萬福寺摴蒲記 下
만복사저포기
2]무덤에서 사흘간 처자 환신과 지내다
1)처자 환신을 따라 개령동 처자의 집에 가다
生執女手, 經過閭閻,
생집녀수, 경과려염,
양생이 여인의 손을 잡고 마을을 지나가는데,
犬吠於籬, 人行於路,
견폐어리, 인행어로,
개는 울타리에서 짖고 사람들이 길에 다녔다.
而行人不知與女同歸, 但曰:
이행인불지여녀동귀, 단왈:
그러나 길가던 사람들은 그가 여인과 함께 가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다만
“生早歸何處?”
“생조귀하처?”
"양총각, 새벽부터 어디에 다녀오시오?" 하였다.
生答曰:
생답왈: 양생이 대답하였다.
“適醉臥萬福寺, 投故友之村墟也”
“적취와만복사, 투고우지촌허야”
"어젯밤 만복사에서 취하여 누웠다가 이제 친구가 사는 마을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至詰朝, 女引至草莽間,
지힐조, 녀인지초망간,
날이 새자 여인이 양생을 이끌고 깊은 숲을 헤치며 가는데,
零露瀼瀼, 無逕路可遵.
령로양양, 무경로가준.
이슬이 흠뻑 내려서 갈 길이 아득하였다.
生曰: “何居處之若此也?”
생왈: “하거처지약차야?”
양생이, "어찌 당신 거처하는 곳이 이렇소?" 하자
女曰: “孀婦之居, 固如此耳.”
녀왈: “상부지거, 고여차이.”
여인이 대답하였다.
"혼자 사는 여자의 거처가 진실로 이렇답니다."
女又謔曰:
녀우학왈:
여인이 또(『시경』行露편) 농을 걸어왔다.
“於邑行路, 豈不夙夜, 謂行多露.
“어읍행로, 개불숙야, 위행다로.”
축축히 젖은 길이슬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엔 어찌 다니지 않나?
길에 이슬이 많기 때문이라네.
生乃謔之曰:
생내학지왈:
양생 또한 (『시경』의 衛風 有狐章:전2구,齊風 載驅章:후2구) 농을 받았다.
*위풍 유호장 전2구, 제풍 재구장 후2구
“有狐綏綏, 在彼淇梁. 魯道有蕩, 齊子 翶 翔.”
“유호수수, 재피기량. 로도유탕, 제자 고 상.”
여우가 어슬렁어슬렁
저 기수 다릿목에 어정거리네,
노나라 오가는 길 평탄하여
제나라 아가씨 한가로이 노니네.
吟而笑傲. 遂同去開寧洞,
음이소오. 수동거개녕동,
둘이 읊고 한바탕 웃은 다음에 함께 개령동(開寧洞)으로 갔다.
蓬蒿蔽野, 荊棘參天,
봉호폐야, 형극삼천,
(한 곳이 이르자) 다북쑥이 들을 덮고 가시나무가 하늘에 치솟은 가운데
有一屋, 小而極麗,
유일옥, 소이극려,
한 집이 있었는데, 작으면서도 아주 아름다웠다.
邀生俱入,
요생구입,
그는 여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 들어갔다.
裀褥帳幃極整, 如昨夜所陳.
인욕장위극정, 여작야소진.
방안에는 이부자리와 휘장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밥상도 어젯밤에 차려온 것과 같았다.
留三日, 歡若平生然,
류삼일, 환약평생연,
양생은 그곳에 사흘을 머물렀는데, 즐거움이 평상시와 같았다.
其侍兒, 美而不黠,
기시아, 미이불힐,
시녀는 아름다우면서도 교활하지 않았고,
器皿潔而不文, 意非人世,
기명결이불문, 의비인세,
그릇은 깨끗하면서도 무늬가 없었다. 인간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而繾綣意篤, 不復思廬,
이견권의독, 불복사려,
그러나 여인의 은근한 정에 마음이 끌려, 다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2)처자는 네 여인을 불러 이별연을 베풀고 시를 창수하다
已而女謂生曰:
이이녀위생왈:
얼마 뒤에 여인이 양생에게 말하였다.
“此地三日 不下三年 君當還家以顧生業也.”
“차지삼일 불하삼년 군당환가이고생업야.”
"이곳의 사흘은 인간세상의 삼 년과 같습니다. 낭군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셔서 생업을 돌보십시오."
遂設離宴以別. 生悵然曰:
수설리연이별. 생창연왈:
드디어 이별의 잔치를 베풀며 헤어지게 되자, 양생이 서글프게 말하였다.
“何遽別之速也?”
“하거별지속야?”
"어찌 이별이 이다지도 빠르오?"
女曰: “當再會, 以盡平生之願爾,
녀왈: “당재회, 이진평생지원이,
여인이 말하였다. "다시 만나 평생의 소원을 풀게 될 것입니다.
今日到此弊居, 必有夙緣,
금일도차폐거, 필유숙연,
오늘 이 누추한 곳에 오시게 된 것도 반드시 묵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宜見鄰里族親, 如何?”
의견린리족친, 여하?”
이웃 친척들을 만나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生曰: “諾.” 卽命侍兒, 報四鄰以會.
생왈: “락.” 즉명시아, 보사린이회.
양생이 '좋다'고 하자, 곧 시녀에게 시켜, 사방의 이웃에게 알려 모이게 하였다.
其一曰鄭氏. 其二曰吳氏. 其三曰金氏. 其四曰柳氏.
기일왈정씨. 기이왈오씨. 기삼왈금씨. 기사왈류씨.
첫째는 정씨이고 둘째는 오씨이며, 셋째는 김씨이고 넷째는 류씨인데,
皆貴家巨族, 而與女子,
개귀가거족, 이여녀자,
모두 문벌이 높은 귀족집의 따님들이었다.
同閭閈親戚, 而處子者也.
동려한친척, 이처자자야.
이 여인과는 한 마을에 사는 친척 처녀들이었다.
性俱溫和, 風韻不常,
성구온화, 풍운부상,
성품이 온화하며 풍운이 보통 아니었고,
而又聰明識字, 能爲詩賦,
이우총명식자, 능위시부,
총명하고 글도 또한 많이 알아 시를 잘 지었다.
皆作七言短篇四首以贐,
개작칠언단편사수이신,
이들이 모두 칠언절구 네 수씩을 지어 양생을 전송하였다.
鄭氏態度風流, 雲鬟掩鬢,
정씨태도풍류, 운환엄빈,
정씨는 태도와 풍류가 갖추어진 여인인데, 구름같이 쪽진 머리가 귀밑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乃噫而吟曰:
내희이음왈:
정씨가 탄식하며 시를 읊었다.
春宵花月兩嬋娟,
춘소화월량선연, 봄이라 꽃피는 밤 달빛마저 고운데
長把春愁不記年.
장파춘수불기년. 내 시름 그지없이 나이조차 모르겠네.
自恨不能如比翼,
자한불능여비익, 한스러워라, 이 몸이 비익조(比翼鳥)나 된다면
雙雙相戱舞靑天.
쌍쌍상희무청천. 푸른 하늘에서 쌍쌍이 춤추고 놀련만.
漆燈無焰夜如何,
칠등무염야여하, 칠등(漆燈)엔 불빛도 없으니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星斗初橫月半斜.
성두초횡월반사. 북두칠성 가로 비끼고 달도 반쯤 기울었네.
惆悵幽宮人不到,
추창유궁인불도, 서글퍼라. 무덤 속을 그 누가 찾아오랴?
翠衫撩亂鬢鬖髿.
취삼료란빈삼사. 푸른 적삼은 구겨지고 쪽진 머리도 헝클어졌네.
摽梅情約竟蹉跎,
표매정약경차타, 매화 지니 정다운 약속도속절없이 되어 버렸네.
辜負春風事已過.
고부춘풍사이과. 봄바람 건듯 부니 모든 일이 지나갔네.
枕上淚痕幾圓點,
침상루흔기원점, 베갯머리 눈물 자국 몇 군데나 젖었던가?
滿庭山雨打梨花.
만정산우타리화. 산비도 무심하구나 배꽃이 뜰에 가득 떨어졌네.
一春心事已無聊,
일춘심사이무료, 꽃다운 청춘을 하염없이 지내려니
寂寞空山幾度宵.
적막공산기도소. 적막한 이 빈 산에서 잠 못 이룬 지 몇 밤이던가?
不見藍橋經過客,
불견람교경과객, 남교(藍橋)에 지나는 나그네를 님인 줄 몰랐으니
何年裴航遇雲翹.
하년배항우운교.어느 해나 배항(裴航)처럼 운교(雲翹)부인을 만나려나.
吳氏, 丫鬟妖弱,
오씨, 아환요약,
오씨는 두 갈래로 땋은 머리에 가냘픈 몸매로
不勝情態, 繼吟曰:
불승정태, 계음왈:
속에서 일어나는 정회를 걷잡지 못하며, 뒤를 이어 읊었다.
寺裏燒香歸去來,
사리소향귀거래, 만복사에 향 올리고 돌아오던 길이던가
金錢暗擲竟誰媒.
금전암척경수매. 가만히 저포를 던지니 그 소원을 누가 맺어 주었나.
春花秋月無窮恨,
춘화추월무궁한, 꽃 피는 봄날 가을 달밤에 그지없는 이 원한을
銷却樽前酒一盃.
소각준전주일배. 임이 주신 한 잔 술로 저근덧 녹여 보세.
漙漙曉露浥桃腮,
단단효로읍도시, 복사꽃 붉은 뺨이 새벽 이슬에 젖건마는
幽谷春深蝶不來.
유곡춘심접불래. 깊은 골짜기라 한 봄 되어도 나비조차 아니 오네.
却喜隣家銅鏡合,
각희린가동경합, 기뻐라. 이웃집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고
更歌新曲酌金疊.
갱가신곡작금첩. 새 곡조를 다시 부르며 황금술잔이 오가네.
年年燕子舞東風,
년년연자무동풍, 해마다 오는 제비는 봄바람에 춤을 추건만
腸斷春心事已空.
장단춘심사이공. 내 마음 애가 끊어져 모든 일이 헛되어라.
羨却芙蕖猶竝蔕,
선각부거유병체, 부럽구나. 저 연꽃은 꼭지나마 나란히 하여
夜深同浴一池中.
야심동욕일지중. 밤 깊어지면 한 연못에서 함께 목욕하는구나.
一層樓在碧山中,
일층누재벽산중, 푸른 산 속에 다락이 하나 높이 솟아
連理枝頭花正紅.
련리지두화정홍. 연리지(連理枝)에 열린 꽃은 해마다 붉건마는
却恨人生不如樹,
각한인생불여수, 한스러워라. 우리 인생은 저 나무보다도 못하여
靑年薄命淚凝瞳.
청년박명루응동. 박명한 이 청춘에 눈물만 고였구나.
金氏, 整其容儀, 儼然染翰,
김씨, 정기용의, 엄연염한,
김씨가 얼굴빛을 가다듬고 얌전한 태도로 붓을 잡더니,
責其前詩, 淫佚太甚, 而言曰:
책기전시, 음일태심, 이언왈:
앞에 읊은 시들이 너무 음탕하다고 꾸짖으면서 말하였다.
“今日之事, 不必多言, 但叙光景,
“금일지사, 불필다언, 단서광경,
"오늘 모임에서는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고, 이 자리의 광경만 읊으면 됩니다.
胡乃陳懷, 以失其節, 傳鄙懷於人間.”
호내진회, 이실기절, 전비회어인간.”
어찌 자기들의 속마음을 베풀어 우리의 절조를 잃게 하고,(저 손님으로 하여금) 우리들의 마음을 인간 세상에 전하도록 하겠습니까?"
遂郞然賦曰:
수랑연부왈:
그리고는 낭랑하게 시를 읊었다.
杜鵑鳴了五更風,
두견명료오갱풍, 밤 깊어 오경(五更)이 되니 소쩍새가 슬피 울고
寥落星河已轉東.
요낙성하이전동. 희미한 은하수는 동쪽으로 기울었네.
莫把玉簫重再弄,
막파옥소중재농, 애끊는 옥퉁소를 다시는 불지 마오.
風情恐與俗人通.
풍정공여속인통. 한가한 이 풍정을 속인이 알까 걱정스럽네.
滿酌烏程金叵羅,
만작오정금파나, 오정주(烏程酒)를 가득히 금술잔에 부으리다.
會須取醉莫辭多.
회수취취막사다. 취하도록 잡으시고 술이 많다 사양 마오.
明朝捲地東風惡,
명조권지동풍아, 날이 밝아 저 동풍이 사납게 불어오면
一段春光奈夢何.
일단춘광나몽하. 한 토막 봄날의 꿈을 내 어이하려나.
綠紗衣袂懶來垂,
녹사의몌나내수, 초록빛 소맷자락 부드럽게 드리우고
絃管聲中酒百巵.
현관성중주백치. 풍류 소리 들으면서 백잔 술을 드소서.
淸興未闌歸未可,
청흥미란귀미가, 맑은 흥취 다하기 전엔 돌아가지 못하시리니
更將新語製新詞.
갱장신어제신사. 다시금 새로운 말로 새 노래를 지으소서.
幾年塵土惹雲鬟,
기년진토야운환, 구름같이 고운 머리가 티끌 된 지 몇 해던가?
今日逢人一解顔.
금일봉인일해안. 오늘에야 님을 만나 얼굴 한번 펴보았네.
莫把高唐神境事,
막파고당신경사, 고당(高塘)의 신기한 꿈을 자랑하지 마소서.
風流話柄落人間.
풍류화병낙인간. 풍류스런 그 이야기가 인간에 전해질까 두려워라.
柳氏, 淡粧素服, 不甚華麗, 而法度有常,
류씨는 엷게 화장하고 흰옷을 입어 아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법도가 있어 보였다.
沈黙不言, 微笑而題曰:
말없이 가만있다가 (자기의 차례가 되자) 빙그레 웃으면서 시를 지어 읊었다.
確守幽貞經幾年,
확수유정경기년, 금석같이 굳세게 정절을 지켜온 지 몇 해던가?
香魂玉骨掩重泉.
향혼옥골엄중천. 향그런 넋과 옥같은 얼굴이 구천에 깊이 묻혔네.
春宵每與姮娥伴,
춘소매여항아반, 그윽한 봄밤이면 달나라 항아(姮娥)와 벗을 삼아
叢桂花邊愛獨眠.
총계화변애독면. 계수나무 꽃그늘에 외로운 잠을 즐겼다오.
却笑春風桃李花,
각소춘풍도리화, 우습구나. 복사와 오얏꽃은 봄바람에 못 이겨서
飄飄萬點落人家.
표표만점낙인가. 이리저리 나부끼다 남의 집에 떨어지네.
平生莫把靑蠅點,
평생막파청승점, 한평생 내 절개에 쇠파리가 없을지니
誤作崑山玉上瑕.
오작곤산옥상하. 곤산옥(崑山玉) 같은 내마음에 티가 될까 두려워라.
脂粉慵拈首似蓬,
지분용념수사봉, 연지도 분도 싫은데다 머리는 다북 같고
塵埋香匣綠生銅.
진매향갑록생동. 경대에는 먼지 쌓이고 거울에는 녹이 슬었네.
今朝幸預鄰家宴,
금조행예린가연, 오늘 아침엔 다행히도 이웃 잔치에 끼였으니
羞看冠花別樣紅.
수간관화별양홍. 머리에 꽂은 붉은 꽃이 보기만 해도 부끄러워라.
娘娘今配白面郞,
랑랑금배백면랑, 아가씨는 이제야 백면 낭군을 만났으니
天定因緣契闊香.
천정인연결활향. 하늘이 정하신 인연 한평생 꽃다워라.
月老已傳琴瑟線,
월로이전금슬선, 월로가 이미 거문고와 비파 줄을 전했으니
從今相待似鴻光.
종금상대사홍광. 이제부터 두 분이 양홍 맹광처럼 지내소서.
女乃感柳氏終篇之語, 出席而告曰:
녀내감류씨종편지어, 출석이고왈:
여인은 류씨가 읊은 시의 마지막 장을 듣고 감사하여, 앞으로 나와서 말하였다.
“余亦粗知字畵, 獨無語乎.”
“여역조지자화, 독무어호.”
"저도 또한 자획은 대강 분별할 정도이니, 어찌 홀로 시를 짓지 않겠습니까?"
乃製近體七言四韻, 以賦曰:
내제근체칠언사운, 이부왈:
그리고는 칠언율시 한 편을 지어 읊었다.
開寧洞裏抱春愁,
개녕동리포춘수, 개령동 골짜기에 봄시름을 안고서
花落花開感百憂.
화락화개감백우. 꽃 지고 필 때마다 온갖 근심을 느꼈었네.
楚峽雲中君不見,
초협운중군불견, 초협(楚峽) 구름 속에서 고운 님 여의고는
湘江竹下泣盈眸.
상강죽하읍영모. 소상강 대숲에서 눈물을 뿌렸었네.
晴江日暖鴛鴦竝,
청강일난원앙병 따뜻한 날 맑은 강에 원앙은 짝을 찾고
碧落雲銷翡翠遊.
벽락운소비취유. 푸른 하늘에 구름이 걷히자 비취새가 노니누나.
好是同心雙綰結,
호시동심쌍관결, 님이여, 동심결(同心結)을 우리도 맺읍시다.
莫將紈扇怨淸秋.
막장환선원청추. 비단 부채처럼 맑은 가을을 원망하지 말게 하오.
生亦能文者. 見其詩法淸高,
생역능문자. 견기시법청고,
양생도 또한 문장에 능한 사람이어서, 그들의 시법이 맑고도 운치가 높으며
音韻鏗鏘, 唶唶不已.
음운갱장, 차차불이.
음운이 맑게 울리는 것을 보고 칭찬하여 마지않았다.
卽於席前, 走書古風長短篇一章, 以答曰:
즉어석전, 주서고풍장단편일장, 이답왈:
그도 곧 즉석에서 고풍(古風) 장단편 한 장을 지어 화답하였다.
今夕何夕,
금석하석, 이 밤이 어인 밤이기에
見此仙姝.
견차선주. 이처럼 고운 선녀를 만났던가?
花顔何婥妁,
화안하작작, 꽃 같은 얼굴은 어이 그리도 고운지
絳脣似櫻珠.
강순사앵주. 붉은 입술은 앵두 같아라.
風騷尤巧妙,
풍소우교묘, 게다가 시마저 더욱 교묘하니
易安當含糊.
역안당함호. 易安도 마땅히 입을 다물리라.
織女投機下天津,
직녀투기하천진, 직녀 아씨가 북 던지고 인간세계로 내려왔는가?
嫦娥抛杵離淸都.
항아포저리청도. 상아가 약방아 버리고 달나라를 떠났는가.
靚粧照此玳瑁筵,
정장조차대모연, 대모(玳瑁)로 꾸민 단장이 자리를 빛내 주니
羽觴交飛淸讌娛.
우상교비청연오. 오가는 술잔 속에 잔치가 즐거워라.
殢雨尤雲雖未慣,
체우우운수미관, 운우의 즐거움이 익숙하진 못할망정
淺斟低唱相怡愉.
천짐저창상이유. 술 따르고 노래 부르며 서로들 즐겨하네.
自喜誤入蓬萊島,
자희오입봉래도, 봉래섬을 잘못 찾아든 게 도리어 기뻐라
對此仙府風流徒.
대차선부풍류도. 신선세계가 여기던가, 풍류도를 만났구나.
瑤漿瓊液溢芳樽,
요장경액일방준, 옥잔의 맑은 술은 향그런 술통에 가득 차 있고
瑞腦霧噴金猊爐.
서뇌무분금예노. 서뇌(瑞腦)의 고운 향내가 금사자 향로에 서려 있네.
白玉牀前香屑飛,
백옥상전향설비, 백옥상 놓은 앞에 매운 향내 흩날리고
微風撼波靑紗廚.
미풍감파청사주. 푸른 비단 장막에는 실바람이 살랑이는데,
眞人會我合巹巵,
진인회아합근치, 님을 만나 술잔을 합하며 잔치를 베풀게 되니
綵雲冉冉相縈紆.
채운염염상영우. 하늘에 오색 구름 더욱 찬란하여라.
君不見文簫遇彩鸞,
군불견문소우채란,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문소(文蕭)와 채란(彩鸞)이 만난 이야기와
張碩逢杜蘭.
장석봉두란. 장석(張碩)이 난향(蘭香) 만난 이야기를.
人生相合定有緣,
인생상합정유연, 인생이 서로 만나는 것도 반드시 인연이니
會須擧白相闌珊.
회수거백상란산. 모름지기 잔을 들어 실컷 취해 보세나.
娘子何爲出輕言,
낭자하위출경언, 님이시여. 어찌 가벼이 말씀하시오?
道我掩棄秋風紈.
도아엄기추풍환. 가을 바람에 부채 버린다는 서운한 말씀을,
世世生生爲配耦,
세세생생위배우,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배필이 되어
花前月下相盤桓.
화전월하상반환. 꽃 피고 달 밝은 아래에서 끊임없이 노닐려오.
3] 처자 환신을 보련사에서 더사 만나다
1)은주발을 들고 보련사 가는 길에 기다리다 대상을 지내러 온 그녀 부모를 만나다
酒盡相別, 女出銀椀一具, 以贈生曰:
주진상별, 녀출은완일구, 이증생왈:
술이 다하여 헤어지게 되자, 여인이 은그릇 하나를 내어 양생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明日, 父母飯我于寶蓮寺.
“명일, 부모반아우보련사.
"내일 저희 부모님께서 저를 위하여 보련사에서 음식을 베풀 것입니다.
若不遺我, 請遲于路上,
약불유아, 청지우로상,
당신이 저를 버리지 않으시겠다면, 보련사로 가는 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同歸梵宇, 同 覲我父母, 如何?”
동귀범우, 동 근아부모, 여하?”
저와 함께 절로 가서 부모님을 뵙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生曰: “諾.”
생왈: “락.”
양생이 대답하였다. "그러겠소."
生如其言, 執椀待于路上,
생여기언, 집완대우로상,
(이튿날) 양생은 여인의 말대로 은그릇 하나를 들고 보련사로 가는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果見巨室右族, 薦女子之大祥 車馬騈闐上于寶蓮,
과견거실우족, 천녀자지대상 거마병전상우보련,
정말 어떤 귀족의 집안에서 딸자식의 대상을 치르려고 수레와 말을 길에 늘어세우고서 보련사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見路傍, 有一書生, 執椀而立, 從者曰:
견로방, 유일서생, 집완이립, 종자왈:
그러다가 길가에서 한 서생이 은그릇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하인이 주인에게 말하였다.
“娘子殉葬之物, 已爲他人所偸矣.”
“낭자순장지물, 이위타인소투의.”
"아가씨 장례 때에 무덤 속에 묻은 그릇을 벌써 어떤 사람이 훔쳐 가졌습니다."
主曰: “如何?”
주왈: “여하?”
주인이 말하였다. "그게 무슨 말이냐?"
從者曰: “此生所執之椀.”
종자왈: “차생소집지완.”
하인이 말하였다. "저 서생이 가지고 있는 은그릇을 보고 한 말씀입니다."
遂聚馬以問,
수취마이문,
주인이 마침내 탔던 말을 멈추고 (양생에게 그릇을 얻게 된 사연을) 물었다.
生如其前約以對, 父母感訝良久曰:
생여기전약이대, 부모감아량구왈:
양생이 전날 약속한 그 대로 대답하였더니, (여인의) 부모가 놀라며 의아스럽게 여기다가 한참 뒤에 말하였다.
“吾止有一女子, 當寇賊傷亂之時, 死於干戈,
“오지유일녀자, 당구적상란지시, 사어간과,
"내 슬하에 오직 딸자식 하나가 있었는데, 왜구의 난리를 만나 싸움판에서 죽었다네.
不能窀窆, 殯于開寧寺之間,
불능둔폄, 빈우개녕사지간,
미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개령사 곁에 임시로 묻어 두고는
因循不葬, 以至于今.
인순불장, 이지우금
이래저래 미루어 오다가 오늘까지 이르게 되었다네.
今日大祥已至, 暫設齌筵, 以追冥路.
금일대상이지, 잠설제연, 이추명로.
오늘이 벌써 대상 날이라, (어버이된 심경에) 재나 올려 명복을 빌어 줄까 한다네.
君如其約, 請竢女子以來, 願勿愕也.”
군여기약, 청사녀자이래, 원물악야.”
자네가 정말 그 약속대로 하려거든, 내 딸자식을 기다리고 있다가 같이 오게나. 놀라지는 말게나."
言訖先歸.
언흘선귀.
그 귀족은 말을 마치고 먼저 (개령사로) 떠났다.
2)양생, 보련사에서 처자를 다시 만나다
生佇立以待.
생저립이대.
양생은 우두커니 서서 (여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及期, 果一女子, 從侍婢,
급기, 과일녀자, 종시비,
약속하였던 시간이 되자 과연 한 여인이 계집종을 데리고
腰裊而來, 卽其女也.
요뇨이래, 즉기녀야.
허리를 간들거리며 오는데, 바로 그 여인이었다.
相喜携手而歸,
상희휴수이귀,
그들은 서로 기뻐하면서 손을 잡고 절로 향하였다.
女入門禮佛, 投于素帳之內,
녀입문례불, 투우소장지내,
여인은 절 문에 들어서자 먼저 부처에게 예를 드리고 곧 흰 휘장 안으로 들어갔다.
親戚寺僧, 皆不之信, 唯生獨見,
친척사승, 개불지신, 유생독견,
그의 친척과 절의 스님들은 모두 그 말을 믿지 못하고, 오직 양생만이 혼자서 보았다.
女謂生曰: “可同茶飯.”
녀위생왈: “가동다반.”
그 여인이 양생에게 말하였다. "함께 저녁이나 드시지요."
生以其言, 告于父母.
생이기언, 고우부모.
양생이 그 말을 여인의 부모에게 알리자,
父母試驗之, 遂命同飯,
부모시험지, 수명동반,
여인의 부모가 시험해 보려고 같이 밥을 먹게 하였다.
唯聞匙筋聲, 一如人間.
유문시근성, 일여인간.
그랬더니 (그 여인의 얼굴은 보이지 않으면서) 오직 수저 놀리는 소리만 들렸는데, 인간이 식사하는 것과 한가지였다.
父母於是驚歎, 遂勸生, 同宿帳側,
부모어시경탄, 수권생, 동숙장측,
그제야 여인의 부모가 놀라 탄식하면서, 양생에게 권하여 휘장 옆에서 같이 잠자게 하였다.
中夜言語琅琅, 人欲細聽, 驟止其言.
중야언어랑랑, 인욕세청, 취지기언.
한밤중에 말소리가 낭랑하게 들렸는데, 사람들이 가만히 엿들으려 하면 갑자기 그 말이 끊어졌다.
4]처지 환신과 영별하다
1)처자는 영별을 고하다
曰: “妾之犯律, 自知甚明.
왈: “첩지범률, 자지심명.
여인이 양생에게 말하였다.
"제가 법도를 어겼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少讀詩書, 粗知禮義,
소독시서, 조지례의,
저도 어렸을 때에 『시경』과『서경』을 읽었으므로, 예의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非不諳褰裳之可愧, 相鼠之可赧,
비불암건상지가괴, 상서지가난,
『시경』에서 말한 「건상( 裳)」이얼마나 부끄럽고「상서(相鼠)」가 얼마나 얼굴 붉힐 만한 시인지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然而久處蓬蒿, 抛棄原野,
연이구처봉호, 포기원야,
그렇지만 하도 오래 다북쑥 우거진 속에 묻혀서 들판에 버림받았다가
風情一發, 終不能戒.
풍정일발, 종불능계.
사랑하는 마음이 한번 일어나고 보니, 끝내 걷잡을 수가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曩者, 梵宮祈福,
낭자, 범궁기복,
지난번 절에 가서 복을 빌고
佛殿燒香, 自嘆一生之薄命,
불전소향, 자탄일생지박명,
부처님 앞에서 향불을 사르며 박명했던 한평생을 혼자서 탄식하다가
忽遇三世之因緣.
홀우삼세지인연.
뜻밖에도 삼세(三世)의 인연을 만나게 되었으므로,
擬欲荊𨥁椎䯻, 奉高節於百年,
의욕형차추고, 봉고절어백년,
소박한 아내가 되어 백년의 높은 절개를 바치려고 하였습니다.
羃酒縫裳, 修婦道於一生.
멱주봉상, 수부도어일생.
술을 빚고 옷을 기워 평생 지어미의 길을 닦으려 했었습니다만,
自恨業不可避, 冥道當然,
자한업불가피, 명도당연,
애닮게도 업보(業報)를 피할 수가 없어서 저승길을 떠나야 하게 되었습니다.
歡娛未極, 哀別遽至.
환오미극, 애별거지.
즐거움을 미처 다하지도 못하였는데, 슬픈 이별이 닥쳐왔습니다.
今則步蓮入屛, 阿香輾車,
금칙보련입병, 아향전거,
이제는 제가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雲雨霽於陽臺, 烏鵲散於天津,
운우제어양대, 오작산어천진,
운우(雲雨)는 양대(陽臺)에 개고 오작(烏鵲)은 은하에 흩어질 것입니다.
從此一別, 後會難期.
종차일별, 후회난기.
이제 한번 헤어지면 뒷날을 기약하기가 어렵습니다.
臨別凄惶, 不知所云.”
림별처황, 불지소운.”
헤어지려고 하니 아득하기만 해서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送魂之時, 哭聲不絶,
송혼지시, 곡성불절.
사람들이 여인의 영혼을 전송하자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至于門外, 但隱隱有聲. 曰:
지우문외, 단은은유성. 왈:
혼이 문 밖에까지 나가자 소리만 은은하게 들려 왔다.
冥數有限
명수유한 저승길도 기한 있으니
慘然將別.
참연장별. 슬프지만 이별이라오.
願我良人
원아량인 우리 님께 비오니
無或踈闊.
무혹소활. 저버리진 마옵소서.
哀哀父母
애애부모 애닯아라, 우리 부모
不我匹兮.
불아필혜. 나의 배필을 못 지었네.
漠漠九原
막막구원 아득한 구원(九原)에서
心糾結兮.
무혹소활. 마음에 한이 맺히겠네.
餘聲漸滅, 嗚哽不分,
여성점멸, 오경불분,
남은 소리가 차츰 가늘어지더니 목메어 우는 소리와 분별할 수 없게 되었다.
父母已知其實, 不復疑問. 生亦知其爲鬼, 尤增傷感, 與父母聚頭而泣,
부모이지기실, 불복의문. 생역지기위귀, 우증상감, 여부모취두이읍,
여인의 부모는 그제야 그 동안 있었던 일이 사실인 것을 알게 되어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다. 양생도 또한 그 여인이 귀신인 것을 알고는 더욱 슬픔을 느끼게 되어, 여인의 부모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울었다.
父母謂生曰:
부모위생왈:
여인의 부모가 양생에게 말하였다.
“銀椀任君所用. 但女子, 有田數頃, 蒼赤數人, 君當以此爲信, 勿忘吾女子.”
“은완임군소용. 단녀자, 유전수경, 창적수인, 군당이차위신, 물망오녀자.”
"은그릇은 자네가 쓰고 싶은 대로 맡기겠네. 또 내 딸자식 몫으로 밭 몇 마지기와 노비 몇 사람이 있으니, 자네는 이것을 신표로 하여 내 딸자식을 잊지 말게나."
2)양생은 개령동에서 처자의 시신을 찾아 장례지내고 재를 올려 천도하다
翌日, 設牲牢朋酒, 以尋前迹, 果一殯葬處也. 生設奠哀慟, 焚楮鏹于前, 遂葬焉. 作文以弔之曰:
익일, 설생뢰붕주, 이심전적, 과일빈장처야. 생설전애통, 분저강우전, 수장언. 작문이조지왈:
이튿날 양생이 고기와 술을 마련하여 개령동 옛 자취를 찾아갔더니, 과연 시체를 임시로 묻어 둔 곳이 있었다. 양생은 제물을 차려 놓고 슬피 울면서 그 앞에서 지전(紙錢)을 불사르고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 준 뒤에, 제물을 지어 위로하였다.
“惟靈, 生而溫麗, 長而淸渟.
“유령, 생이온례, 장이청정.
아아. 영이시여. 당신은 어릴 때부터 천품이 온순하였고, 자라면서 얼굴이 말끔하였소.
儀容侔於西施, 詩賦高於淑眞,
의용모어서시, 시부고어숙진,
자태는 서시(西施) 같았고, 문장은 숙진(淑眞)보다도 나았소.
不出香閨之內, 常聽鯉庭之箴.
불출향규지내, 상청리정지잠.
규문(閨門) 밖에는 나가지 않으면서 가정교육을 늘 받아 왔었소.
逢亂離而璧完, 遇寇賊而珠沈.
봉란리이벽완, 우구적이주침.
난리를 겪으면서 정조를 지켰지만, 왜구를 만나 목숨을 잃었구려.
托蓬蒿而獨處, 對花月而傷心.
탁봉호이독처, 대화월이상심.
다북쑥 속에 몸을 내맡기고 홀로 지내면서, 꽃 피고 달 밝은 밤에는 마음이 아팠겠소.
腸斷春風, 哀杜鵑之啼血,
장단춘풍, 애두견지제혈,
봄바람에 애가 끊어지면 두견새의 피울음 소리가 슬프고,
膽裂秋霜, 歎紈扇之無緣.
담렬추상, 탄환선지무연.
가을 서리에 쓸개가 찢어지면 버림받는 비단부채를 보며 탄식했겠구려.
嚮者, 一夜邂逅, 心緖纏綿.
향자, 일야해후, 심서전면
지난번에 하룻밤 당신을 만나 기쁨을 얻었으니,
雖識幽明之相隔, 實盡魚水之同歡.
수식유명지상격, 실진어수지동환.
비록 저승과 이승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알면서도 물 만난 고기처럼 즐거움을 다하였소.
將謂百年以偕老, 豈期一夕而悲酸.
장위백년이해로, 개기일석이비산.
장차 백년을 함께 지내려하였으니, 하루 저녁에 슬피 헤어질 줄이야 어찌 알았겠소?
月窟驂鸞之姝, 巫山行雨之娘,
월굴참란지주, 무산행우지낭.
임이여. 그대는 달나라에서 난새를 타는 선녀가 되고, 무산에 비 내리는 아가씨가 되리다.
地黯黯而莫歸, 天漠漠而難望.
지암암이막귀, 천막막이난망.
땅이 어두워서 돌아오기도 어렵고, 하늘이 막막해서 바라보기도 어렵구려.
入不言兮恍惚, 出不逝兮蒼茫.
입불언혜황홀, 출불서혜창망.
나는 집에 들어가도 어이없어 말도 못하고, 밖에 나간대도 아득해서 갈 곳이 없다오.
對靈幃而掩泣, 酌瓊漿而增傷.
대영위이엄읍, 작경장이증상.
영혼을 모신 휘장을 볼 때마다 흐느껴 울고, 술을 따를 때에는 마음이 더욱 슬퍼진다오.
感音容之窈窈, 想言語之琅琅.
감음용지요요, 상언어지랑랑.
아리따운 그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낭랑한 그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오.
嗚虖哀哉. 爾性聰慧, 爾氣精詳.
오호애재. 이성총혜, 이기정상.
아아. 슬프구려. 그대의 성품은 총명하였고, 그대의 기상은 말쑥했었소.
三魂縱散, 一靈何亡.
삼혼종산, 일령하망.
몸은 비록 흩어졌다지만 혼령이야 어찌 없어지겠소?
應降臨而陟庭, 或薰蒿而在傍.
응항림이척정, 혹훈호이재방.
응당 강림하여 뜰에 오르시고, 옆에 와서 슬픔을 돌보소서.
雖死生之有異, 庶有感於些章.”
수사생지유리, 서유감어사장.”
비록 사생(死生)이 다르다지만 당신이 이 글에 느낌이 있으리라 믿소.
後極其情哀,
후극기정애,
장례를 치른 뒤에도 양생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였다.
盡賣田舍, 連薦再三夕,
진매전사, 련천재삼석,
밭과 집을 모두 팔아 사흘 저녁이나 잇따라 재를 올렸더니,
女於空中, 唱曰:
녀어공중, 창왈:
여인이 공중에서 양생에게 말하였다.
“蒙君薦拔, 已於他國, 爲男子矣.
“몽군천발, 이어타국, 위남자의.
"저는 당신의 은혜를 입어 이미 다른 나라에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雖隔幽明, 寔深感佩.
수격유명, 식심감패.
비록 저승과 이승이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신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君當復修淨業, 同脫輪回.”
군당부수정업, 동탈륜회.”
당신도 이제 다시 정업을 닦아 저와 함께 윤회를 벗어나십시오."
生後不復婚嫁,
생후불복혼가,
양생은 그 뒤에 다시 장가들지 않았다.
入智異山採藥, 不知所終.
입지리산채약, 불지소종.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었는데, 언제 죽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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