壇君神話 해설

[은자주]

1

단군(壇君)>단군(檀君)

오늘날은 단군을 ‘檀君’으로 표기하나 삼국유사에는 ‘壇君’으로 표기하였다. 유사에는 제단을 주재하던 사제(司祭)의 기능을 중시하였던 점을 밝힌 것으로 보면 된다.


김부식이 무시한 고조선을 일연이 내세운 까닭은 무엇일까? 몽고 지배하에서 국민통합을 모색한 일연의 아이디어는 서태지의 등장과는 비교도 안 되는 파천황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는 필생의 작업으로 이뤄진 유사의 첫 작품으로 단군신화를 제시하였다.


<삼국유사>는 <삼국사기>를 전제로 붙여진 서명이다. 유사(遺事)란 빠뜨린 사실과 사건이란 뜻으로, 유학적 세계관을 지닌 김부식이 빠뜨린 초현실적 세계가 담긴 설화를 모은 책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불교설화집이 되었다.


주목할 것은 단군신화가 일연의 손을 거쳐 불교설화화하였다는 점이다. 환인은 통치신인 제석신의 범어역에서 나온 이름이고, 치국이념도 불교사상인 홍익인간이었다. 인도에는 창조신인 범천[神)과 지배신인 제석천[神]이 분리되었는데, 환인의 역할은 후자에 해당한다. 등장인물인 곰은 물론 ‘신(神)’에서 발상된 말이었지만 ‘감(中聲은 아래아 표기)’에서 ‘神’의 개념이 사라지자 ‘곰’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곰의 인간 변신이다. 그것은 불교의 생명관인 육도윤회를 개입시키면 쉽게 해결된다. 그런데 설화는 왜 문자도 없던 시대에 구비전승되었는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무꾼과 선녀 설화를 보자. 나무꾼은 농사를 지을 땅 한뙈기 없는 무산계급이다. 지금말로는 달동네의 도시노동자이다. 그는 사슴을 숨겨준 업보로 선녀를 만난다. 떵떵거리고 사는 부자들조차 꿈도 못 꾸는 선녀를 만났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나무꾼에 비해 훨씬 부자인 서민들은 오늘도 꿈과 희망을 무의식의 저층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설화문학의 힘이다. 서민들의 삶에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그 설화를, 비현실적이라 해서 제거한 유학적 세계관에 반기를 든 작업이 일연의 불교설화 수집이었고, 그 작업은 철저히 필드웍을 통해 이뤄졌다. 유사가 신라중심의 불교사라는 한계를 지니는 것도 거기에 기인한다.


나라 이름이 왜 조선인가? 아사달(阿斯達)에 도읍했기 때문이다. 아사[あさ]는 아침이고, 달은 ‘양달, 응달’에 남아 있는 공간 개념인데, <이아>에서는 ‘산(山)’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아사달은 ‘아침+산’의 결합어이고, 한자 표기로는 “조선(朝鮮)”이 된다. 그 뜻은 ‘아침햇살이 비치는 산’이다. 그래서 타고르의 명상력은 일찍이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 궤뚫은 건가? 신기롭기 그지없다.


조선 앞에 ‘古’가 붙은 건 위만조선 등의 등장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신화체계를 분석해 보면, 환인(桓因)은 제석(帝釋)으로 석제환인다라(釋提桓因多羅)의 차용어이고, 환웅, 곰, 환웅의 의미소는 아래와 같다.


◊桓雄(환웅) ― 수신 곧 男神[天神]

◊감(아래아 표기, 이하 같음)[熊은 감의 借字]― 여신[地母神]

◊감 神. 神의 고유어는‘감’ 일본어의 かみ. 일본어에는 현재도 かみ 사용. 神聖한 것. 감〉암(아래아)[모계사회]〉엄→어머니

◊雄,干,今은 시베리아어로 司祭(巫師) 또는 長의 뜻. 몽골어로는 王을 干이라 함. 司祭(巫師)란 삼라만상을 주관하고 天界와 人間을 연결하는 전달자.


따라서 단군은 天神[男神]과 地母神[女神]의 결합으로 태어나 우로(雨露)를 내리는 천성(天性)과 만물을 화육하는 대지의 덕성을 공유한 인간세계의 지도자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단군의 탄생으로 만물의 정화(精華,에센스)인 천지인(天地人)의 동양적 세계관은 완성되었다.


그리고 환인이 지상에 하강한 목적은 홍익인간(弘益人間)에 있는데, 이는 지금도 한국 교육의 이념으로 삼고 있다.〈석보상절서〉에서는 “佛이 爲三界之尊하샤 弘渡群生하시나니 無量功德이 人天所不能盡讚이시니라.”라고 하였다.


따라서 단군신화가 불교설화화되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닌 듯하다. 고유한 민간신앙에 당시 세계종교인 유불선의 하나와 결합함으로써 세계화, 보편화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타당할 것이다.


2

그리고, 인용서 가운데 “古記”는 우리나라의 기록인데, 구삼국사 등의 다른 기록도 상상할 수 있으나 삼국유사 ‘고구려조’ 주석에는 <단군기>라는 기록물도 보인다. 일연은 해부루와 주몽의 관계를 해명하기 위하여 이 자료를 활용하였다. 아래에 옮겨본다.


[壇君記云:

<단군기>에는

“君與西河伯之女要親,

“단군이 서하 하백의 달과 친하여

有産子, 名曰夫婁.

아들을 낳아 부루라 이름하였다.”고 했다.

今按此記,

지금 이 기록(유사 고구려조)을 보면

則解慕漱, 私河伯之女,

해모수가 하백의 딸을 사통하여

而後産朱蒙.

후에 주몽을 낳았다고 한다.

壇君記云: “産子名曰夫婁,

<단군기>에 아들을 낳아 부루라 이름했으니

夫婁與朱蒙, 異母兄弟也.],

부루와 주몽은 어머니가 다른 형제간이다.


부루가 해모수의 아들임은 아래 ‘북부여’조에 자세히 나온다.

北扶餘

古記云.

고기에 이르길,

前漢書宣帝神爵三年壬戌四月八日.

“전한 선제 신작 3년 임술(58년) 4월 8일에

天帝降于訖升骨城[在大遼醫州界] 乘五龍車.

천제가 흘승골성(대요 으주 경계에 있다)에 하강했는데 오룡거(五龍車)를 탔었라.

立都稱王. 國號北扶餘.

도읍을 정하여 왕이라 일컫고, 국호를 북부여라 하고,

自稱名解慕漱.

스스로 칭하기를 해모수라 이름했다.

生子名扶婁. 以解爲氏焉.

아들을 낳아 이름을 부루라 하고 해(解)로서 성을 삼았다.

王後因上帝之命. 移都于東扶餘.

해부루왕은 후에 상제의 명령으로 인하여 동부여로 도읍을 옮겼다.

東明帝繼北扶餘而興.

동명제는 북부여를 계승하여 일어나

立都于卒本州. 爲卒本扶餘.

졸본부에 도읍하여 졸본부여가 되었으니

卽高句麗之始.(見下)

곧 곧 고구려의 시조이다.” (아래에 보인다)

위의 기록물들을 종합해 보면 일연은 부여의 여러 부족국가를 통합하여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을, 고조선을 계승한 부여사의 정통으로 삼는 데 동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군신화는 북방계 신화다. 이민족의 통치하에서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면 일연은 북방계 신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1]

◊朝鮮:<이아>권7 釋山 小山別大山鮮.(疎... 釋曰 謂小山與大山 分別 不相連屬者 名鮮.李巡云 大山少故曰鮮.) 고유어는 阿斯達 아사[あさ]는 아침, 달은 공간 개념.양달 응달.이병도는 山과 관련시킴. 곧 아침 햇볕을 받은 산. 아침산.

◊桓因(환인)은 帝釋(세계의 중심인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의 임금)의 범어역인 釋提桓因多羅에서 차용함. 인도인들은 창조신인 梵天과 지배신인 帝釋天을 상정함.

帝釋天[神] > 四天王> 龍王(鬼神衆을 거느리고 인간세계를 감찰함)

◊桓雄(환웅) ― 수신 곧 男神[天神]

◊감[熊은 감의 借字]― 여신[地母神] [감의 중성은 아래앗자 표기,여기서는 불가함]

◊감 神. 神의 고유어는‘감’ 일본어의 かみ. 일본어에는 현재도 かみ 사용. 神聖한 것.감〉암(중성 아래아)[모계사회]〉엄→어머니

◊雄,干,今은 시베리아어로 司祭(巫師) 또는 長의 뜻. 몽골어로는 王을 干이라 함. 司祭(巫師)란 삼라만상을 주관하고 天界와 人間을 연결하는 전달자.

◊弘益人間: 〈석보상절서〉에 “佛이 爲三界之尊하샤 弘渡群生하시나니 無量功德이 人天所不能盡讚이시니라.”


[참고2]

◇김부식의 女王論(三國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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