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신랑 신부 소개만 바꾼 주례사를 또 읽었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신부가 자신의 학력과 직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여 신부 소개에 애를 먹었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처럼 밝고 화사한 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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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하고 창조하는 가정


안녕하십니까? 신랑 채석준 군과 신부 배서영 양이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는 오늘, 평소 존경하는 고향 선배님의 자제분 혼인예식에 주례를 맡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은 기독교 명절인 부활절에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도 한껏 그 자태를 자랑하는 걸 보면, 길일 중의 길일에 맞춰 올리는 이 두 사람의 혼인예식은 하늘마저 축복하여 그 의미가 한층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먼저 이 혼인예식을 축하하고,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과 가족 여러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아울러 이들의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들께, 양가를 대신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인천채씨 졸재공파 31世孫인 신랑 채석준 군은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굴지의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에서 과장 직함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입니다. 신부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신랑의 마음씨에 반하여 일 년여의 열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였다고 합니다.


대구 달성배씨 청정공파 26代孫인 신부 배서영 양은 4녀1남중 넷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빼어난 미모에 현모양처의 신부수업을 착실히 쌓아 예의범절이 출중하고 명랑 활달한 성격에 매료되었다고 신랑은 신부감 자랑이 대단했습니다.


주례도 신랑 신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들의 밝고 환한 미소에서 저 윤중로의 벚꽃처럼 화사하고 밝은 이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례는 명문거족 출신의 이들의 만남이 숙세의 인연임을 확신하며, 주례로서 또 인생길의 선배로서, ‘화합하고 창조하는 가정’이라는 주제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신랑 신부는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건강한 아이를 낳아, 훌륭하게 양육하십시오. 결혼이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장한 두 사람이 결합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다음 세대를 출산함으로서,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의 계승을 통한, 사회 영속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예식입니다. 산소와 수소란 분자가 결합하여 물이란 물질이 되듯이, 이제 두 사람은 신랑과 신부라는 분자로서 화학적 결합을 통하여, 화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가정을 만들어 가기를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로, 두 사람은 한 곳을 바라보며 꿈을 공유하고, 새로운 보금자리인 가정에서도 이상과 현실을 조화롭게 영위해 나아가십시오. 결혼이란 달콤한 꿈이기도 하지만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사노라면 고난이 닥칠 때도 있고, 힘겨운 일들이 자신에게만 쏟아져 내린다고 불평할 때도 있겠습니다만, 여름날의 폭풍우는 잠시이며,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그 시각에도 그 구름 너머엔 항시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흔히 금슬(琴瑟) 좋은 부부를 비익조(比翼鳥)나 연리지(連理枝)에 비유합니다. 두 분께서도 비익조 되어 꿈을 공유하고, 연리지 되어 현실 문제 해결에 힘을 합해서, 모범적인 가정을 경영해가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드릴 말씀은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고, 사랑하십시오.

먼저, 언제나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십시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자기 부인에게 절대로 반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말을 사용하면 하인들도 자기 아내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경하는 마음은 신뢰와 사랑을 유지시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고대 유대인 율법학자들의 구전과 해설을 집대성한 책인 《탈무드》에서도, 시집가는 딸에게 남편을 존경하라는 친정 어머니의 간곡한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딸아,

네가 만일 남편을 왕처럼 존경한다면

그는 너를 여왕처럼 떠받들 것이다.

그러나 네가 하녀처럼 행동한다면

그는 너를 하녀처럼 취급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모든 가치를 초월하는 사랑의 원리는 서로를 믿고 존경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존경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한,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오래 지속될 것이며, 상대에게 베풀수록 그 사랑은 더 큰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이 말은 비록 부부간에만 국한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한다면 먼저 남의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십시오.


그리고, 두 분께서 오늘 이후로 상대방의 약점까지 사랑한다면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겨울밤에도 두 분은 사랑의 온기를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드릴 말씀은, 효행의 문제입니다. 성현들은 한결같이 효도를 강조합니다. 수욕정이나 풍부지[樹欲靜而 風不止]하고, 자욕양이나 친부대[子欲養而 親不待]라 하였습니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어버이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으신다는 말씀입니다. 신랑 신부는 양가 부모님들께 살아생전 효도를 다하십시오.


끝으로 공사다망하신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과 함께 감히 부탁 말씀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이 혼인예식의 증인이십니다. 오늘 이후에도 이들 신랑 신부의 앞날을 보살펴 주시고, 원만한 결혼생활이 지속되도록 계속 지도편달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신랑 채석준 군과 신부 배서영 양의 결혼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면서 이것으로 주례사에 가름합니다.


장황한 말씀,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 년 4월 12 일

주례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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