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이승훈

지난날을 어떻게 잊으랴

새벽닭 울 때마다

삶은 노엽고 원통했다


해질 무렵 귀머거리로

바다에 귀 기울여도

바다는 언제나 말이 없던


지난날을 어떻게 잊으랴

한사코 불빛 식어가던 방에서

그대 고운 손

차마 잡을 수 없었던


지난날을 어떻게 잊으랴

그대 눈물 고인 눈을

어떻게 잊으랴 통곡 뒤의 산들을

산 아래 마을들을 밤마다

그대 손이 켜던 램프를


어떻게 잊으랴 이른 새벽

눈길 밟고 도망치던 삶

도망치던 맨발의 날들을

소리도 없는 날들을

이렇게 또 다가오는 날들을

[김해시 가락국 수로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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