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바다
-공광규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듣는
파도가 나와 술을 마시자고
어리고 슬픈 작부처럼 보챈다
술은 파도가 먹고 싶은데
바람이 먼저 횟집 창을 두드리고 들어와
술을 달라고 졸라댄다
아나키스트 그 여자의 술집에서
해변에 버려져 썩어가는 배
폐선처럼 늙어가는 나이를 바라보며
생계에 갇힌 인생을 안주로
파도와 수십 잔 수백 잔
사상의 정부도 마음의 정부도 없이
꿈과 힘과 아름다움이 소진해가는
내가 그리고 네가 안쓰러워
떠나간 사람 떠나간 사랑을 얘기하다
파도가 왜 기타줄에 와서 우느냐고
횡설수설 술잔으로 탁자를 친다
[이탈리아 나폴리 항구 & 카프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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