이 흩어진다.]

 

懷帝閽而不見

(회제혼이불견)하니- 제왕의 궁문을 그리워해도 보이지 않으니

奉宣室*以何年

(봉선실이하년)가 - 어느 해라야 선실에서 봉명할까.

*한(漢)나라의 가의(賈誼)는, 한때 참소를 입어 장사(長沙)로 쫓긴 몸이 되었으나, 그의 재주를 아낀

문제(文帝)가 다시 불러 선실(宣室) 궁전에서 봉사하였다고 한다. 나 왕발은, 천자가 계신 궁궐문의

문지기를 만나려 해도 이룰 수 없으니, 어느 세월에 가의처럼 죄가 풀리어 천자를 받들어 모실 것인가.

 

嗚呼

(오호)라 -: 아아

時運不齊

(시운불제)하고 - 시운이 고르지 못하고

命途多舛

(명도다천)하여 - 운명은 어긋나는 일이 많구나

 

馮唐*易老

(풍당이노)하고 - 풍당은 등용되기 전에 늙기 쉬웠고

*馮唐(풍당)은 효도로써 명성을 얻어 한나라 문제 때에 중랑서장(中郞署長)을 역임한 이래 경제 때

까지 중앙 고위관직을 담당하였음. 이후 한 무제가 즉위한 후 풍당을 발탁하려 하였지만 이미 나이

90이 넘은 상태라 부득이 관직에 나가지 못하였고 대신 풍당의 아들 풍수(馮遂)가 기용되었음.

따라서 풍당의 고사는 연로한 신하가 자신의 노쇠함을 비유하는 근거로 자주 이용되었음.

李廣*難封

(이광난봉)이라 - 이광은 공적이 있어도 봉해지기 어려웠다

*이광(李廣)은 문제 때 흉노를 70여 차례나 쳐 큰 공을 쌓았지만, 끝내 제후로 봉(封)해지지 못했다.

 

屈賈誼*於長沙

(굴가의어장사)는 - 굴원과 가의가 장사에 지내야 했음은

*한(漢)나라의 가의(賈誼)는, 한때 참소를 입어 장사(長沙)로 쫓긴 몸이 되었으나, 그의 재주를 아낀

문제(文帝)가 다시 불러 선실(宣室) 궁전에서 봉사하였다고 한다.

非無聖主

(비무성주)요 - 성군이 없었음이 아니었도다

 

竄梁鴻*於海曲

(찬양홍어해곡)은 - 양홍이 바닷가에서 숨어산 것은

豈乏明時

(기핍명시)아 - 어찌 밝은 시대가 부족한 것이겠는가.

*위(魏)나라의 양홍(梁鴻)은 무제에게 중용(重用)되었다가 간신들의 참소를 만나 북해의 양곡(陽曲)

으로 유배되었는데, 그것이 어찌 밝은 세상이 다하여 그랬다고 할 수 있겠는가.

 

所賴君子安貧

(소뢰군자안빈)하고 - 내가 믿는 바, 군자는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達人知命

(달인지명)이라 - 달인은 자기의 천명을 안다

 

老當益壯

(로당익장)하니 - 늙어질수록 더욱 강해진다면

寧知白首之心

(영지백수지심)고 - 어찌 노인의 마음을 알겠는가

 

窮且益堅

(궁차익견)하니 - 가난할수록 더욱 굳세어진다면

不墮靑雲之志

(불타청운지지)라 - 청운의 뜻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酌貪泉而覺爽*

(작탐천이각상)하고 -:탐천의 물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끼고

*누구든지 광주(廣州) 땅 탐천(貪泉)의 샘물을 마시면 탐욕이 생긴다고 하지만, 자신의 마음만 곧고

결백하다면 그 물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낄 것이다.

處涸轍以猶懽

(처학철이유환)이라 - 곤궁함에 처해도 오히려 기쁠 것이다

 

北海雖賖

(북해수사)나 - 북해가 비록 아득하여도

扶搖可接

(부요가접)이오 -회오리바람을 타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東隅已逝

(동우이서)나 - 젊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지만

桑楡非晩

(상유비만)이라 -노년기는 아직 아니도다

 

孟嘗高潔

(맹상고결)은 - 맹상은 성품이 고결하나

空懷報國之心

(공회보국지심)이오 - 공연히[부질없이] 나라에 보답할 마음만 가졌고

 

阮籍猖狂*

(완적창광)은 - 완적은 미친 듯이 행동하였으니

*진나라 사람으로 자를 사종(嗣宗)이라 하며, 당시 노자, 장자의 허무사상을 즐겨 죽림(竹林)에 모여 청담을 일삼던 죽림칠현 가운데 한 사람이다. 술을 즐겨 예법에 구애받지 아니하므로 창광(猖狂)이라고 하였다.

豈效窮途之哭*

(기효궁도지곡)가 - 어찌 길 끝난 시골에서의 통곡을 본받겠는가

*완적이 때로 혼자서 수레를 타고 인적이 없는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세상을 비관하며 통곡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참고] 阮籍 완적

:중국 삼국시대의 위(魏)나라 사상가, 문학자 겸 시인. 많은 기행 중 ‘청안백안(靑眼白眼)’의 고사는 유명하다.

裵楷往弔之 籍散髮箕踞 醉而直視 楷弔喭畢便去

배해왕조지 적산발기거 취이직시 해조언필변거

배해(裵楷)가 가서 그를 조문하자,

완적(阮籍)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두 다리를 뻗고 앉아서는, 취한채로 똑바로 쳐다보았다.

해는 조문하는 애도의 말을 마치자 바로 갔다.

* 箕踞 [기거] 두 다리를 뻗고 앉음. * 喭: 애도할 언. * 便; 곧 변.

 

或問楷 凡弔者 主哭客乃爲禮 籍旣不哭 君何爲哭

혹문해 범조자 주곡객내위례 적기불곡 군하위곡

혹자가 해에게 묻기를

“무릇 조문하는 자는 상주가 곡하면 손님은 이에 예를 하는 법인데 적이 이미 곡하지도 않고 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곡을 하였는가?” 하였다.

 

楷曰 阮籍旣方外之士 故不崇禮典 我俗中之士 故以軌儀自居

해왈 완적기방외지사 고불숭례전 아속중지사 고이궤의자거

해가 말하기를 “완적은 이미 도가의 선비인 까닭에 예전을 숭상하지 않는다.

나는 속중의 선비인 까닭에 예절을 좇아 스스로 거처한다.” 하였다.

* 方外 [방외] 유가(儒家)에서, 불가(佛家)나 도가(道家)를 이르는 말.

* 禮典 [예전] 1 예의에 관한 법칙. 2 <책명>육전(六典)의 하나. 예조(禮曹)의 예악(禮樂), 제사(祭祀), 연향(宴享), 조빙(朝聘),

학교(學校), 과거(科擧) 따위의 여섯 가지 사무를 규정한 책이다.

* 軌: 좇을 궤. * 儀: 예절 의.

 

時人歎爲兩得 籍又能爲靑白眼 見禮俗之士 以白眼對之

시인탄위양득 적우능위청백안 견례속지사 이백안대지

당시의 사람들은 양득하는 것을 탄식하였으며, 적도 또한 청백안 할 수 있었으니,

예속의 선비를 보면 백안으로써 그를 대하였다.

* 兩得 [양득] =일거양득 [一擧兩得] 한 가지 일을 하여 두 가지 이익을 얻음. ≒양득·일거이득.

* 靑眼 [청안] 좋은 마음으로 남을 보는 눈.

* 白眼 [백안] 1업신여기거나 냉대하여 흘겨보는 눈.

* 禮俗 [예속] 예의범절에 관한 풍속.

 

及嵇喜來弔 籍作白眼 喜不懌而退

급혜희내조 적작백안 희불역이퇴

혜희(嵇喜)가 조문을 와서 이르자, 적이 백안을 지으니, 희는 기뻐하지 않고 물러났다.

* 懌: 기뻐할 역.

 

喜弟康聞之 乃齎酒挾琴造焉 籍大悅 乃見靑眼

희제강문지 내재주협금조언 적대열 내견청안

희의 아우 강이 그것을 듣고, 곧 술을 지니고 거문고를 끼고 와 이에 벌여놓자,

적은 크게 기뻐하며 비로소 청안을 보였다.

 

勃(발)은 三尺微命(삼척미명)이오 -

왕발은 삼척 작은 키의 미천한 사람으로

一介書生

(일개서생)이라 - 일개 서생에 지나지 않는지라

 

無路請纓

(무로청영)하니 -밧줄을 청할 길 없으니, 곧 벼슬을 청할 길 하나 없으니

終軍*之弱冠

(등종군지약관)이오 - 종군의 약관 때의 일을 기다려도 보고

*한(漢) 나라 때 남월왕(南越王)을 입조(入朝)하게 하기 위해 남월로 사신을 보낼 적에 종군(終軍)

자청하기를 “바라건대 긴 끈을 주옵소서. 제가 반드시 남월왕을 묶어 궐하에 끌어오겠습니다.” 하였다.

 

有懷投筆

(유회투필)하니 - 붓을 던질까 생각해 보았으니

宗慤*之長風

(모종각지장풍)이라 - 종각의 장풍을 부러워도 했다 .

*승풍파랑(乘風破浪):중국 남북조시대 송나라 장수였던 종각(宗慤)이 위기 때마다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우며 난관을 헤쳐 나가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舍簪笏於百齡

(사잠홀어백령)하고 - 백 살이 될 때까지 벼슬할 생각 버리고

奉晨昏於萬里

(봉신혼어만리)라 - 만리 먼 곳에 계신 부모님 안부를 받들리라

 

非謝家之寶樹

(비사가지보수)나 - 나는 사씨 집안에서 받드는 보배로운 나무 같은 사현은 아니지만

*사가(謝家)는 진(晋)나라 사현(謝玄). 숙부 사안(謝安)이 마치 보옥을 귀중히 여기듯 사현의 기량을

귀중하게 여기던 차 하루는 그에게 그의 염원하는 바를 물었다. 이에 현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비유하자면 영지와 난초 등 향기로운 옥수(玉樹)를 뜰 안 층계 아래 나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곧 훌륭한 자제가 나기를 원하는 것이니, 이것은 사씨 집안의 보수(寶樹)라고 할 만한 현능한 자제를

가리킨 말이다.

接孟氏之芳隣

(접맹씨지방린)이라 - 맹자처럼 좋은 이웃은 만나리라

 

他日趨庭

(타일추정)하야 - 훗날 뜰을 종종걸음으로 지날 때

叨陪鯉對*

(도배리대)라 - 공자의 아들인 리(鯉)가 배운 것처럼 나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리라

*이(鯉)는 공자의 아들 백어(伯魚)의 이름, 대(對)는 대답이란 말이다. 이 대문은「논어」계씨편

나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 근거한 것이다.

공자의 제자 진항(陳亢)이 공자의 아들 백어에게 물었다. "그대는 선생님의 아들이라 특별히 배운 것이

있겠습니다"고. 이때 백어가 대답하였다. "특별히 배운 것이라곤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 아버님께서

혼자 뜰에 계실 때 종종걸음으로 뜰 앞을 지나가려 하자 아버님께서 ‘「시경」과 「예기」를 배웠느

냐?’고 물으셨습니다. ‘아직 배우지 못하였습니다’고 여쭈었더니, 아버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으로서 「시경」을 배우지 않는다면 그 누구와도 말을 할 수가 없고, 「예기」를 배우지 않는다면

사람 노릇을 할 수가 없다’고. 그래서 돌아와 「시경」과 「예기」를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今晨捧袂

(금신봉몌)하니 - 오늘 소매를 받쳐 들고

喜托龍門*

(희탁용문)이라 - 용문에 기탁하니 기쁘도다

*託龍門(탁룡문)- 후한(後漢)의 이응(李膺)이 성품이 고결한 것으로 이름이 높으며 또 스스로 높은 체

뽐내어 웬만한 사람과는 사귀지를 않았다. 그래서 당시 선비들은 모두가 이응의 접대를 받는 것을 퍽

영광스럽게 여겨 이것을 일러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하였다.

용문이란 황하(黃河)의 상소에 있는 급류로

어쩌다 큰 잉어가 여기를 올라가게 되면 곧 용으로 화한다고 한다.

여기서 뜻을 얻어 크게 영달함을

등용문에 비유하게 된 것이다.

이 대문은 염백서(閻伯嶼)를 비유하고, 발 자신을 용문에 오른 잉어에 비유하여

그날, 등왕각의 연회에 참석하여 백서를 만나게 됨을 영광스럽게 여기며

그지없이 기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楊意*不逢

(양의불봉)하니 - 양득의를 만나지 못하여

*楊意(양의)-漢나라 무제때 구감을 지낸 양득의(楊得意)를 말함.

 

撫凌雲*而自惜

(무릉운이자석)이오- 능운부를 어루만지며 스스로 애석해한다

*凌雲(능운)-한나라 무제 때, 사마상여가 지은 대인부(大人賦-凌雲之賦)를 말함. 凌雲은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뜻. 또는 속세를 떠난다는 뜻.

 

[통석]今晨捧袂~ 撫凌雲*而自惜

나는 오늘, 의관을 갖추고 이 큰 잔치에 참석하여 주인 염공(閻公)을 만나뵙게 되니,

염공은 다름아닌 용문(龍門)이요 나는 용문에 오른 잉어라,

영광스럽고 기쁜 마음 한량없다.

한(漢)의 무제가 사마상여(司馬相如)의 <자허지부(子虛之賦)>를 읽고 감탄하여

상여를 그리워하자, 무제를 모시던 양득의(楊得意)가 상여를 추천하였다 하는데,

나는 이제까지 양득의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부질없이 상여의 <능운지부(凌雲之賦)>를 읊조리며 자신의 불우함을 애석히 여겨 왔을 뿐이다.

 

鍾期*旣遇

(종기기우)하니 - 백아(伯牙)는 종자기를 이미 만났으니

*鍾期(종기)-춘추시대 楚나라 사람 鍾子期를 말함.

奏流水以何慙

(주류수이하참)고- 흐르는 강물을 연주하여 무엇이 부끄러운가

*奏流水(주유수)-흐르는 강물을 연주하다. 伯牙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면서 거문고를 타자 종자기가,

"양양(洋洋)한 강하(江河)같구나."라고 말했다고 함.

 

嗚呼

(오호)라 : 아아

勝地不常

(승지불상)이오 - 명승지는 항상 있지 않고

盛筵難再

(성연난재)니 - 성대한 잔치는 다시 만나기 어렵나니

 

蘭亭*已矣

(난정이의)오 - 난정은 이이 버려졌고

*蘭亭(난정)-절강성 소흥(紹興) 서남쪽에 있는 정자이름. 晉나라의 王羲之가 명사들과 모여 주연을

베풀고 시를 짓던 곳.

梓澤*丘墟

(재택구허)라 - 재택은 페허가 되었도다.

*梓澤(재택)-晉나라의 石崇이 환락을 누리던 金谷園의 별명.

李白의 〈春夜宴桃李園序〉에도 언급되었다. 丘墟- 폐허. 빈터.

*진(晉)의 왕희지가 명사들과 더불어 주연(酒宴)을 베풀고 시를 짓던 난정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고,

진(晉)의 석숭(石崇)이 벌주(罰酒) 삼배(三杯)를 돌리며 환락을 누리던 재택(梓澤)의 금곡원(金谷園)

또한 폐허가 된 지 오래이니, 오늘날 등왕각만한 곳을 다시 또 어디서 찾아볼 수 있으랴.

 

臨別贈言

(임별증언)하니 - 이별에 임하여 말씀을 올림은

幸承恩於偉餞

(행승은어위전)이오 - 다행히 큰 잔치에 은혜를 받았기 때문이오

 

登高作賦

(등고작부)하니 - 높은 곳에 올라 부를 짓는 것,

是所望於群公

(시소망어군공)이라 - 이것이 여러 공들에게 바라는 바이니

 

敢竭鄙誠

(감갈비성)하여 - 감히 저의 보잘것없는 정성을 다하여

恭疎短引

(공소단인)이라 - 공손히 짧게 지으니

*恭疏短引(공소단인)-삼가 짧은 서문(序文)을 짓다. 引은 서문.

 

一言均賦

(일언균부)하니 - 한 편의 시부를 지어

四韻俱成

(사운구성)이라 - 넉 자 韻[8구]으로 서문과 함께 아래 시를 읊는도다.

 

 

 

滕王高閣臨江渚

(등왕고각임강저)하니 - 등왕각 높은 누각 강가에 서 있는데

 

佩玉鳴鑾罷歌舞

(패옥명란파가무)라 - 패옥의 방울 소리에 가무가 끝나가네.

*佩玉(패옥)-사대부가 허리에 차는 옥. 걸을 때마다 서로 부딪혀 소리가 난다.

鳴鑾(명란)- 수레를 끄는 말의 고삐에 다는 방울 소리.

畵棟*朝飛南浦雲

(화동조비남포운)이오 -단청된 용마루에 아침 구름 날아오르고

*畵棟(화동)-아름다운 집의 용마루.

朱簾暮捲西山雨

(주렴모권서산우)라 - 붉은 주렴은 저녁에 서산의 비를 거두네.

 

閑雲潭影日悠悠

(한운담영일유유)하니 - 한가한 구름 못에 비치고 맑은 해 아득한데,

 

物換星移*度幾秋

(물환성이도기추)아 - 해 바뀌고 별 지니 몇 해가 지났는가

*星移(성이)-별의 위치가 옮겨지다. 곧 세월이 지나감을 말함.

閣中帝子今何在

(각중제자금하재)오 - 누각 세운 주인장은 지금 어디 있는가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류)라 - 난간 밖 긴 강물만 속절없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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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발(王勃), 등왕각시서(滕王閣詩序)

http://blog.naver.com/brucelee55/150078052385 등왕각서_왕발(滕王閣序_王勃)/고문진보 후집 《滕王閣序》作者 王勃 雕像 왕발王勃(650 - 677... blog.naver.com 《滕王閣序》作者 王勃 雕像 王勃_ 滕王閣詩序 왕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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