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한익지(韓益之:한준겸)가 어떤 일로 파직되어 농사를 짓기로 하고 온 식구가 원주로 내려갔다. 배가 종실(宗室) 순치수(順致守)의 별장에 닿았는데, 수(守)는 마침 활을 쏘고 약을 캐던 터라 사람을 달려 보내어 누구냐고 물어왔다.
익지(益之)는 대답을 하지 않고 절구 한 수로 대구하기를,
公子風流自不群 공자풍류자불군
春來漁釣杏花村 춘래어조행화촌
扁舟過客勤相問 편주과객근상문
我是衿陽舊使君 아시금양구사군
공자의 풍류가 무리에 뛰어나니
봄이 오자 살구꽃 마을에 낚시질하네
쪽배 탄 나그네가 정겹게 문안드리니
이 사람은 금양의 옛 원이라오
라 하자 수가 배를 타고 뒤쫓았으나 미치지 못하였다. 그때 한익지는 금천 군수로 있다가 파면되어 가는 중이고, 순치(順致)는 금천에 은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익지(益之)의 이름은 준겸(浚謙), 호는 유천(柳川)이다. 청주인(淸州人)으로 벼슬은 영돈녕부사(領敦寧府事)에 이르렀고 시호는 문익(文翼)이며, 인조의 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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