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98가지 비유담으로 구성된 <백유경>은 2단논법을 사용하여 그 비유의 주제가 이솝우화처럼

간결하고 명료하다.

제목을 보면 100가지 설화일 텐데 두 설화가 없어졌다는 설이 맞을 것 같다.

하긴 이솝우화가 불교 설화에서 영향받은 것이라 하는데 이 <백유경>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추정된다.

이 꼭지는 지안 스님의 [초기경전 (2)백유경, 월간반야 2002년 10월 (제23호)]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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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 백유경

-지안 스님

불경 가운데서 『이솝우화』만큼이나 재미나는 설화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경이 있다.

여러 가지 비유로써 중생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일상의 지혜를 닦게 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바로 『백유경(百喩經, Satavadana-s?tra)』으로 백 가지 비유를 들어 말씀

하였다 하여 '백 가지 비유경' 『백유경』이라 한다.

경의 전문을 모두 읽어 보면 98가지의 짧은 이야기가 모아져 있는데 한결같이 어리석음을

풍자해 놓은 이야기이다.

불경 가운데서, 비유문학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부처님의 교훈을 순전히 비유로써 설해 놓은

것을 아파타나(阿波陀那, Avad?na)라 한다.

『12부경』 혹은 『12분경』이라 하여 불교 경전을 문체 및 기술의 형식과 내용에 따라서

12가지로 분류한 것을 말한다.

『비유경』은 그 중의 하나로 이 경은 세상의 비유와 우화로써 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

한 경에서 군데군데 비유를 말한 것과 한 경 전체가 비유와 우화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백유경』은 『법구 비유경』과 더불어 제목에 비유란 말이 들어 있어 경 전체가 비유설화

임을 밝히고 있다.

전부 4권으로 되어 있는데 5세기에 인도의 승려 상가세나(僧伽斯那, Sanghasena) 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제자 구나브리디(求那毘地, Gunavrddhi) 에 의하여 서기 492년에

한문으로 번역이 되었다고 한다. 설법의 대상이 평범한 일반 보통 사람으로 전문적인 수도인만이

아닌 것이 특징이며, 따라서 사변적인 논리나 교리적인 난해성이 전혀 없는 경전이다.

여러 가지 비유의 우화 중에는 11세기 소마데바라(Somadeva)는 사람이 지은 유명한 설화집인

『카다아 사릿 사가린(katha- sarit-sagara』('전설이 흐르는 바다'라는 의미)에 나오는

이야기와 같은 것이 있는데, 이는 인도 고전의 백미로 알려져 있다. 또 그리스의 우화 작가

이솝이 지은 『이솝우화』와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옛날 어떤 미련한 부부가 있었다. 그는 어리석어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다른 부잣집에

가서 삼층으로 지어진 누각을 보았다. 높고 넓으며 웅장하고 화려하여 보기에 퍽 시원해 보였다.

그는 무척 부러워하여 이렇게 생각을 했다.

“나는 저 사람보다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다. 나만 못한 저 사람이 이렇게 좋은 누각을 지어

가지고 있는데 나는 왜 이런 누각을 짓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는 곧 목수를 불러 물었다.

“저 집처럼 좋은 누각을 지을 수 있겠는가?”

목수는 답하기를,

“그것은 바로 내가 지은 집입니다.”

“그럼 내게도 저와 똑같은 누각을 지어 다오.”

이에 목수는 곧 땅을 고르고 벽돌을 쌓아 누각을 짓기 시작했다.

그는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것을 보고 갑자기 의혹이 생겨 목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집을 지을 것인가?”

“1·2층을 먼저 짓고 나중에 삼층을 지을 것입니다.”

“나는 아래 두 층은 가지고 쉽지 않다. 먼저 제일 위층인 삼층만 지어다오.”

목수는 대답하기를,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아래층의 집을 짓지 않고 어떻게 2층집을 지을 수 있으며,

2층집을 짓지 않고 어찌 3층집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고집을 부리며,

“내게는 아래 2층은 필요없다. 반드시 3층인 맨 위층 집만 지어다오”라고 하였다.

이때에 사람들이 모두 이 말을 듣고 비웃으면서 말하기를,

“어떻게 아래층을 짓지 않고 위층만 지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라고 하였다.

비유하면 이렇다. 부처님의 제자들이 부지런히 삼보(三寶)를 공경하여 정진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서 도를 얻겠다는 말을 하지만 노력 없이 결과만 바라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의 준비 없이 그저 공만 바란다. 노력 없이 어떻게

공이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상 소개한 것은 98가지 이야기 중 열 번째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백유경』의 우화는 모두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여기서 어리석다는 것은 세상의 인과법(因果法)을 모르거나 무시한다는 이야기이다.

인과법문을 설해 놓은 이 경의 참뜻은 지혜롭고 바르게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원인에

의하여 결과가 이루어진다는 보편적인 윤리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이 좋으면

결과도 좋고 원인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는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는

불교의 기본 도덕·윤리정신이다.

어리석음은 지혜의 반대인데 지혜롭게 사는 것이 인생의 참 가치이다. 더구나 불교 신행에

있어서 인과의 도리를 부정할 때에는 바른 신행 생활이 이루어질 수 없다. 발무인과(撥無因果)

곧 인과를 무시하는 것은 불법에 대한 역적죄라고 하기도 한다. 어리석은 한 생각이 인생을

그르치고 망하게 하는 수가 허다하다.

백유경에는 또 현대의 유모어 같은 이야기도 설해져 있다. 우리 국문학사에 나오는〈노부처

쟁병 설화〉와 똑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노부부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웃에서 떡을 가져와 이 부부가 접시에 담은 떡을 방안에

놓아두고 내기를 하여 이기는 사람이 먹자고 하였다. 그 내기는 서로 말을 하지 않은 묵언을

누가 더 오래하는가였다. 곧 두 사람이 말을 하지 않고 묵언시합을 하였다.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은 지게 되어 떡을 먹을 수 없는 것이다. 두 사람이 떡을 사이에 놓고

말없이 견디기를 하고 있는데 마침 부엌에 도둑이 들어와 물건을 훔쳐 갔다.

도둑이 물건을 꺼내 가는 것을 샛문으로 보고도 떡을 차지하려고 말없이 앉아 있는 할아버지를

본 할머니가

“영감! 도둑이 물건을 가져 가는데도 떡 욕심 때문에 말도 하지 않고 앉았소?”

라고 화가 나서 핀잔을 주니,

영감님은 할머니에게

“이건 내 떡이니 내가 먹게 되었소”

라고 했다는 매우 우스운 이야기이다.

이것은 쓸데없는 짓을 하다가 큰 손해를 본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일깨워 놓은 교훈이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2년 10월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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