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荒蕪地' 읽기 24

 

V. What the Thunder Said 우[雨雷]가 말한 것 05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이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우뢰소리
살아있던 그분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도는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 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하네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이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이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물은 있고
바위 없다면
바위 있고
물도 있다면
그리고 그 물이
그 샘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다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아니고
마른 풀잎들 노래 아니라
바위 위 흐르는 물소리라면
하지만 거기 소나무 위 봉작[蜂雀]새
뚜닥 또닥 뚜닥 또닥 또닥 또닥 또닥
울어대지만 물은 없구나

항상 그대 곁 걸어가는 제 3의 인물은 누구인가?
헤아려보면 오로지 그대와 나 둘뿐
그러나 저 앞 하얀 길 올려다보면
항상 그대 곁을 걷는 또 한 사람
황토 빛 망토 두르고 두건 가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미끄러지듯
그대 곁을 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하늘 높이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탄식 같은 중얼거림
갈라진 대지에선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넘어,
지평선만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곳으로
두건 뒤집어쓰고 우글거리며 몰려오는 저들은 누구인가
산 너머엔 무슨 도시들 있기에
보랏빛 하늘아래 총성과 혁명 터지는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여라

한 여인이 그녀의 긴 머리 팽팽히 잡아당겨
머리칼 현[絃]을 켜서 음악을 속삭이니
아기 얼굴 박쥐들 보랏빛 어스름 속에
휘파람소리 내고 날개들 퍼덕이며
머리들 아래로 시커먼 벽 기어내리고
허공중에 물구나무선 탑들은
추억의 종을 울려 때를 알리니
빈 물독 메마른 우물에서 쏟아지는 노래 소리

첩첩산중 이 폐허 골짜기
아련한 달빛아래 풀잎들은 노래하네,
허물어진 무덤들을, 그리고 예배당
오로지 바람의 숙소일 뿐인 텅빈 예배당을.
거기엔 창문 없고 문도 절로 여닫히지만
바짝 마른 백골이 누구를 해치리오.
오로지 수탉 한 마리 지붕위에서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쩍이는 번갯불 속에 울뿐. 그러자
습한 바람은 비를 몰고온다.

갠지스 강은 바닥 보이고, 축 처진 나뭇잎들은
비를 기다리는데, 먹장구름은
저 멀리 히말라야 너머로 모여들었다.
밀림은 말없이 웅크리며 도사렸다.
그러자 우뢰가 말했다

다타: 우리는 무엇을 주었는가?
친구여, 내 가슴 뒤흔드는 피를
늙은이 분별로도 결코 움츠려들지 않고
찰라에 내맡기는 그 무서운 대담성을
바로 이것, 오직 이것으로, 우린 살아왔지만
우리 죽음 알리는 기사에서 행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착한 거미가 그물 덮어주는 碑銘에도 기록되지 않으며
우리의 빈 방에서 깡마른 변호사가
개봉하는 유언장에 남길 것도 아니다

다야드밤: 열쇠소리를 나는 들었노라
단 한번 문에 꼽혀 단 한번 돌아가는 소리를
우리는 그 열쇠를 생각한다, 저마다 제 감방에서
그 열쇠를 생각하며 감옥을 확인하노라
오직 밤이 와야만 허공에 뜬 소문들은 잠시 동안
몰락한 '코리오레이너스'를 회상시킨다

담야타: 돛과 노 능란히 다루는 손길에
배는 즐거이 따라왔노라
잔잔한 바다에 그대 초대 되었다면
그대 마음 또한 다스리는 손길에 순종하여
고동치며 즐거이 따랐으리라

I sat upon the shore 423
나는 기슭에 앉아

Fishing, with the arid plain behind me 424
그 메마른 들판 뒤로 하고 낚시를 드리웠다

Shall I at least set my lands in order?
하다못해 내 땅들만이라도 바로 잡아야겠지?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런던 다리 무너져요, 무너져요, 무너져요

Poi s'ascose nel foco che gli affina 427
그리고 그는 정화되는 불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Quando fiam uti chelidon - O swallow swallow 428
나는 언제쯤에야 제비처럼 될까 - 오 제비여 제비여

Le Prince d'Aquitaine à la tour abolie 429
폐탑에 갇힌 아끼뗀느의 왕자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430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버텨왔노라

Why then Ile fit you. Hieronymo's mad againe. 431
아 그렇다면 분부대로 하옵지요. ‘히어로니모’는 또다시 발광했다.

Datta. Dayadhvam. Damyata. 다타. 다야드밤. 담야타.
Shantih shantih shantih 샨티 샨티 샨티 433



[# 424, Fishing ; 작품 주인공은 또다시 어부왕의 행세를 한다.
[# 425, Shall I at least ... ;
구약성서 이사야, Isaiah 38.1을 보면, 'Thus saith the Lord, Set thine house in order;
for thou shalt die, and not live.' '이것은 야훼의 말씀이오. '너의 왕실에 마지막 유시를
내려 기강을 바로잡아라. 너는 곧 죽게 될 것이며 다시 회복되지 못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황무지를 등 뒤로 하고 앉아 낚시를 하는 - 즉, 구원을, 재생을, 영원을 구하는 - 나는
얼마나 오래 동안 자신의 일들을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 426,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 영국 토속의 자장가.
Eliot은 여기서 서구문명붕괴의 상징으로 이 노래를 인용하고 있다.
그 옛날 로마시대부터 외침을 받아 부서질 때부터 이 노래가 생겨났다고
하며 수많은 version들이 있다고 함.
보통 불리는 가사는 다음과 같다.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My fair Lady.

Build it up with wood and clay,
Wood and clay, wood and clay,
Build it up with wood and clay,
My fair Lady.

Wood and clay will wash away,
Wash away, wash away,
Wood and clay will wash away,
My fair Lady.

Build it up with bricks and mortar,
Bricks and mortar, bricks and mortar,
Build it up with bricks and mortar,
My fair Lady.

Bricks and mortar will not stay,
Will not stay, will not stay,
Bricks and mortar will not stay,
My fair Lady.

Build it up with iron and steel,
Iron and steel, iron and steel,
Build it up with iron and steel,
My fair Lady.

Iron and steel will bend and bow,
Bend and bow, bend and bow,
Iron and steel will bend and bow,
My fair Lady.
이하 생략

[# 427, Poi s'ascose nel foco che gli affina
[ = Then hid him in the fire that purifies them. ]
Dante의 신곡, 연옥편 Purgatorio, XXVI, 148행에서 인용.

''Ara vos prec per aquella valor
'que vos guida al som de l'escalina,
'sovegna vos a temps de ma dolor.'
Poi s'ascose nel foco che gli affina.' (Italian)

Therefore do I implore you, by that power
그래서, 당신을 계단 꼭대기까지 인도하는
Which guides you to the summit of the stairs,
힘을 믿고 내가 부탁드립니다,
Be mindful to assuage my suffering!
마음으로부터 내 괴로움 달래주소서!
Then hid him in the fire that purifies them.
그리고는 그들 죄를 씻는 정화의 불 속으로 사라졌다.

# Eliot은, 연옥에 나오는 정화의 불은 욕정의 불과는 전혀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재생과 질서를 찾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되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

[# 428, Quando fiam uti chelidon (Latin)
= 'When shall I be like the swallow'(English).
‘비너스의 전야제, Pervigilium Veneris’ 라는 중세 작자미상의 시에서 인용함.
봄과 Venus를 노래하는 이 시 마지막 2 연에서는 Tereus - Procne - Philomela의
신화를 회상하며 슬픔에 잠겨있다. 여기서 Philomela는 Nightingale이 아니라, Swallow로
바뀐 것이다.
'Tereus의 여인이 백양나무그늘에서 노래하네요, 그녀 입에선 떨리는
사랑의 가락이 쏟아져 나올 뿐, 그 야만스러운 남편을 한탄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네요... 그녀는 노래하고 우리는 침묵해요. 나의 봄은
언제나 올까요? 나는 언제나 제비처럼 침묵을 멈추게 될까요? 나는
침묵 속에 Muse여신을 잃어버렸고, Apollo께서도 나를 거들떠보시지 않아요.'
Tennyson의 시, The Princess에서도
'O Swallow, Swallow, flying, flying south.'라는 구절이 있다.

[#429, Le Prince d'Aquitaine a la tour abolie (French)
= 'Prince Aquitaine at the ruined tower', '폐탑에 갇힌 ‘아끼뗀느’의 황태자.

Gerard de Nerval의 Sonnet, El Desdichado [The Disinherited, 폐적자, 廢嫡者]
에서 인용함.

The Disinherited

'Je suis le Ténébreux, - le Veuf, - l'Inconsolé,
Le Prince d'Aquitaine à la Tour abolie:
Ma seule Etoile est morte, - et mon luth constellé
Porte le Soleil noir de la Mélancolie.'
I am of darkness—widower, —unconsoled
나는 어둠의, 홀아비의, 위로받지 못한 자식
Prince of Acquitaine & the stricken tower:
번개 맞은 폐탑에 갇힌 황태자
My one star is dead,—& my lute of the firmament
나의 태생별은 죽었고 창공 울리는
Bears despair's black sun.
나의 칠현금은 검은 태양의 절망 짊어졌노라.
- 이하 생략 -



[#431, Why then Ile fit you. Hieronymo's mad again.
Thomas Kyd의 희곡(1594), “Spanish Tragedy”는 Elizabeth시대의
초기 비극작품으로 'Hieronymo's Mad Again,'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Hieronymo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Shakespeare의 Hamlet과 마찬가지로 궁궐 내의 어떤 모략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살해되어 점점 미쳐가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때 마침 궁중 연회의 환영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아 그렇다면 분부대로 하옵지요. Why then Ile fit you.’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는 연회 도중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자를 죽일 계략을
세워 성공한다.

[#430, These fragments I have shored against my ruins; 이 단편들로
나는 내 폐허를 버텨왔노라
폐탑에 갇힌 황태자가 단편과 쪼가리들로 폐허를 버텨왔다고 말한다.
또한 Hieronymo는 아들의 죽음으로 황폐화된 자신의 처지를 오직
복수를 위해 거짓 미친 척하고 재주를 부려가며 버텨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Eliot 자신의 소회일 수 있다. 즉 단편들이란 지금까지 수많이 인용해온 다른
작가들의 구절들, 그들을 모자이크로 꾸며서 황무지라는 자신의 시를
만들어냈다 라는 뜻이 될 수도 있다.

[#433, Shantih shantih shantih ;
Shantih는 산스크리트,Sanskrit 어로써, 이처럼 반복해서
쓰며, 우파니샤드,Upanishad의 맺음말이다.
Eliot은 그 뜻을 'The Peace which passeth understanding' 라고 번역했다.
우리말로 ‘이해를 초월하는 평화’쯤 될까? 난해하기만 하다.

제 5부는 우파니샤드,Upanishad로 끝을 맺었는데,
힌두교 경전이라고 할 수도 있는
우파니샤드는 축복을 내려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 축복을 얻지는 못했더라도
그러한 해결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 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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