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양평 들꽃수목원]











갠지스강 사진 [펌] http://blog.paran.com/cnsgml/26852620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 -조남익  (1) 2008.07.20
어두운 지하도 입구에 서서 -정희성  (0) 2008.07.20
이형기, 호수  (0) 2008.07.20
애가(哀歌) -이창대  (2) 2008.07.20
당신은 그동안 -이승훈  (0) 2008.07.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