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17 3. The Fire Sermon 불의 설교 05강을 덮었던 천막 걷히고, 간당거리던 마지막 잎새들 축축한 강둑으로 가라앉는다. 바람은 소리 없이 황토벌판을 건넌다. 강물의 정령들도 떠났다. 고이 흘러다오, 정든 ‘템즈'여, 내 노래 끝날 때까지.강물은 빈 병도, 샌드위치 포장지도, 비단 손수건도, 마분지 상자도, 담배꽁초도, 그 어떤 여름밤의 증거물도 품지 않았다. 강물의 정령들은 떠났다.그리고 그들의 친구, 도회지 중역들의 빈둥대는 자제들도 떠나버렸다, 주소조차 남기지 않고.‘레만’ 물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끝날 때까지,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크지도 길지도 않으리니. 그러나 내 등에 부딪치는 한 줄기 찬바람 속에 나는 듣노라, 뼈다귀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입이 찢어져라 낄낄대는 웃음을. 쥐 한 마리 강둑 풀밭사이로 진흙투성이 배때기 끌고 슬쩍 지나가는 어느 겨울날 저녁 나는 가스탱크 뒤로 탁한 운하에 낚시 드리우며 나의 형왕[兄王]이 난파당한 것을 묵상했고그에 앞선 부왕[父王]의 죽음을 슬퍼했다. 하얀 알몸들은 낮은 습지에 뒹굴고 백골들은 비좁고 메마른 다락방에 버려져 해마다 쥐들 발길에만 뒤채이며 덜그럭거린다. 하지만 내 등 뒤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엔진소리, 경적소리, 그들은 ‘스위니’를 샘터의 '포터'부인에게 데려다 주리라. '포터'부인과 그 딸을 비추는 오, 휘영청 밝은 달이여 소다수로 발을 씻는 그들에게 오, 둥근 천정아래 아이들 합창소리여!짹 짹 짹쩍 쩍 쩍 쩍 쩍 쩍그리도 무지막지 욕보았구나. 테레우 허황된 도시한 겨울 한낮의 누런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의 상인 ‘유게니데스’씨는 수염도 깎지 않고, 주머니엔런던 입항 운임 및 보험료 매주(賣主)부담인 건포도와 일람불(一覽拂)증서들 잔뜩 지닌 채, ‘캐논’ 가 호텔에서 점심을 들자고 주말에는 ‘메트로폴’에서 놀자고 상스런 불어로 내게 청하더군. 보랏빛 시간, 인간의 두 눈과 등짝이 책상머리 떠나 위를 향하고, 인간의 엔진도 털털거리며 대기하는 택시처럼 기다리는 시간, 나, 쭈그러진 여인의 젖가슴 달린 늙은이, 비록 눈멀었으나 남녀 사이를 고동치는 ‘티레시아스’는 볼 수 있노라, 이 보랏빛 시간을, 귀가를 재촉하는 이 한때를, 뱃사람을 바다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타이피스트도 돌아와 아침 설거지하며, 난로에 불붙이고 통조림 음식들 늘어놓게 하는 이 저녁을. 창 밖에는 위태로이 널린 콤비네이션 팬티들 마지막 햇살 받고 ,밤이면 침대 되는 소파 위에는 양말과 슬리퍼, 속옷과 코르세트들 쌓여있다. 쭈그러진 젖가슴 달린 늙은이, 나 ‘티레시아스’는그 광경을 보고 그다음 일 예언하며 -나 또한 예약된 손님 기다렸노라.그가, 여드름투성이 젊은이가 도착했다, 눈매 당돌한 그는 소형주택업자의 서기이며, ‘브래드퍼드’ 전쟁졸부의 실크해트처럼 자신만만한 하류계층이었다. 딱 알맞은 시간이로군, 그는 헤아린다, 식사도 끝났고 여자는 나른하니 그녀를 껴안으려 애를 쓴다면 바라지 않았더라도 뿌리치지 않으리라. 얼굴 붉히며 작정하고 단숨에 덤벼든다, 더듬는 손길은 아무 방어도 만나지 않는다. 사나이의 허영은 반응을 원치 않으며, 여자의 무관심을 도리어 반기고 있다. (그리고 나 - ‘티레시아스’는 침대건 소파건 이런 데서 행해지는 일들은 모두 겪어봤노라, ‘테베’의 성벽아래 앉아있기도 했고, 가장 천한 천민들 주검사이를 걷기도 했노라.) 사내는 마지막 생색내는 키스를 하고,불 없는 계단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녀는 돌아서서 거울을 잠시 들여다보며 떠나버린 애인 따위는 지워버리고 되다만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운다, ‘그래, 이제 그건 끝났어, 끝나서 시원하구나.’ 아름다운 여자가 어리석음에 빠져홀로 자기 방을 거닐 땐, 그녀 손은 자동적으로 머리칼 매만지며, 축음기에 레코드를 거는 것이리니. 'This music crept by me upon the waters' 257‘이 음악은 내 곁을 미끄러지며 강물 따라’ And along the Strand, up Queen Victoria Street.‘스트랜드’ 거리 따라 ‘빅토리아’ 여왕 대로로 기어갔노라. [# 257; 앞서 192행 설명 때에 나왔던 구절을 다시 인용함, The Tempest 1막 2장, Ferdinand가 부르는 노래이다. Sitting on a bank, 강둑에 앉아 또다시, Weeping again the king my father's wrack, 부왕의 파멸을 슬피 우노라니, This music crept by me upon the waters, 이 음악은 내 곁 강물 위 미끄러지며 Allaying both their fury and my passion, 그 달콤한 가락으로 With its sweet air: 저들 분노와 나의 격정 가라앉히누나.]O City city, I can sometimes hear오, 도시, 도시여, 나는 이따금 듣노라, Beside a public bar in Lower Thames Street,하류 ‘템즈’ 강변 거리 싸구려 술집 지나노라면The pleasant whining of a mandoline기분 좋게 흐느끼는 만돌린 소리와 And a clatter and a chatter from within빈둥거리며 낮술 먹는 어부들 떨거덕거리며Where fishmen lounge at noon: where the walls떠들어대는 소리를: 그러나 거기 Of Magnus Martyr hold 264순교자 마그누스 성당 벽, 이오니아식의 Inexplicable splendour of Ionian white and gold.흰빛 금빛은 말할 수 없이 찬란했노라. Eliot은 Magnus Martyr 성당의 내부도 최고급이었다고 술회함. 이 대목은 ‘달콤한 가락으로 흘러가는 강물’, 힘든 노동 후에 쉬고 있는 ‘어부들’, 안팎으로 호화찬란한 성당 모습 등, 진정으로 가치 있는 세계를 제시하며 종교적인 의미까지도 부여한다. 그러나 거의 사라져버린 세계가 일순간 드러난 것일 뿐이다. ] The river sweats 266 강물은 기름과 ‘타르’로 Oil and tar 땀 흘리고 The barges drift 거룻배들은 썰물과 더불어 With the turning tide 떠서 흐르며 Red sails 붉고 넓은 돛폭들은 Wide 육중한 원목 돛대 돌며 To leeward, swing on the heavy spar. 바람맞이 한다. The barges wash 거룻배들은 Drifting logs 통나무들 물결에 씻으며 Down Greenwich reach ‘개들의 섬’을 지나 Past the Isle of Dogs. ‘그리니치’에 다다른다. Weialala leia 웨이얼랄라 레이아 Wallala leialala 월랄라 레이알랄라 [# London 중심부를 통과한 강물은 하류 Thames Barrier 속으로 흐르기 전에 Greenwich 와 'the Isle of Dogs, 개들의 섬?',을 통과한다고 함.][# 266 The river sweats ... ; Wagner의 Opera, '니베룽겐의 반지‘ 중 제 4부 'The Twilight of the Gods, 신들의 황혼' , 제 3막에 나오는 ‘Rhine강의 세 처녀’에 비유하여 지어낸 ‘Thames 강의 세 딸들’의 노래, #277 -278 행의 후렴은 Wagner로부터 빌려왔다. # Wagner의 Opera ’신들의 황혼‘ 3막에서, 사냥을 하던 지크프리트가 사냥감을 놓치고 라인 강가에 다다랐을 때 라인의 처녀들은 강 속에서 헤엄치며 잃어버린 황금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다. 라인의 처녀들은 반지를 보고 자기들에게 돌려주도록 유혹에 가까운 설득을 한다. 잠시 동안 지크프리트는 반지를 빼내어 들고 돌려주려고 마음먹지만, 라인의 처녀들이 반지를 내어놓지 않을 때 그가 거인 파프너를 죽였듯이 그도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을 경고하게 되자, 자기는 목숨에 개의치 않는다며 그냥 떠나버린다. 라인의 처녀들은 그를 미친 사람이라 부르며 오늘 반지가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여자의 손을 넘어가게 되리라고 예언한다. 지크프리트는 처음에는 유혹하고 나중에는 위협을 한다며 그들의 말을 무시한다. 중략 ] Elizabeth and Leicester 279 엘리자베스와 레스터 Beating oars 노를 젓는데 The stern was formed 뱃머리는 A gilded shell 붉은빛과 황금빛 Red and gold 금박 입힌 조개 The brisk swell 활기찬 물결들은 Rippled both shores 양쪽 기슭 찰랑이고 Southwest wind 남서풍은 Carried down stream 하얀 탑들 The peal of bells 종소리를 White towers 불러 내린다 Weialala leia 웨이얼랄라 레이아 Wallala leialala 월랄라 레이알랄라 [# Elizabeth 1세와 Leicester 백작은 서로 연애하는 사이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 템스강 뱃놀이를 즐겼으며 그리니치 하구 근처에 저택에서 여왕은 레스터를 접견하기도 했다. ][# ‘Thames 강의 세 딸들’이 부르는 노래 중, 266행 이하는 혼탁한 현대의 Thames 강 모습을, 279행 이하는 찬란했던 옛날 Elizabeth 1세 시대를 노래한다. 그래서 279행 이하는 제 2부 'A Game of Chess' 시작부분처럼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의 화려한 무대장치를 빌려온 듯한 느낌도 드는데...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 19회사이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