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荒蕪地' 읽기 22
V. What the Thunder Said 우뢰[雨雷]가 말한 것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천둥소리
살아있던 그분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물도 없는 바위와 모래밭 길
산 속 굽이굽이 도는
물 없는 바위산 돌아 오르는 산길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 축이련만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하지만 입안엔 썩은 이빨들만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하네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이
비 없이 내리치는 마른 천둥번개들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이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시큰둥한 얼굴들
물은 있고
바위 없다면
바위 있고
물도 있다면
그리고 그 물이
그 샘물이
바위틈에 고여 있다면
다만 물소리라도 있다면
매미 아니고
마른 풀잎들 노래 아니라
바위 위 흐르는 물소리라면
하지만 거기 소나무 위 봉작[蜂雀]새
뚜닥 또닥 뚜닥 또닥 또닥 또닥 또닥
울어대지만 물은 없구나
항상 그대 곁 걸어가는 제 3의 인물은 누구인가?
헤아려보면 오로지 그대와 나 둘뿐
그러나 저 앞 하얀 길 올려다보면
항상 그대 곁을 걷는 또 한 사람
황토 빛 망토 두르고 두건 가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지만 미끄러지듯
그대 곁을 가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하늘 높이 울리는 저 소리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탄식 같은 중얼거림
갈라진 대지에선 비틀거리며 끝없는 벌판 넘어,
지평선만으로 둘러싸인 평탄한 곳으로
두건 뒤집어쓰고 우글거리며 몰려오는 저들은 누구인가
산 너머엔 무슨 도시들 있기에
보랏빛 하늘아래 총성과 혁명들 터지는가
무너지는 탑들
예루살렘 아테네 알렉산드리아
비엔나 런던
허망하여라
A woman drew her long black hair out tight 378
And fiddled whisper music on those strings
And bats with baby faces in the violet light
Whistled, and beat their wings
And crawled head downward down a blackened wall
And upside down in air were towers
Tolling reminiscent bells, that kept the hours
And voices singing out of empty cisterns and exhausted wells.
한 여인이 그녀의 긴 머리 팽팽히 잡아당겨
머리칼 현[絃]을 켜서 음악을 속삭이니
아기 얼굴 박쥐들 보랏빛 어스름 속에
휘파람소리 내고 날개들 퍼덕이며
머리들 아래로 시커먼 벽 기어내리고
허공중에 물구나무선 탑들은
추억의 종을 울려 때를 알리니
빈 물독 메마른 우물에선 쏟아지는 노래 소리
In this decayed hole among the mountains
In the faint moonlight, the grass is singing
Over the tumbled graves, about the chapel
There is the empty chapel, only the wind's home. 388
It has no windows, and the door swings,
Dry bones can harm no one.
Only a cock stood on the rooftree
Co co rico co co rico 392
In a flash of lightning. Then a damp gust
Bringing rain
첩첩산중 이 폐허 골짜기
아련한 달빛아래 풀잎들은 노래하네,
허물어진 무덤들을, 그리고 예배당
오로지 바람의 숙소일 뿐인 텅빈 예배당을.
거기엔 창문 없고 문은 절로 여닫히지만
바짝 마른 백골이 누구를 해치리오.
오로지 수탉 한 마리 지붕위에서
꼬 꼬 리꼬 꼬 꼬 리꼬
번쩍이는 번갯불 속에 울뿐. 그러자
습한 바람은 비를 몰고온다.
[# 378행부터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황폐한 골짜기에 있는 Empty Chapel은 Perilous Chapel [위험 성당] 을 의미한다.
Perilous Chapel은 성배 탐색 떠난 기사의 담력을 시험하기 위해 마땅히 거쳐가야할
예식 절차, 창도 없고 문도 제멋대로 여닫히는 거기엔 당연히 무시무시한 공포 분위기가
깔려 있다.
보랏빛은 baptism의 예식 때 사용되는 색깔이기도 하다.
거기 무덤과 뼈들은 성배 탐색에서 실패한 기사들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과 함께 번개가 친다.
그리고는 습한 바람이 비를 몰고 왔으니,
성배 탐색해온 기사에게 하늘이 대답해준 것일까.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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