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왕편5

5.유리왕자가 아비 찾아 태자가 되다


[주] 중심축이 동명왕신화임은 부인하지 않지만 해모수나 동명왕의 거창하고 현란한 등장에 비해 유리왕자의 내용을 4구에 그치고 구삼국사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그친 것은 소략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신성성(神聖性)에 초점을 맞췄는데 유리는 기인(奇人)에 그치고 그것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245-248句.◇注31.

俶儻有奇節 포부 크고 기이한 절개 가진

元子曰類利 元子 이름 類利인데

得劒繼父位 칼을 찾아 왕위 잇고

塞盆止人詈 동이 막아 남의 욕을 그쳤다. *詈(리):꾸짖다.


◇注31.類利少有奇節云云.

유리는 소년시절에 남다른 징표를 지녔다고 한다.

少以彈雀爲業.

어려서 참새잡이를 일삼았는데

見一婦戴水盆. 彈破之.

한 부인이 물동이를 이고 있는 걸 보고 쏘아 구멍을 냈다.

其女怒而詈曰.

그녀가 노하여 꾸짖기를,

無父之兒. 彈破我盆.

「아비 없는 자식이 내 물동이를 깼구나.」라고 했다.

類利大慙. 以泥丸彈之.

유리가 크게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흙 탄환을 쏘아 맞혀

塞盆孔如故.

동이 구멍을 막으니 전처럼 되었다.

歸家問母曰.

집에 돌아와 어미에게 물었다.

我父是誰.

「나의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母以類利年少. 戱之曰.

어미는 유리가 나이 어리므로 장난삼아

汝無定父.

「너는 정한 아비가 없다.」고 대답하였다.

類利泣曰.

유리는 울면서

人無定父.

「사람이 정한 아비가 없이

將何面目見人乎.

장차 무슨 면목으로 남을 대할 수 있겠습니까?」하고는

遂欲自刎.

마침내 자살하려 하였다.

母大驚止之曰.

어미가 깜짝 놀라 제지하여 말하기를

前言戱耳.

「아까 한 말은 장난이었다.

汝父是天帝孫. 河伯甥

너의 아버지는 천제의 손이요 하백의 외손으로

怨爲扶餘之臣.

부여의 신하됨을 원통하게 생각하여

逃往南土. 始造國家.

남쪽 땅으로 가서 나라를 세웠는데

汝往見之乎.

네가 가서 뵙겠느냐?」라고 하였다.

對曰. 父爲人君.

대답하기를 「아버지가 남의 임금이 되었는데

子爲人臣.

자식은 남의 신하가 되었으니

吾雖不才. 豈不愧乎.

제가 비록 재간이 없사오나 어찌 부끄럽지 않으리오.」라고 하였다.

母曰.

어미가 말하기를,

汝父去時有遺言.

“너의 아버지가 떠날 때에 遺言하기를,

吾有藏物七嶺七谷石上之松.

「내가 감추어 둔 물건이 있는데, 七嶺七谷의 돌 위 소나무에 있다.

能得此者. 乃我之子也.

이것을 얻은 자가 내 자식이다.」라고 하였다.


類利自往山谷. 搜求不得.

유리가 산골짜기에 가서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疲倦而還.

지쳐 돌아왔다.

類利聞堂柱有悲聲.

그가 집 기둥에서 슬픈 소리가 나는 걸 듣고 보니,

其柱乃石上之松木. 體有七稜.

그 기둥이 돌 위의 소나무요 기둥 모양이 일곱 모[角]였다.

類利自解之曰.

유리가 스스로 깨달아 말하기를,

七嶺七谷者. 七稜也.

「칠령칠곡은 일곱 모이고

石上松者. 柱也.

돌 위의 소나무는 기둥이다.」 하고

起而就視之.

일어나 가보았다.

柱上有孔.

기둥 위에 구멍이 있었는데

得毁劒一片. 大喜.

부러진 칼 한 조각을 얻고 몹시 기뻐했다.

前漢鴻嘉四年夏四月.

前漢 鴻嘉 4년 여름 4월에

奔高句麗. 以劒一片. 奉之於王.

고구려로 달려와서 칼 한 조각을 왕에게 바쳤다.

王出所有毁劒一片合之.

왕은 지니고 있던 칼 한 조각을 꺼내 그것과 맞추자

血出連爲一劒.

피가 흘러나와 이어져 한 자루의 칼이 되었다.

王謂類利曰.

왕이 유리에게 말했다.

汝實我子. 有何神聖乎.

「네가 진실로 내 아들이라면 무슨 신성한 것이 있느냐? 」

類利應聲. 擧身聳空.

유리는 소리에 맞추어 몸을 들어 공중으로 솟구쳐

乘牖中日. 示其神聖之異.

들창을 타고 해를 맞쳐 신성한 이적을 보였다.

王大悅. 立爲太子.

왕은 크게 기뻐하여 태자로 삼았다.


[발문]◊서문을 오언시로 다시 쓰다

서사시 <동명왕편>은 위의 248구로 끝나고,

이하 34行은 서문의 내용을 오언시로 고쳐 지어 발문으로 삼음.


我性本質木 내 성품 질박하여

性不喜奇詭 기탄(奇誕)한 일 싫어했다.

初看東明事 동명 사적 처음 보고

疑幻又疑鬼 환귀(幻鬼)로 의심타가,

徐徐漸相涉 차차로 알아보곤

變化難擬議 전의 생각 달라졌다.

況是直筆文 하물며 직필문(直筆文)에

一字無虛字 한 자도 거짓 없다.

神哉又神哉 신이(神異)하고 신이쿠나,

萬世之所韙 만세(萬世) 빛날 바라.

因思草創君 생각컨대 초창군(草創君)에

非聖卽何以 성신(聖神) 아님 어디 있나.

劉媼息大澤 유온(劉媼)은 큰 못에서

遇神於夢寐 신인(神人)을 꿈에 만나,

雷電塞晦暝 우뢰 번개 캄캄터니

蛟龍盤怪傀 교룡(蛟龍)이 서리었다.

因之卽有娠 이렇게 잉태(孕胎)하여

乃生聖劉季 탄생한 이 유계(劉季)였네.

是惟赤帝子 이 분이 적제(赤帝) 아들,

其興多殊祚 일어날 때 많은 길조(吉兆).

世祖始生時 세조(世祖)가 처음 날 때

滿室光炳煒 밝은 빛이 집에 가득,

自應赤伏符 적복부(赤伏符) 응하여서

掃除黃巾僞 황건적(黃巾賊)을 쓸어낸다.

自古帝王興 옛부터 제왕(帝王) 설 때

徵瑞紛蔚蔚 서징(瑞徵)이 많았거늘,

末嗣多怠荒 후손들이 게을러서

共絶先王祀 선왕(先王) 제사 끊게 했네.

乃知守成君 알았노라, 수성군(守成君)은

集蓼戒小毖 대소사(大小事)에 조심하며,

守位以寬仁 왕위(王位)에선 관인(寬仁)하고

化民由禮義 다스림엔 예의(禮儀) 서야,

永永傳子孫 길이길이 자손 잇고

御國多年紀 나라 살림 무궁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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