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친구 딸내미 결혼식이어서 주례에 응했다. 맨날 그대중인 유사한 주례사를 또 읽었다.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정중한 자리여서 달리 용빼는 재주가 없었다.
신랑 신부가 혼인서약문을 또박또박 읽어내려가게 한 예식장측의 배려가 고마웠다.
꿈많은 오월의 신부를 만나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걸 실감한다.
꽃에는 아름다운 쇄골도 가슴도 없지 않은가?
정인아, 니 딸 억시기 미인이다, 그지?
앞머리를 오드리 햅번 스타일로 할 줄 아는 센스를 가진 미용실도 잘 선택했고.
주례사2
새 인생 새 출발
신랑 한광석 군과 신부 이보영 양이 백년가약(百年佳約)을 맺는 오늘, 신부 부친과의 학연으로 주례를 맡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먼저 이 혼인예식을 축하하고,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과 가족 여러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아울러 이들의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께, 양가를 대신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신랑 한광석 군은 청주한씨 가문의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으로서 단국대학교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하였습니다. 신랑 한군이 단단한 몸매를 가진 미남이어서, 나는 한 눈에 신랑이 성실한 사내임을 알아 보았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고, <사기>를 집필한 중국의 사마천은 육신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이라고 적었습니다. 현재 신랑의 인생설계는 미국으로 유학하여 경영 수업을 마친 뒤 아버님께서 중국에서 하고 계시는 화장품 관련사업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신부 이보영 양은 전주이씨 가문의 재완으로 뛰어난 외모와 지성을 겸비한 수려한 미인으로 대학에서, 인기 있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여 직장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신부수업 중에 있습니다.
신부 아버님 되시는 내 친구 이정인 씨 자랑을 한 자락만 소개하면, 저 분은 백두대간을 종주한 알피니스트이고, 또 수년간 중학교 동기들의 동기회 및 산우회 회장직을 맡아 친구 및 그 가족들의 건강과 친목 증진에 헌신하고 계십니다. 게다가 산에서 하산할 때면 다른 팀이 남기고 간 쓰레기까지도 챙겨오시는, 하늘과 통화하는 자연보호의 선봉장이십니다. 부전자전이라고 하는데, 신부 아버님을 보면 그 딸의 고운 심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인연은 2001년 이양의 대학 체육대회 때 한군이 응원을 지원해줌으로써 시작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근래 일 년간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교제를 계속하여 오늘 이 아름다운 결실에 이르렀다고 하니, 이 두 사람의 화촉이야말로 세상에 드문 인연의 열매라 하겠습니다. 그러면 주례로서 또 인생길의 선배로서, 제가 살아온 길을 되짚어보며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예로부터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요 이성지합(二姓之合)이라 일러 왔습니다. 이 말을 풀이하면 오늘 이 두 사람의 만남은 단지 두 인격의 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주정씨 가문과 전주이씨 가문의 해후를 의미합니다. 결혼이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장한 두 사람이 결합하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다음 세대를 출산함으로서,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의 계승을 통한, 사회 영속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예식입니다. 산소와 수소란 분자가 결합하여 물이란 물질이 되듯이, 이제 두 사람은 신랑과 신부라는 분자로서 화학적 결합을 통하여 새로운 가정, 화합하는 가정을 창조해 나아가기를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명심할 일은 신랑 신부는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건강한 아이를 낳아 훌륭하게 양육하십시오. 세계에 내세울 우리나라의 자산은 잘 교육받은 고급 인재들뿐입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 신랑 아버님 되시는 한상구 사장님께서는 이러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실감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두 번째로, 일상생활 속에서 이상과 현실을 조화롭게 영위해 나아가기를 부탁드립니다. 결혼이란 달콤한 꿈이기도 하지만,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사노라면 고난이 닥칠 때도 있고, 힘겨운 일들이 자신에게만 쏟아져 내린다고 불평할 때도 있겠습니다만, 여름날의 폭풍우는 잠시이며,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그 시각에도 그 구름 너머엔 항시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흔히 금슬 좋은 부부를 비익조(比翼鳥)나 연리지(連理枝)에 비유합니다. 두 단어 모두 백낙천의 <장한가>에 나오는 말로서,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영원한 사랑을 염원하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비익조란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이고, 연리지란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나무결이 서로 통하여 한 줄기가 된 것을 말합니다. 우리들이 결혼을 통해 잃어버린 반쪽을 찾는다는 말도 이 비익조에서 나왔습니다. 두 분께서도 비익조 되어 꿈을 공유하고, 연리지 되어 현실 문제의 해결에 힘을 합해 창조적인 가정을 꾸려 가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드릴 말씀은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고 사랑하십시오. 주례사에서 보통 믿고 사랑하라고 조언합니다만, 나는 여기에 존경하라는 말을 강조합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자기 부인에게 절대로 반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말을 쓰면 하인들도 자기 아내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경하는 마음은 신뢰와 사랑을 유지시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고대 유대인 율법학자들의 구전과 해설을 집대성한 책인 《탈무드》에서도, 시집가는 딸에게 남편을 존경하라는 친정 어머니의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싣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딸아,
네가 만일 남편을 왕처럼 존경한다면
그는 너를 여왕처럼 떠받들 것이다.
그러나 네가 하녀처럼 행동한다면
그는 너를 하녀처럼 취급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사랑의 원리는 베풀수록 더 큰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이 말은 비록 부부간에만 국한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한다면 먼저 남의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십시오.
그리고, 사랑은 모든 가치를 초월합니다. 사랑은 소유하는 것도 소유당하는 것도 아닌, 두 인격의 대등한 만남에서 가능합니다. 모든 인간관계의 바탕이 그러하듯이 부부간의 사랑의 토대도 상대에 대한 신뢰에 기초합니다.
그리고 오늘 이후로는 상대방의 약점까지 사랑하십시오. 인간은 고정관념과 어쭙잖은 자존심과 육체적 욕망으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보면 결점과 모순투성이이고 허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투덜대거나 비판하기 이전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노력하고,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십시오. 그리하여 이 계절의 여왕인 오월의 신록처럼 풋풋한 사랑을 키워 나아가십시오.
네 번째 드릴 말씀은 효행의 문제입니다. 일찍이 성현들께서는 효도는 百行의 근본이라 일러 왔습니다. 수욕정(樹欲靜)이나 풍부지(風不止)하고 자욕양(子欲養)이나 친부대(親不待)라 했습니다. 풀이하면, 나무 가지가 고요하고자 하여도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어버이를 섬기고자 하나 어버이는 인생의 일회성으로 말미암아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효행을 강조한 경구입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논리 이전에 윤리와 도덕의 문제이며, 부모님의 자식 사랑에 이유가 없듯이, 자식으로서도 부모님을 무조건 공경해야 하는 것은 당위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져 친인척간의 친소관계가 여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보입니다만, 신랑 신부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시댁과 처가댁 부모과 그 친지분들을 다같이 공경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하십시오.
끝으로 공사다망하신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아울러 감히 부탁 말씀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이 혼인예식의 증인이십니다. 오늘 이후에도 이들 신랑 신부의 앞날을 보살펴 주시고, 원만한 결혼생활이 지속되도록 계속 지도편달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신랑 한광석 군과 신부 이보영 양의 결혼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면서 이것으로 주례사에 가름합니다.
장황한 말씀,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 년 5월 25 일
주례 아무개
아래 창 9번째, 10번째 동영상에 주례사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있네요.
7, 8번째는 신랑 신부의 혼인서약문 낭독 동영상입니다.
http://www.munjung13.com/board/read.php?table=m13sarang&no=24938
이정인 친구의 장녀 보영이 결혼식에서!
2008년 5월 25일 삼성동 더 베일리 하우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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