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왕이 거처할 수 있는 왕궁이 호수 한가운데 지어져 있었다. 왕은 좋겠다. 호수 밑바닥에 발을 담근 별궁 건물에서 시녀의 부채질로 땀구멍을 닫고 이름다운 무희들의 나긋나긋한 춤을 감상했을 게 아닌가? 은자는 특별히 되고 싶은 게 없었는데 별궁 보니 문득 하루만 왕노릇을 하고 싶어졌다.

보석 가공공장에서 작은 진주알을 맨손으로 잡고 절단하는 청년을 보고는 은자의 등줄기에 생땀이 솟구쳤다. 자동으로 회전하는 원판 가장자리 톱날에 두 손의 엄지와검지 사이에 끼운 흰콩알만한 에메랄드를 절단하다니. 위험천만이었다. 타지마할 모조품은 실물과의 비례는 고사하고 문짝도 첨탑도 엉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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