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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엽 - 나무위키

나의 친가(親家)는 건천동(乾川洞)에 있었다. 청녕공주(靑寧公主) 저택의 뒤로 본방교(本房橋)까지 겨우 서른네 집인데, 이곳에서 국조 이래로 명인(名人)이 많이 나왔다.김종서ㆍ정인지ㆍ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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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선대부(先大夫:허엽)께서 언젠가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 사람은 중국의 고사(古史)만 전공하여 우리나라 사적은 알지 못하니 근본을 힘쓰는 도리가 결코 아니다.”

하셨다.

그러므로 두 형과 나는 모두 《동국통감(東國通鑑)》을 읽었다.

그러나 젊었을 때에는 생각하기를, 읽을 만한 책이 하도 많은데, 하필 이것을 읽을 것이 무엇인가 하였었다.

그러다가 황 조사(黃詔使)가 태평관(太平館)에 이르러, 관반(館伴)인 정임당(鄭林塘) 상공(相公)에게 고려와 신우(辛禑) 부자의 내력을 묻자 상공이 입만 벌리고 대답을 못하니, 우리 중형이 들어가 대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선대부의 높은 견식이 여느 사람보다 매우 뛰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아, 재주가 임당(林塘) 같은 분으로서도 중국 사신과 문답할 때에 곤욕을 당했으니, 사신의 접반관이 되어 본국의 일을 몰라서 되겠는가.

 

임당(林塘)의 이름은 유길(惟吉), 자는 길원(吉元)이며 동래인(東萊人)이다. 벼슬은 좌의정에 이르렀다.

 

유길의 '사제극성(賜祭棘城)'이란 시에,

聖朝枯骨亦霑恩

성조고골역점은

香火年年降寒垣

향화년년강한원

祭罷上壇風雨定

제파상단풍우정

白雲如海蒲前村

백운여해포전촌

 

성조에선 죽은 이에게도 은혜 베푸사

해마다 쓸쓸한 담장에 제사를 내려주시네

제사 마친 단 위엔 비바람도 잦아지고

흰 구름만 바다인 양 앞 마을에 자옥해라

 

라 하였고,

영유이화정(永柔梨花亭)이란 시에는,

 

落花風雨古人詩

낙화풍우고인시

花到今春巧耐遲

화도금춘교내지

直至開時應有月

직지개시응유월

個中春色子規知

개중춘색자규지

 

꽃샘 비바람은 옛 시에도 있거니와

올봄 꽃은 공교롭게도 늦장부리네

꽃 필 때 되면 응당 달이 있겠고

그중의 봄빛 자규야 알고말고

 

라 하였으며, 또 그의 '몽뢰정춘첩(夢賚亭春帖)'이란 시는 다음과 같다.

 

白髮先朝老判書

백발선조노판서

閑忙隨分且安居

한망수분차안거

漁翁報道春江暖

어옹보도춘강난

未到花時進鱖魚

미도화시진궐어

 

선대의 백발 판서

한가컨 분망컨 깜냥대로 편안했네

고기잡이 영감 봄 강이 따사롭다면서

꽃도 피기 전이건만 쏘가릴 진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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