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중국 항주 송성가무단의 가무

화합하고 창조하는 가정

안녕하십니까? 신랑 신 아무개 군과 신부 김 아무개 양이 백년가약(百年佳約)
을 맺는 오늘, 신랑 부친과의 학연으로 주례를 맡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
다. 먼저 이 혼인예식을 축하하고, 신랑 신부 양가 부모님과 가족 여러분들
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며, 아울러 이들의 새로운 인생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들께, 양가를 대신해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학창시절의 신랑 부친은 재주와 총기가 넘치는 로맨티스트였는데, 신랑 또
한 평산신씨 가문의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으로서, 대학에서 건축설비를 전공
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우리나라 초고층 건설 1위업체인 삼
성물산을 대표하는 삼성건설에서 성실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
대의 개발 프로젝트로 지난 달에 화제를 모은 용산역세권 국제업무지구개발
의 1차협상자에 선정됨으로써, 삼성물산이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사실은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실 것입니다.
신부 김 아무개 양은 김령김씨 가문의 재완으로 뛰어난 외모와 지성을 겸비
한 수려한 미인으로,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여 동물병원에서 근무하고 있
습니다. 이들은 금년 봄에 만나 네 계절에 걸친 뜨거운 열애 끝에 오늘 이 자
리에 함께 섰습니다. 신랑 신아무개 군이 620m 초고층 랜드마크빌딩에 도전하
는 삼성물산의 잠재력을 발휘하여 이상(理想)을 향한 모범적인 가정을 설계하
여 이를 가시화(可視化)하고, 동물까지 사랑하는 신부 김아무개 양이 사랑으로
그 가정을 빛나게 한다면, 이 두 사람의 화촉이야말로 세상에 드문 인연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면, 주례로서 또 인생길의 선배로서, 제가 살아온 길을 되짚
어보며,‘화합하고 창조하는 가정’이라는 주제로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신랑 신부는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건강한 아이를 낳아, 훌
륭하게 양육하십시오. 결혼이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생장한 두 사람이 결합하
여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다음 세대를 출산함으로서,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
정의 계승을 통한, 사회 영속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예식입니다. 산소와 수소
란 분자가 결합하여 물이란 물질이 되듯이, 이제 두 사람은 신랑과 신부라는
분자로서 화학적 결합을 통하여, 화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가정을 만
들어 가기를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로, 두 사람은 가정에서도 이상과 현실을 조화롭게 영위해 나아가
십시오. 결혼이란 달콤한 꿈이기도 하지만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사노라면 고난이 닥칠 때도 있고, 힘겨운 일들이 자신에게만 쏟아
져 내린다고 불평할 때도 있겠습니다만, 여름날의 폭풍우는 잠시이며, 먹구름
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그 시각에도 그 구름 너머엔 항시 태양이 빛나고 있음
을 잊지 마십시오.
흔히 금슬(琴瑟) 좋은 부부를 비익조(比翼鳥)나 연리지(連理枝)에 비유합
니다. 비익조란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
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이고, 연리지란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
서 나무결이 서로 통하여 한 줄기가 된 것을 말합니다. 두 분께서도 비익조
되어 꿈을 공유하고, 연리지 되어 현실 문제의 해결에 힘을 합해서, 삼성의
모토인 창조 경영을 가정에서도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드릴 말씀은 서로 존경하고, 신뢰하고, 사랑하십시오.
먼저, 언제나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십시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자기 부
인에게 절대로 반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말을 사용하면 하인들도 자기 아내
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신부는 동물병원에 근무하시니 잘 아시겠습니만, 애
완견도 가정에서 무시당하는 아이가 부르면 딴전을 피운다고 들었습니다. 상
대방의 인격을 존경하는 마음은 신뢰와 사랑을 유지시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입
니다.
고대 유대인 율법학자들의 구전과 해설을 집대성한 책인 《탈무드》에서
도, 시집가는 딸에게 남편을 존경하라는 친정 어머니의 간곡한 가르침을 다음
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딸아,
네가 만일 남편을 왕처럼 존경한다면
그는 너를 여왕처럼 떠받들 것이다.
그러나 네가 하녀처럼 행동한다면
그는 너를 하녀처럼 취급할 것이다.

[이 부분은 전달상의 문제가 걱정되어 뒤의 단락으로 대체함.
어떻게 키운 딸인데, 합법적으로 딸을 훔쳐가는 도둑인 사내를 어찌 차마 존
경하라고 말하고 싶었겠습니까? 하지만 자신의 결혼생활을 회고해 보면, 남편
의 사랑이 깊었던 시절은 자신이 남편을 사랑했던 날들의 반작용이었음을 회
상하고, 딸이 사위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으며 사는 길은 오직 그 길밖에 없음
을 확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의 원리는 베풀수록 더 큰 메
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아옵니다. 이 말은 비록 부부간에만 국한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한다면 먼저 남의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십시
오.]
그렇습니다. 모든 가치를 초월하는 사랑의 원리는 서로를 믿고 존경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존경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한, 두 사람의 사랑은 오래오래
지속될 것이며, 상대에게 베풀수록 그 사랑은 더 큰 메아리가 되어 나에게 돌
아올 것입니다. 이 말은 비록 부부간에만 국한된 말은 아닐 것입니다. 남에
게 대접받고자 한다면 먼저 남의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십시오.
그리고, 두 사람은 오늘 이후로 상대방의 약점까지 사랑하십시오. 인간은
고정관념과 육체적 욕망으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보면 결점과 모순투성이이
고 허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투덜대거나 비판하기 이전에 서로의 약점
을 보완하고, 보듬고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금년도 겨울은 지난 어느 해보다
따뜻함을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드릴 말씀은, 효행의 문제입니다. 성현들은 한결같이 효도를 강
조합니다. 재산이 많건 적건, 지식수준이 높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부모님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은 조금도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또 이 다음에 두 분
의 자녀들은 두 분이 조부모님들 모시는 걸 보고 그대로 배워 자기 부모에게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친척들의 친소관계가 모계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
상을 보입니다만, 신랑 신부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시댁과 처가
댁 부모님과 가족들을 다같이 공경하고 사랑하도록 노력하십시오.

끝으로 공사다망하신 중에도 이 자리를 빛내주신 하객 여러분께 감사의 말
씀과 함께 감히 부탁 말씀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이 혼인예식의 증
인이십니다. 오늘 이후에도 이들 신랑 신부의 앞날을 보살펴 주시고, 원만한
결혼생활이 지속되도록 계속 지도편달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신랑 신 아무개 군과 신부 김 아무개 양의 결혼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면서 이것
으로 주례사에 가름합니다.
장황한 말씀,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 년 11월 25 일
주례 金 英 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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