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ELIOT 의 '황무지' 읽기 18  3. The Fire Sermon  불의 설교 06강을 덮었던 천막 걷히고, 간당거리던 마지막 잎새들 축축한 강둑으로 가라앉는다. 바람은 소리 없이 황토벌판을 건넌다. 강물의 정령들도 떠났다. 고이 흘러다오, 정든 ‘템즈'여, 내 노래 끝날 때까지.강물은  빈 병도, 샌드위치 포장지도, 비단 손수건도, 마분지 상자도, 담배꽁초도, 그 어떤 여름밤의 증거물도 품지 않았다. 강물의 정령들은 떠났다.그리고 그들의 친구, 도회지 중역들의 빈둥대는 자제들도 떠나버렸다,  주소조차 남기지 않고.‘레만’ 물가에 앉아 나는 울었노라...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끝날 때까지,정든 ‘템즈'여, 고이 흘러다오, 내 노래 크지도 길지도 않으리니. 그러나 내 등에 부딪치는 한 줄기 찬바람 속에 나는 듣노라,  뼈다귀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입이 찢어져라 낄낄대는 웃음을.  쥐 한 마리 강둑 풀밭사이로 진흙투성이 배때기 끌고 슬쩍 지나가는 어느 겨울날 저녁 나는 가스탱크 뒤로 탁한 운하에 낚시 드리우며 나의 형왕[兄王]이 난파당한 것을 묵상했고그에 앞선 부왕[父王]의 죽음을 슬퍼했다.  하얀 알몸들은 낮은 습지에 뒹굴고 백골들은 비좁고 메마른 다락방에 버려져 해마다 쥐들 발길에만 뒤채이며 덜그럭거린다.  하지만 내 등 뒤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엔진소리, 경적소리, 그들은 ‘스위니’를 샘터의 '포터'부인에게 데려다 주리라. '포터'부인과 그 딸을 비추는 오, 휘영청 밝은 달이여 소다수로 발을 씻는 그들에게                           오, 둥근 천정아래 아이들 합창소리여!짹 짹 짹쩍 쩍 쩍 쩍 쩍 쩍그리도 무지막지 욕보았구나. 테레우 허황된 도시한 겨울 한낮의 누런 안개 속에서 ‘스미르나’의 상인 ‘유게니데스’씨는 수염도 깎지 않고, 주머니엔런던 입항 운임 및 보험료 매주(賣主)부담인 건포도와 일람불(一覽拂)증서들 잔뜩 지닌 채,  ‘캐논’ 가 호텔에서 점심을 들자고 주말에는 ‘메트로폴’에서 놀자고 상스런 불어로 내게 청하더군.  보랏빛 시간, 인간의 두 눈과 등짝이 책상머리 떠나 위를 향하고, 인간의 엔진도 털털거리며 대기하는 택시처럼 기다리는 시간, 나, 쭈그러진 여인의 젖가슴 달린 늙은이, 비록 눈멀었으나 남녀 사이를 고동치는 ‘티레시아스’는 볼 수 있노라,  이 보랏빛 시간을, 귀가를 재촉하는 이 한때를,   뱃사람을 바다에서 집으로 데려오고 타이피스트도 돌아와 아침 설거지하며, 난로에 불붙이고 통조림 음식들 늘어놓게 하는 이 저녁을.   창 밖에는 위태로이 널린 콤비네이션 팬티들 마지막 햇살 받고 ,밤이면 침대 되는 소파 위에는 양말과 슬리퍼, 속옷과 코르세트들 쌓여있다.   쭈그러진 젖가슴 달린 늙은이, 나  ‘티레시아스’는그 광경을 보고 그다음 일 예언하며 -나 또한 예약된 손님 기다렸노라.그가, 여드름투성이 젊은이가 도착했다,  눈매 당돌한 그는 소형주택업자의 서기이며,  ‘브래드퍼드’ 전쟁졸부의 실크해트처럼 자신만만한 하류계층이었다. 딱 알맞은 시간이로군, 그는 헤아린다, 식사도 끝났고 여자는 나른하니  그녀를 껴안으려 애를 쓴다면 바라지 않았더라도 뿌리치지 않으리라.  얼굴 붉히며 작정하고 단숨에 덤벼든다, 더듬는 손길은 아무 방어도 만나지 않는다. 사나이의 허영은 반응을 원치 않으며, 여자의 무관심을 도리어 반기고 있다. (그리고 나 - ‘티레시아스’는 침대건 소파건 이런 데서 행해지는 일들은 모두 겪어봤노라, ‘테베’의 성벽아래 앉아있기도 했고,  가장 천한 천민들 주검사이를 걷기도 했노라.) 사내는 마지막 생색내는 키스를 하고,불 없는 계단을 더듬어 내려간다... 그녀는 돌아서서 거울을 잠시 들여다보며 떠나버린 애인 따위는 지워버리고 되다만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운다,  ‘그래, 이제 그건 끝났어, 끝나서 시원하구나.’ 아름다운 여자가 어리석음에 빠져홀로 자기 방을 거닐 땐,  그녀 손은 자동적으로 머리칼 매만지며, 축음기에 레코드를 거는 것이리니. ‘이 음악은 내 곁을 미끄러지며 강물 따라’ ‘스트랜드’ 거리 따라 ‘빅토리아’ 여왕 대로로 기어갔노라. 오, 도시, 도시여, 나는 이따금 듣노라,  하류 ‘템즈’ 강변 거리 싸구려 술집 지나노라면기분 좋게 흐느끼는 만돌린 소리와 빈둥거리며 낮술 먹는 어부들 떨거덕거리며떠들어대는 소리를: 그러나 거기  순교자 마그누스 성당 벽, 이오니아식의 흰빛 금빛은 말할 수 없이 찬란했노라.                강물은 기름과 ‘타르’로                  땀 흘리고                 거룻배들은 썰물과 더불어               떠서 흐르며                   붉고 넓은 돛폭들은                육중한 원목 돛대 돌며               바람맞이 한다.                거룻배들은                 통나무들 물결에 씻으며                 ‘개들의 섬’을 지나               ‘그리니치’에 다다른다.          웨이얼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알랄라  엘리자베스와 레스터  노를 젓는데  뱃머리는  붉은빛과 황금빛  금박 입힌 조개  활기찬 물결들은 양쪽 기슭 찰랑이고  남서풍은 하얀 탑들을 종소리를 불러 내린다          웨이얼랄라  레이아         월랄라 레이알랄라 계속해서 ‘템즈’ 강 딸들이 각각 독창으로 부르는 노래,  'Trams and dusty trees.  Highbury bore me.  Richmond and Kew  293 Undid me. By Richmond I raised my knees Supine on the floor of a narrow canoe.'                ‘전차들과 먼지 덮인 나무들.                 하이버리는 나를 낳았어요. 리치몬드와 큐는                  나를 망쳤어요. 리치몬드에서 나는                  비좁은 카누 바닥에 등 붙이고 누워 두 무릎 세웠어요.’ [# Highbury: London 중심부 지명이며, 옛날의 자치도시였음.  Richmond: London 서쪽 근교 유원지, Thames 강에선 boat놀이를 했음. Kew: Richmond와 붙어있으며, 왕립식물원인 Kew Gardens가 있음.[#293 ;  Dante 신곡 연옥편 [Purgatorio, V. 133:] 구절을 변용함  'Ricorditi di me, che son la Pia;         Siena mi fe', disfecemi Maremma.'  'Do thou remember me who am the Pia;    Siena made me, unmade me Maremma; He knoweth it, who had encircled first     Espousing me, my finger with his gem.'          “‘피아’라는 이름의 나를 기억해 주세요,‘시에나’가 나를 낳고, ‘마렘마’가 나를 죽였지요; 그 사연은 맨 처음 내 손가락에 그의 보석반지를 끼워나를 아내로 맞은 그분이 아십니다,”    = 못된 남편이 미녀와 재혼하기 위해 자기 부인 - ‘피아’를 암살했다는 설을 바탕으로 단테가 글을 썼음.] 'My feet are at Moorgate and my heart Under my feet.  After the event He wept.  He promised 'a new start.' I made no comment.  What should I resent?'
                ‘나의 두 발은 무어게이트에 있었고 내 가슴은                 내 발아래 짓밟혔지요. 그 일을 치룬 다음                 남자아이는 울었어요.  그 애는 ‘새 출발’을 약속했고                 나는 잠자코 있었지요. 내가 무얼 탓하겠어요?’[#  Moorgate ;  London 동부의 빈민가.] 'On Margate Sands. 301      ‘마르게이트’모래밭.  I can connect              나는 이어갈 뿐이에요   Nothing with nothing.           허무와 허무를.   The broken fingernails of dirty hands.     더러운 손들 찢어진 손톱들을. My people humble people who expect    기대할 것 하나 없는   Nothing.'                     불쌍한 내 동포를.’          la la            라  라 [# Margate;  London 동남쪽 Thames강어귀 해수욕장이 있는 휴양지. [# 앞서 두 처녀가 자신의 신세한탄으로 끝난 것에 비해, 이 처녀는 현상계의 공허함까지 인식하고 있다. 이을 수 있는 것은 긍정적 태도이지만 허무와 허무를 이어가는 것은 부정적이다.  세 처녀는 욕정의 불길이 휩쓸고 있는 London을 노래했다. 그리하여...  To Carthage then I came 307       카르타고에 나는 왔노라  Burning burning burning burning 308      탄다 탄다 탄다 탄다 O Lord Thou pluckest me out 309      오 주여 그대 나를 건지시이다   O Lord Thou pluckest                 오 주여 그대 나를 건지시이다  burning    311                   탄다 [# 307. 성 오거스틴의 「고백록」 3부 1장 .  V. St. Augustine's Confessions에서 인용. 'to Carthage then I came, where a cauldron of unholy loves sang all about mine ears'. (카르타고에 그래서 나는 왔노라, 한 가마의 사악한 사랑이 내 귓전에서 온통 끓어대는 곳으로.) [# 308  Burning burning burning burning; 부처의 ‘불의 설교’에 근거한 것이며, “모든 것은 불탄다. 형태도 타고 눈으로 받은 인상도 탄다. 즐겁고 불쾌한 혹은 무관한 어떤 감각도 눈으로 받은 인상에 의해서 생기며 그것 또한 탄다” 라고 이미 설명 드린바있다. 그 중요성에 있어 ‘마태복음’ 5장 7절에 산상수훈에 맞먹는다는 설명도 드리며, 엘리엇은 동서양을 대표하는 금욕주의자의 말을 이 대목에서 고의적으로 나란히 배치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적 의미가 창출되거나 강화되리라고 생각했다. 즉 기독교와 불교의 교리를 통합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모더니즘적 이해와 포스트모더니즘적 이해에 대해서도 언급했었다. [# 309 ; O Lord Thou pluckest me out; 주님에 의한 구원을 확신하는 이 글은 또다시 성 아우구스티누스(354~430)의 『고백록』에서 인용한 것이다. [# 311행의 Burning은  308 행 네 차례의 Burning과 다르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308행이 카르타고를 비롯해서 욕정과 사악한 사랑이 들끓는 곳에서 타오르는 불길, 혹은 지옥의 불길로 본다면, 311행은 주께서 나를 구원해주신 다음이기 때문에 그 불길은 모든 번뇌와 욕정을 태워버리는 정화의 불길이요, 연소의 설법이라고 보아야한다. [# Eliot은 진정한 감정의 교류가 아닌 그저 무의미한 육체적 접촉만이 사랑을 대신하여 창궐하는, 감성이 병들어버린 London과 이 세상을 바라보며 한탄한다. 이렇듯 인간 세상에 육욕과 욕정이 넘쳐흐를수록 ‘어부 왕’의 무기력은 더욱 심해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꿰뚫고 강물은 역사를 실은 채 흘러가는데,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울음 우는 일뿐이리라.   이로써 3부 ‘불의 설교’를 마친다. 이필한 의사 [서울사대부고 19회사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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