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荒蕪地' 읽기 20

 

V. What the Thunder Said 우[雨雷]가 말한 것


[# 드디어 5부에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도 무언가 어리벙벙하고, 흐릿한 안개 속을 겨우겨우 헤쳐 온 느낌인데,
여기 마지막 장에 이르니 더욱 어렵습니다.

워낙 난해하기로 소문난 시, 만용이 아니었으면 덤벼들지 못했겠지요.
하지만 만용으로 시작했어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리 어렵더라도 물러서거나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끝을 맺는 사람’은 우리의 교훈이기도 하니, 끝을 잘 맺을 수 있도록 더욱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제 5부는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이며 무언가 교훈적인 결론이 내려지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
성배 탐험 전설에 얽힌 이야기,
십자가 처형에 따른 지진, 그 상징으로 동부 유럽 도시들, 즉 문명의 붕괴,
그리고 으르렁대는 하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우레라고, 雨雷라고, 천둥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하늘의 소리,
‘우파니샤드’의 가르침을 ‘산스크리트’ 언어까지 동원하여,
여기 풀어놓고 있으니,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After the torchlight red on sweaty faces
After the frosty silence in the gardens
After the agony in stony places
The shouting and the crying
Prison and palace and reverberation
Of thunder of spring over distant mountains
He who was living is now dead
We who were living are now dying
With a little patience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붉은 횃불 비춘 다음

서릿발 같은 침묵 정원 안에 서린 다음

돌밭에서 그 괴로움 겪은 다음

외치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감옥에도 궁궐에도 울려 퍼지면

먼 산 넘어 대답하는 봄날의 우뢰소리

살아있던 그분은 이제 돌아가셨고

살아있던 우리도 조금은 버티다가

이제 죽어가노라

 


[# 이 대목은 ‘Passion of Christ'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횃불을 밝히고 Jesus Christ를 납치해가는 군인들, 겟세마네(Gethsemane)동산으로부터
골고다(Golgotha)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투옥과 재판, 그리하여 십자가에서 처형(Crucifixion),
그리고 부활(Resurrection)하기 전까지 고난의 나날을 그리고 있다.

[# 그러나 수난과 처형이 Christ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던 그분은 이제 돌아가셨고’에서 그분은 그리스도뿐만 아니라,
아도니스, 오시리스, 오르페우스 등 다양한 식물 신화의 신들도,
심지어는 물에 빠져 수장[水葬]당한 페니키아인까지도 지칭하는 것이다.

[# 그리하여 시인은 또다시 기사의 모습을 하고, 성배 탐험을 떠난다. 하지만 아직은
부활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기, 절망적인 모습들만 보인다.

 


Here is no water but only rock
여기는 물이 없고 오직 바위뿐

Rock and no water and the sandy road
바위와 물도 없는 모래밭 길

The road winding above among the mountains
산 속 굽이굽이

Which are mountains of rock without water
물 없는 바위 돌아 오르는 산길

If there were water we should stop and drink
물만 있다면 멈추어 목축이련만

Amongst the rock one cannot stop or think
그 바위틈에선 멈추려는 생각도 못 하네

Sweat is dry and feet are in the sand
땀은 마르고 두 발은 모래 속에 박히니

If there were only water amongst the rock
아 바위들 틈에 물만 있다면

Dead mountain mouth of carious teeth that cannot spit
하지만 썩은 이빨들만 입안 가득해 침도 못 뱉는 죽은 산

Here one can neither stand not lie nor sit
여기선 서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There is not even silence in the mountains
산 속에선 고요조차 없이

But dry sterile thunder without rain
비 없는 마른 천둥번개만 칠뿐

There is not even solitude in the mountains
산 속에선 고독조차 없이

But red sullen faces sneer and snarl
갈라진 흙 담 문간마다 붉은 얼굴들

From doors of mudcracked houses
으르렁대며 빈정대며 골난 얼굴들


이필한[의사, 서울사대부고19회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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