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옥전4

 

 

4)蘭娥或死或生 玉童爲人爲鬼

 

향란은 죽은 듯도 하고 산 듯도 하며 종옥은 사람이었다가 귀신이었다가 하다
鍾玉祭畢, 悄悄彷徨, 淚下霑衿, 但聞蟲聲喞文, 螢影耿耿而已. 鍾玉或恐事露而見責於叔父, 乃返而歸, 自嘆不已.

 

종옥은 제사를 마치고 시름없이 방황하는데, 눈물이 흘려내려 옷깃을 적셨다. 이때는 단지 벌레가 우는 소리만 들리고 반딧불만 반일 따름이었다. 종옥은 혹시 사단이 탄로나서 숙부로부터 책망을 들을까 염려하여 돌아오면서도 스스로 탄식함을 마지 않았다.
假寐而坐, 忽聞哭聲自花園而來. 初遠漸近, 有童女持碧蓮燈, 携白玉甁前導, 後有一佳人隨之, 立於窓下而問曰:“郎君宿耶? 否耶?”
얼핏 잠이 들어 앉았는데, 홀연히 우는 소리가 화원으로부터 처음에는 멀리서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한 동녀가 벽련등을 들고 백옥병을 가지고서 앞을 인도하고, 뒤에 한 미인이 따라오더니 창 밑에 서서 물었다.“낭군 주무십니까, 안 주무십니까?”
鍾玉心頗疑怪, 起而答曰: “誰也?” 對曰: “妾乃香蘭也. 郎君不忘賤陋之質, 特燐寂莫之魂, 思之於莽蒼之夜, 訪之於幽暗之地, 奠之以情醪, 慰之以哀詞. 故小妾雖幽顯逈殊, 欲謝盛恩而來也.”
종옥은 마음에 자못 의아하고 괴이하여 일어나 대답했다.“누구요?”미인이 대답했다.“저는 곧 향란입니다. 낭군이 비천한 저를 잊지 않으시고, 적막한 넋을 유달리 불쌍히 여기시어, 쓸쓸하고 아득한 밤에 저를 생각해 주시고, 그윽히 깊숙한 무덤을 찾아 주셨습니다. 정이 넘치는 술로 제사를 지내 주시고, 슬픈 사연의 제문으로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비록 저승과 이승의 길이 멀고 달라도, 성대한 은혜에 감사하고자 왔습니다.”
鍾玉一喜一悲, 開戶請入, 備問厥由. 香娘哽咽不能言, 須臾, 呑聲拭淚而答曰:
종옥은 한편으로 기쁘고 다른 한편으로 슬펐으나 문을 열어서 들어오게 하여 그 곡절을 물었다. 향란은 목이 메여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잠시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을 닦고 대답했다.
“若陳往事, 徒增傷懷. 曩者小妾以紅坊至微之姿, 猥荷郞君過愛之情, 金石之盟結於執帨之日, 琴瑟之歡, 深於抱稠之夜. 坐臥必偕, 死生同穴, 雖一時半刻, 未嘗肯暫離.
“만약 지나간 일을 말씀드리면 한갓 아픈 회포만 더할 뿐입니다. 전날에 저는 교방의 지극히 미천한 몸으로 분수에 넘치게도 낭군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낭군에게 몸을 허락하던 날에 변치 말자는 약속을 했고, 또 다정하고 화목한 즐거움도 홑이불을 덮고 자던 날에 깊었습니다. 앉으나 누우나 함께 늙기를 기약하고, 죽으나 사나 같이 묻히기를 맹세하며, 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造物多猜, 佳期易誤, 親候靡寧, 家書適到. 郎君作千里之遠, 小妾遘一病之怪, 離懷作祟, 情恨添症. 軒岐蔘木, 不能治吾病, 夏且刀圭, 不能攻吾疾.
조물주가 시기함이 많아 우리들의 아름다운 기약이 잘못되기가 쉬웠던 것인지, 아버님의 건강이 평안치 못하다는 본댁의 편지가 마침 도착했습니다. 낭군이 천리 먼 길을 떠나자 저는 괴이한 병을 만났는데, 이별하는 고통스런 마음이 빌미가 되고 정한이 병세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헌원씨와 기백의 인삼과 백출로도 저의 병을 치료할 수가 없고, 하차의 약 뜨는 숟가락으로도 저의 병을 다스릴 수가 없었습니다.
纔經一宵, 微褸菴絶, 使道燐之, 斂我而殯. 郎君戀之, 慰我而酹我, 生前恩德, 死後感佩. 是以每欲一拜郎君, 謝其眷愛之誼, 而觀此微質, 只餘殘骸,
겨우 하룻밤이 지나서 제가 갑자기 죽자, 사도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저의 시신을 거두어 묻어주었습니다. 낭군도 산 저를 그리워하다가 죽은 저를 위로하고 제사를 지내주시니, 살아서도 은혜를 입었고 죽어서도 감사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매양 한번이라도 낭군을 만나 저를 돌보아 주시고 사랑해주신 정의를 사례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 미천한 몸을 스스로 돌아보니, 다만 썩다 만 뼈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有其魂而無其形, 故哀控于地藏菩薩, 陣訴于后土夫人. 幸蒙無量慈悲之心, 假以業風神水之軀, 給暇數月.

 

그 혼은 있으나 그 형체는 없으므로 지장보살에게 슬프게 아뢰고 후토부인에게 진정하고 호소했습니다. 그랬더니 다행스럽게도 끝없는 자비의 마음을 입어서, 지옥의 독풍(毒風)을 날려보내고 신령스런 물로써 씻어 임시로 몸을 만들어서 몇 달의 여가를 주었습니다.
以是之故, 穢骨雖在泉壤, 靈魂得出塵寰, 不顧鄙陋之蹤, 敢瀆尊貴之軆, 欲叙平生未盡之緣. 願郎君勿以妖魔而斥之. 恕以寃業而聽之.

 

이러한 까닭에 저의 뼈는 비록 저승에 있더라도 저의 영혼만은 이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비루한 저의 자취를 돌아보지 않고, 감히 존귀한 낭군의 몸을 욕되게 하는 것이더라도 평생 동안 다하지 못한 인연을 펴고자 합니다. 원컨대 낭군은 요사스런 마귀라 해서 물리치지 마시고 용서하시어 억울한 사연을 들어 주십시오.”
乃命童女酌紅酒一觴, 獻碧桃三枚, 歌以回春詞一闋曰:
이에 향란은 동녀에게 명하여 홍주 한 잔을 따르고, 벽도 세 개를 올리게 하고는, <회춘사> 한 곡을 불렀다.
或爲雲或爲雨, 간혹 구름도 되고 간혹 비도 되는,楚天神女下陽臺. 초나라의 天神女가 양대에 내려왔네.能爲仙能爲鬼, 신선도 될 수 있고 귀신도 될 수 있는,終南月隱賈娘來. 가랑자가 종남산에 달이 기울 때 왔네.端端幸免一池墨, 단정히 일지묵을 요행히 면하고,眞眞暫醉百家灰. 진정코 백가회에서 잠시 하네.若無鄒子律, 만약 추자에게 음률이 없던들,陰崖豈得陽? 그늘진 언덕이 어찌 햇빛 얻었으리오?春回城都鏡, 봄이 성도의 거울에 돌아오니,合延津劍還. 연평 나루의 검이 합해져서 돌아왔네.天知我地知我, 하늘도 우리를 알고 땅도 우리를 아나니,能使我兩人盡歡此人間. 능히 우리 두 사람이 인간세계의 즐거움을 몽땅 누리게 해주리라.

 

鍾玉喜而悲, 怪而問曰: “汝旣鬼也, 安得酒果乎?”
종옥은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괴이히 여겨 물었다.“너는 이미 귀신인데 어찌 술과 과일을 구할 수 있었느냐?”
香娘斂容而對曰: “此酒此果, 非人間之物, 而少妾乃空中之魂也. 駕塵彉風, 升天入地, 一瞬千里, 無處不往. 故得酒於君山, 摘桃於瑤池.
향란은 용모를 단정히 하고 대답했다.“이 술과 과일은 인간세계의 물건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곧 허공에 떠다니는 혼백인데, 먼지 일으키며 수레 달리고 빠른 바람을 타고 배를 몰 수 있어 하늘에도 오르고 땅에도 들어갈 수 있으니, 눈 깜짝하는 사이에 千里라도 가지 못할 곳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술은 군산에 가서 얻어 왔고, 복숭아는 요지에 가서 따 왔습니다.
昔者方朔竊飮此酒而延紀三千, 彭祖摘食此桃而遐壽八百. 此酒此果, 豈可易得之物乎! 飮之卽醺, 啖之便香.”

 

옛날 동방삭은 이 술을 훔쳐 마시고 삼천 살까 연장하여 살았고, 팽조는 이 복숭아를 따서 먹고 팔백 살이나 장수하였습니다. 이 술과 이 과일은 어찌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이겠습니까? 마시면 곧 얼근히 취하고, 씹으면 곧 향기롭습니다.”
鍾玉飮而嘗之, 與世俗之味, 味相萬也. 乃作詩而和之曰:

 

종옥이 마셔보고 맛을 보니 세속의 맛과는 맛이 서로 달랐다. 이에 종옥은 시를 지어 화답했다.
佳人今有信, 오늘 님의 소식이 있더니,來訪月黃昏. 달 뜬 어둑한 밤에 찾아왔네.不借茅山藥, 모산의 약 빌리지 않고도,能還倩女魂. 능히 님의 혼을 돌아오게 했네.瑤桃分玉箸, 요지의 복숭아 옥저로 나누고,瓊液瀉金樽. 맛있는 술 금동이에 쏟아 붓노라.往事徒悲愴, 지난 일은 한갓 슬픔을 더할 뿐이니,情懷此夜論. 사랑의 회포만 이 밤에 이야기하자꾸나.

 

鍾玉乃把香娘之手, 欲爲同寢. 香娘如有不懌延者, 曰: “妾是鬼也, 郞何然乎?”
종옥이 이에 향란의 손을 잡고 동침하려고 했다. 향란은 마치 기쁘지 않은 체하며 말했다.“저는 귀신이온데 낭군은 어찌하여 이러십니까?”
鍾玉笑曰:“人死爲鬼, 鬼化爲人, 其鬼其人, 其本則一. 吾死則亦鬼也, 汝化則亦人也. 豈有人與鬼之間於其間哉! 無形曰: 鬼, 有形曰: 人, 是以鬼者乃無形之人, 而人者乃有形之鬼也. 然則烏乎疑乎!”

 

종옥이 웃으며 말했다.“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고 귀신이 변화하여 사람이 되나니, 그 귀신과 그 사람은 근본이 하나이니라. 내가 죽으면 또한 귀신이고, 네가 변화하면 또한 사람일 것이다. 어찌 사람과 귀신의 차이가 그 사이에 있겠느냐? 형체가 없는 것을 ‘귀신’이라 하고, 형체가 있는 것을 ‘사람’이라 하니, 이런 까닭에 귀신은 곧 형체가 없는 사람이요, 사람은 곧 형체가 있는 귀신이다. 그러니 어찌 의심하겠느냐?”
遂牽裙就寢, 其耽樂之情, 宛如平昔, 而私昵之心, 有倍於前日矣.

 

드디어 종옥은 향란의 소매를 이끌어 잠자리에 나아가니, 두 사람의 즐거움을 탐닉하는 정은 완연히 지난날과 같고, 사사로이 가까이하는 마음은 전날보다 배나 더했다.
俄而, 官角報曉, 村鷄已鳴. 香娘起而拜辭曰:

 

잠시 후 의 나팔이 새벽을 알리고, 마을의 닭도 울기 시작했다. 향란이 일어나 절하며 말했다.
“日已曙矣, 妾可去矣. 妾以幽陰之質, 不可露形於陽明之界, 而陰陽失序, 必致災異. 是故日月相薄則蝕, 金火相交則爍. “날이 이미 밝았으니, 저는 가야겠습니다. 저는 저승의 몸인 까닭에 이승에다 형체를 드러낼 수는 없고, 또 음양의 질서를 잃으면 반드시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월이 서로 붙으면 가리게 되고, 쇠붙이와 불이 서로 섞이면 녹게 되는 것입니다.
古人云「晝者人之月也, 夜者鬼之日也.」 楚辭云曰: 「黃昏以爲期.」 少妾之行, 不利於晝, 只卜於夜.”

 

옛사람들이 말하기를 ‘낮은 사람의 달이요, 밤은 귀신의 해’라 했습니다. 또 초사에 이르기를, ‘황혼으로 기약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저의 나다님은 낮에는 이롭지 않기에 다만 밤에만 하기로 정했습니다.”
鍾玉情雖未洽, 理或固然. 遂不强挽, 慰而誘之曰: “汝言如斯, 吾姑許之, 來夜復來, 勿負佳期, 使我毋作中途改路之歎也.”

 

종옥은 서로의 정이 비록 흡족하지 않았으나, 향란이 한 말의 이치가 그럴듯한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종옥은 강제로 만류하지는 않았으나 위로하며 유혹했다.“너의 말이 그와 같다면 내 잠시 허락할 것이니, 오늘밤에 다시 와서 이 약속을 저버리지 말고 나로 하여금 중도에서 길을 바꾼 것에 대해 탄식을 짓게 하지 말아다오.”
香娘半笑而答曰:“郞君雖不語, 小妾豈無情?” 乃褰裳下階, 直向東園百花深處而去. 鍾玉開戶視之, 已無形影矣.

 

“낭군께서 비록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제가 어찌 무정할 수 있겠습니까?”그리고는 치마를 걷어올리고 섬돌을 내려가 곧바로 동산의 온갖 꽃들이 피어있는 으슥한 곳으로 갔다. 종옥이 문을 열고 보니 이미 향란의 모습과 그림자는 보이지 않더라.
自此之後, 夜則來, 晝則去, 黙黙之情, 一日而加一層矣. 厭午漏之滴壺, 掛眼於西山落日, 喜瞑色之生樹, 側耳於花園跫音, 如是者於玆有時矣.

 

이후로는 밤이면 오고 낮이면 돌아가니 말없는 사랑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더욱더 깊어만 갔다. 한낮에도 여전히 병에 물시계의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싫었고, 눈길은 서산에 지는 해에 머물러 있었다. 어두워지려는 기색이 숲에서 생겨나는 것을 기뻐했고, 화원에 향란의 발자국 소리가 나는가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하기를 여러 날이 지나갔다.
一夕香娘前席而跪, 貌若甚慽者而言曰: “人鬼不 同之理, 幽顯辦異之道, 郎君非不知. 而出入也, 與鬼必偕, 起居也, 與鬼同處, 其日不淺, 形神雜糅. 郎君之心, 雖自知其人自人也, 郎君之化而爲鬼者久矣. 以鬼而化人, 於小妾幸矣. 以人而化鬼, 於郎君不幸矣.”
어느날 저녁, 향란이 자리 앞으로 나와서 꿇어앉았는데, 모양이 매우 슬픈 듯이 말했다.“사람과 귀신이 같지 않다는 이치와, 저승과 이승이 판이하다는 말씀은 낭군께서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낭군이 출입함에 있어서 저라는 귀신과 반드시 같이 하고, 낭군이 기거함에 있어서도 저라는 귀산과 같이 거처한 날이 적지 아니하니, 사람과 귀신이 얽히게 되었습니다. 낭군의 마음은 비록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줄로 알고 계시지만, 낭군이 변화하여 귀신이 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귀신이로서 사람으로 변화되었음은 저에게는 다행이나, 사람으로서 귀신이 되었음은 낭군에게는 불행입니다.”
鍾玉瞿然而笑, 愕然而驚曰: “汝何忘言! 人鬼之本, 雖云一致, 死爲人乎? 生爲鬼乎? 生而爲人, 死而爲鬼, 則豈有不死而爲鬼之理哉! 若以同處, 而人能爲鬼, 設使入於糜鹿之間, 而能爲糜鹿之君乎?

 

종옥은 두려운 듯이 웃고, 놀란 듯이 당황하며 말했다.“너는 어찌하여 망령된 말을 하느냐? 사람과 귀신의 근본이 비록 일치한다손 치더라도, 죽어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며 살아서 귀신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살아서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죽어서는 귀신이 되는 법인데, 어찌 죽지 않고도 귀신이 될 수 있는 이치가 있겠느냐? 만약 같이 거처했다고 하여 사람이 귀신이 될 수 있는 이치가 있겠느냐? 만약 같이 거처했다고 하여 사람이 귀신이 되는 것이라면, 설령 미록(麋鹿)의 무리에 들어갔다고 해서 미록의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단 말이냐?
假令處於牛馬之中, 亦爲牛馬之類乎? 生而爲鬼之說, 萬萬無此理. 且吾聞之, 奔蜂不能化藿蠋, 越鷄不能伏鵠卵.

 

가령 소나 말 가운데에 거처한다고 하면 또한 소나 말의 무리가 되는 것이냐? 살아서도 귀신이 된다는 설은 전혀 그렇게 될 이치가 없는 것이니라. 또한 내가 들으니, 나는 작은 벌은 콩나비가 될 수 없고, 나다니는 작은 닭은 큰 고니의 알을 품을 수 없다고 했느니라.
鳳入君鷄, 其色雖近, 不曰: 鷄而曰: 鳳. 鹿立獐邊, 厥樣雖同, 不爲獐而爲鹿. 汝爲汝我爲我, 人則人, 鬼則鬼, 豈焉能有是理哉?”

 

봉황이 닭 무리에 들어가면, 그 색깔이 비록 근사하다고는 하나 ‘닭’이라고 이르지 않고 ‘봉황’이라고 이른다. 사슴이 노루 곁에 서면, 그 모양은 비록 같다고는 하나 ‘노루’가 되지 못하고 ‘사슴’이 된다. 너는 너고 나는 나요. 사람은 사람이고 귀신은 귀신이니, 그 어찌 네가 말한 그러한 이치가 있을 수 있단 말이냐?”
香娘笑而答曰: “郎君之言, 如有理哉! 然而知其一, 未知其二. 雖曰: 生爲人, 死爲鬼, 而古不云乎 ‘衣孔孟之衣, 行孔孟之行, 誰不爲孔孟? 服跖桀之服, 言跖桀之言, 人皆爲跖桀.’

 

향란이 은밀히 웃으며 대답했다.“낭군의 말씀에도 이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입니다. 비록 살아서는 사람이 되고 죽어서는 귀신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옛말에 이르지 않던가요? 즉 ‘공자 맹자의 옷을 입고 공맹의 행동을 행하면 누군들 공맹이 되지 않겠으며, 도척과 걸왕의 옷을 입고 도척과 걸왕의 말을 하면 사람들은 모두 도척과 걸왕이 된다.’라고 합니다.
今郎君同我之言, 同我之身, 則眼耳鼻舌身意, 雖不離於人, 色聲香味觸法, 已是變於鬼, 其較然矣.

 

지금 낭군은 저와 같은 말을 하고, 저와 같은 몸을 하고 있으니, 눈․귀․코․혀․몸․뜻이 비록 사람과 다르지 않으나 빛깔․소리․향기․맛․감촉의 법은 이미 귀신이 하는 그것으로 변하였습니다. 그것들을 견주어 본다 하더라도 그럴 것입니다.
如是而郎君之感滋甚, 禮記月令曰: ‘雁化爲鳩, 雉化爲蜃, 是皆生而化之者也.’ 雀於水而成蛤, 鼠於田而成鴽, 此豈死而成之者耶?

 

이렇게 하고도 낭군의 의혹이 더 심해진다면, 『예기』의<월령>편에 ‘매가 변하여 비둘기가 되고, 꿩이 바다로 들어가서 이무기가 된다’고 했는데, 이것은 모두 살아 있으면서도 변화한 것입니다. 또 ‘참새가 바다에 들어가서 대합조개가 되고, 들쥐가 변하여 종달새가 된다’고 했는데, 이것이 어찌 죽어서 되는 것이겠습니까?
淮南鷄犬響於白雲, 其從之者, 亦仙也. 羿妻姮娥, 奔於月殿, 其化之者, 本人也. 郎君雖自謂非鬼, 而與鬼同處, 豈不爲鬼哉!”

 

『회남자』에 ‘닭과 개의 울음소리가 천제(天帝)가 거처하는 백운향에서 들린다’고 했는데, 그곳으로 쫓아간 동물도 또한 신선인 것입니다. 예의 아내 항아가 전설상의 월궁으로 달아났는데, 그렇게 달아난 항아도 본래 사람이었습니다. 낭군이 비록 스스로 귀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귀신인 저와 함께 거처했으니, 어찌 귀신이 되지 않았다고 하겠습니까?”
鍾玉乃噓晞大笑曰:“果是耶? 非耶? 吾之言語如此, 吾之行步如此, 吾之飮食如此, 而尙且爲鬼哉?”

 

종옥은 이에 탄식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과연 너의 말이 옳은 것이냐? 그릇된 것이냐? 나의 언어가 이와 같고, 나의 행보가 이와 같고 나의 음식이 이와 같거늘, 어찌 귀신이야 되겠느냐?”
香娘曰: “郎君以小妾, 謂人耶? 謂鬼耶? 凡此言語行步飮食之事, 妾亦能之, 何獨必人而後能此哉? 鬼若不信驗於人, 可也.”

 

향란이 대답했다.“낭군은 저를 사람이라 이르겠습니까? 귀신이라 이르겠습니까? 무릇 언어․행보․음식에 관한 것은 저도 또한 능히 할 수 있거늘, 어찌 유독 반드시 사람인 이후에만 능히 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제가 귀신임을 만약 믿지 못하시겠다면 사람들에게 징험해 봄이 옳겠습니다.”
是時, 公率籲左右官僕, 告之曰: “道令與香娘行某處, 遊某地, 見之如不覩, 聽之如不聞, 毋指目牽引, 毋揮手指點. 不從吾言, 必罪汝等.”

 

이때 김공이 좌우에 관속 종을 모아놓고 알렸다.“도련님과 향란이 모처에 가서 놀 것이니, 보아도 못 본 체하고 들어도 못 들은 체하며, 눈빛으로 끌어들이지도 말고, 손으로 가리키지도 말아라. 나의 말을 쫓지 않으면 반드시 너희들을 죄주리라.”
由是一府中皆畏令, 無敢言其言者. 鍾玉謂香娘曰:“聞汝之言, 而度吾之心, 漸知其於鬼不遠, 而猶有疑端, 吾可試可後乃已.

 

이로 말미암아 한 고을 안이 모두 김공의 명령을 두려워하여 감히 말하지 못하였다. 종옥이 향란에게 말했다.“너의 말을 듣고 나의 마음을 헤아려 보니 내가 귀신에 멀지 아니함을 점차 알게 되었으나, 그래도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니 시험한 뒤에 그만두겠다.”
香娘曰: “甚善! 其則不遠.” 乃攝衣聯臂, 幷硅同步, 或行蓮亭之東, 或戱梅軒之西, 往來不止, 游傲多方. 相與作歌, 行且哦之曰:

 

향란이 말했다.“매우 좋습니다. 그렇지만 귀신에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이에 두사람은 옷을 끌어올리고 팔장을 끼고는 발걸음을 맞추어서 혹은 연정의 동쪽으로 가기도 하고 혹은 매헌의 서쪽으로 가 장난질하며 왕래하기를 그치지 아니하였다. 여러 곳을 놀러다니며 서로 노래하기도 하고 거닐며 시를 읊조리기도 했다.
摻執子之玉手兮, 그대의 고운 손 잡고,行且行兮西復東. 서쪽으로 다시 동쪽으로 가고 또 가는데,門柳兮梟娜翠, 문 앞의 버들 나부끼며 푸르고,池蓮兮爛熳紅. 못 속의 연꽃 흐드러지게 붉구나.與子兮同戱, 그대와 더불어 함께 노닐다 보니,一片秋月, 在天之中. 한 조각 가을달 하늘 높이 떴네.我見人, 人不能我見兮, 나는 사람들 보건만 사람들 나를 보지 못하니,我獨於此彷徨. 나만 이곳에서 방황할 수밖에.我非鬼, 世皆謂我鬼兮. 나는 귀신이 아니건만 세상사람들 모두 귀신이라 하니,與佳人終吾生而倘佯. 그대와 함께 노니며 내 생애를 마치리라.

 

 

鍾玉或詠或行, 四望瞻眺, 抵掌騁目, 左旋右步, 旣去復來, 無一人知之者.

 

종옥이 혹은 시를 읊기도 하고, 혹은 거닐기도 했다. 사방을 바라보며 살펴보고, 손을 비비며 눈을 두리번거리면서 왼쪽으로 돌다가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간 곳을 다시 돌아와도 어느 한 사람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鍾玉曰: “吾今日始知爲鬼也, 丁寧矣. 立於十目所視之地, 行於十手所指之處, 而人莫我知, 其於人遠矣. 嗟乎怪哉! 吾聞戱升出而心痛除, 弓影去而起病愈, 今吾試於人, 而始知其鬼也.”

 

종옥이 말했다.“내 오늘에야 비로소 귀신이 되었음을 정녕코 알겠구나. 열 사람의 눈이 보는 땅에 서고, 열 사람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걸었으나, 어느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니 사람에서 멀어졌도다. 슬프고도 괴이하다. 내가 듣건데 ‘희악질하는 미성(尾星)이 나가자 마음의 괴로움이 없어졌고, 활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의심하는 병이 나았다’고 하더니, 오늘 내가 사람들에게 시험해 보고서야 비로소 귀신임을 알았구나.”
遂還歸蓮堂, 把香娘之手, 喟然歎息曰: “我爲人子, 遠離膝下, 朝夕甘旨, 誰爲嘗之? 晨昏定省, 誰爲問之? 使慈孃空添舐犢之悲, 令老爺日思哺烏之情, 傷心哉!

 

드디어 종옥은 으로 돌아와서는 향란의 손을 잡고 슬픈 듯이 탄식하며 말했다.“나는 남의 자식이 되어 슬하를 멀리 떠나 죽었으니, 아침저녁으로 부모님께 드리는 맛있는 음식을 누가 맛보겠는가? 또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안부를 보살피는 물음은 누가 하겠는가? 어머니로 하여금 자식을 사랑했던 마음에 공연히 슬픔을 더하게 하고, 아버지로 하여금 자식을 먹었던 정을 날마다 생각하게 하니 마음이 아프구나.
人於天地, 孰無父母? 父母之愛子也, 自在襁褓, 提携捧負, 寒則衣之, 飢則乳之, 畏其不壽. 及其年長, 使之成婚, 期欲見含飴弄孫之慶,

 

사람이고서 이 세상에 누구인들 부모가 없겠는가? 그렇지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함은 강보에 있을 때부터 비롯하여 팔에 안고 등에 업으며, 추우면 옷을 입히고 주리면 젖을 먹이고, 자식이 혹 죽지 않을까 걱정한다. 또 자식이 장성함에 미쳐서는 그를 혼인시켜서, 손자에게 엿을 먹이며 데리고 노는 즐거움을 보고자 하리라.
而今我不孝, 遠辭堂上白髮雙親, 奄作人間靑年一鬼, 人中罪人, 鬼中罪鬼, 探花之情, 縱有樂只, 愛日之誠, 寧不悲哉!”

 

그런데 이제 나는 불효하여 멀리 당상의 백발 양친을 저버리고서 문득 젊은 나이로 한 귀신이 되었으니, 사람 중의 죄인이요. 귀신 중의 죄지은 귀신이라. 꽃 같은 미인을 찾은 정이야 비록 즐거움이 있었다 하더라도, 다만 자식이 어버이를 섬기려는 정성에는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香娘避席跪曰:“郎君之傷感至此, 少妾之悚愧無地. 非妾之故, 郎何爲鬼? 然而此莫非宿緣所由, 新情所感, 郎君不知量此, 及爲傷懷, 是直小丈夫缺缺者之事也, 切爲郎君不取也.”

 

향란이 자리를 옮겨 꿇어앉으며 말했다.“낭군의 슬픈 마음이 이에 이르렀으니 저는 황송하고 부끄럽기가 그지없습니다. 저로 말미암은 연고가 아니었다면 안군이 어찌 귀신이 되었겠습니까? 그러하지만 이렇게 된 것은 오랜 인연으로 말미암은 것인데, 새로운 정에 대해 느껴야 할 바를 낭군은 헤아려 알지 못하고 슬픈 생각만 하는군요. 이는 진실로 졸방부나 모자란 사람이나 하는 일이니, 부디 낭군은 그것들을 취하지 마십시오.”
鍾玉凝坐頷首, 俄而微笑而言曰: “事旣如此, 心何有他. 夫人生世間, 其久幾何? 一生一死, 古今堂理, 而彭殤之間, 其死一也, 抑又何恨! 古人云: ‘近朱者赤, 近墨者黑. 鷗不日浴而白, 烏不日黔而黑.’

 

종옥은 꼿꼿하게 앉아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후 미소지으며 말했다.“일이 이미 이와 같거늘 다른 마음이 어찌 있으리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래 산들 그 얼마이겠는가? 한번 나고 한번 죽는 것은 고금에 늘 있는 이치이니, 오래 살고 일찍 죽은들 그 죽음은 한가지인데 또한 무엇을 하겠는가! 옛사람들이 이르기를, ‘주사를 가까이하면 붉게 되고, 먹을 가까이하면 검게 된다’고 하였건만, 갈매기는 날마다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까마귀는 날마다 검게 하지 않아도 검도다.
今我則不生不滅不病不死, 而籧籧然化爲鬼, 如莊周之夢裡蝴蝶, 能窮耳目所欲, 能從心志所樂, 作歌詩而自娛, 携佳人而永遊, 豈不愈於他人之病且死而爲鬼者哉!”

 

지금 나는 살지도, 멸하지도, 병들지도, 죽지도 않았으면서 얼떨결에 변화하여 귀신이 된 것은, 마치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능히 이목(耳目)의 하고자 하는 바를 다하고, 또 능히 마음과 뜻이 즐기고자 하는 바를 쫓은 것과 같아서, 노래와 시를 지어 스스로 즐거워하고, 미인을 데리고 오래도록 놀게 되었으니, 어찌 남들이 병들거나 죽어서 귀신이 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느냐!”
居無何, 香娘溫言於鍾玉曰: “郎君勿以細瑣之念, 有介然於懷也? 旣已爲鬼而有悔, 徒增傷悲而無益.”

 

조금 있다가, 향란이 종옥에게 조용히 말했다.“낭군은 너무 사소한 것까지 생각하여 쓸쓸한 정화를 두지 마십시오. 이미 귀신이 된 것을 후회한들 한갓 슬픔만을 더할 뿐 아무런 쓸데가 없습니다.”
鍾玉曰:“姑舍是, 第言之.”

 

종옥이 말했다.“이제 그것에 대해서는 그만하고, 다른 것을 말해 보아라.”
香娘曰:“人不見我, 我何疑人? 我之行止, 非人所知. 則惟意所適, 任其所遊, 寫憂於名區, 騁懷於佳節, 以極視聽之娛, 同作遊賞之樂, 何如?”

 

향란이 대답했다.“사람들이 귀신인 우리를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어찌 그들을 의심하겠습니까? 우리들의 행동거지는 사람들이 알지 못하니, 오직 마음대로 갈 수 있고, 노는 곳도 임의로 할 수 있습니다. 경치 좋은 곳에서 근심도 씻고 좋은 계절에 정(情)도 펼치기 위해, 보고 듣는 즐거움을 지극히 누리고 산으로 돌아다니며 감상하는 즐거움을 같이하는 것이 어떠십니까?”
鍾玉本是風流男子, 笑而答曰: “信可樂也.”

 

종옥은 본래 풍류남자인지라 웃으며 말했다.“진실로 즐길 만한 것이로구나.”
香娘乃挈榼提壺, 與鍾玉出城之東, 循山而南, 往于桐溪之崖. 桐溪古稱勝地, 騷人墨客之東西行過是溪者, 無不題詩而題名焉.

 

향란이 술병을 들고 종옥과 함께 성의 동쪽으로 나와 산을 따라 남쪽으로 가서 동계(桐溪)의 물가에 다다랐다. 동계는 옛날부터 명승지로 일컫던 바인지라, 동서(東西)의 시인과 문사가 이곳을 지나가게 되면, 시를 지어 이곳에다 자신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山屛四列, 水帶百圍, 時則季秋也, 凉颷颯起, 木葉微下, 烟橫霧斜, 潦盡潭淸, 楓葉着霜而染丹, 菊花凝露而綻黃.

 

산은 병풍처럼 사방으로 벌어져 있고, 물은 띠처럼 온갖 곳을 둘러 있었는데, 때는 바야흐로 늦가을이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소리없이 떨어뜨리고, 물안개가 비껴 있어 장마가 끝난 뒤의 시내는 맑기만 했다. 단풍잎은 서리를 맞아 붉게 물들었고, 국화는 이슬을 머금은 체 누런 꽃이 피어 있었다.
鍾玉顧謂香娘曰:“四時佳景, 隨時不同, 假我以逍遙天壤之間, 復有何樂可以代此樂也?”

 

종옥이 향란을 돌아보며 말했다. “사철의 아름다운 경치가 계절에 따라 같지 아니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천지 사이에서 돌아다니도록 하니, 다시 무슨 즐거움이 있어 이 즐거움을 대신하겠는가?”
乃引壺自酌, 擧盃相勸, 其樂陶陶. 作秋遊辭, 題于澗水邊盤石上曰:

 

술병을 집고 스스로 잔실하여 술 마시기를 서로 권하니 그 즐거움이 화평했다. <추유사>를 지어 시냇가 반석 위에다 썼다.
金風夕起兮, 가을의 찬바람 밤에 일어나니白露爲霜. 흰 이슬이 서리가 되네.木葉交墜兮, 나뭇잎이 섞여 떨어지는데.菊有芳. 국화엔 꽃내음이 있네.與佳人遊覽兮, 님과 함께 유람하니,相隨相樂不相忘. 서로 따르고 서로 즐김을 잊을 수 없네.泉石留人兮, 연 풍광이 사람을 머물게 하니,梓澤何處是? 택은 어디에 있는고.曲水送盃兮, 곡수에서 술잔을 보내니,蘭亭此地矣. 난정이 이곳이로구나.綠水千年聲, 녹수는 천년의 소리요.靑山萬古意. 청산은 만고의 뜻을 품었어라.水洋洋山峨峨兮, 물은 넘실거리고 산은 우뚝한데,百年光陰若流矢. 백년의 세월이 흐르는 화살 같구나.坐盤石兮嗽淸流, 반석에 앉아 맑은 물로 양치함엔,今吾不樂復何矣? 오늘 즐기지 않고 다시 무엇을 하랴.
香娘停盃移席, 亦以其體和之曰: 향란이 술잔을 멈추며 자리를 옮기고는, 또한 그 에 화답했다.
佳景隨節兮, 아름다운 경치는 계절에 따라 다른데,春雨秋霜. 봄에는 비, 가을에는 서리로다.郎君妙齒兮, 낭군도 꽃다운 나이,妾年芳. 나도 꽃다운 나이라.朝朝暮暮兮, 아침이면 아침마다 저녁이면 저녁마다, 相隨. 서로를 따르네.郎君不忘我兮, 낭군이 나를 잊지 않으니,我不忘. 나도 낭군의 안부 잊을 수 없어라.古人安在兮, 옛사람은 어디에 있는가.風流不若是. 풍류는 이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悵今世人生兮, 오늘의 인생을 한탄하나,此遊亦足矣. 이 유람만은 만족스럽구나.勝景寧無心, 절경은 차라리 무심하건만,逍遙自有意. 소요함 스스로 뜻을 지녀어라.盡吾歡叙吾情兮, 내 즐거움을 다하고 사랑도 펴리니.不待人間促年矣. 인간의 세월 재촉함을 기다리지 않으리라.醒可詠醉可樂兮, 술 깨면 시를 읊고 취하면 즐기리니,無情日月不相俟. 무정한 세월일랑 우리 기다리지 말아요.

 

 

於斯之時, 鳥還溪樹, 鴈呌江雲. 遂相與待月而歸, 天光皎潔, 山容慘憺. 鍾玉若有悽悵之態,

 

이러한 때에 새들은 시냇가 나무로 돌아가고, 기러기는 강가 구름 속에서 부르짖고 있었다. 드디어 서로 더불어 달뜨기를 기다려 돌아오니, 하늘빛은 맑아 깨끗하고 산의 모습은 어둑침침하여 보이지 아니하였다. 종옥에게 슬픈 기색이 있는 듯했다.
香娘曰:“郎君俄以物喜, 而反以已悲者, 何也?”

 

향란이 물었다.“낭군은 조금 전에는 경치를 보고 기뻐하다가 도리어 지금 슬퍼함은 무슨 일입니까?”
鍾玉曰: “此所謂女懷春, 士悲秋, 而興盡而悲來者也.”
종옥이 대답했다.“이것이 이른바 여자는 봄을 그리워하고, 남자는 가을을 슬퍼한다는 것이며, 또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는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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