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이윤학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집니다
닥나무 이파리들
다닥다닥 떱니다

하루종일
생담배를 태우는 공장 굴뚝, 햇살이
닥나무 이파리 틈바구니에서
갈라져 떨어집니다

벼이삭들 사이에서
바닥을 끌고
참새떼 날아오릅니다
하늘에 회오리 무늬가 그려집니다

빛을 떼내는 닥나무 이파리들,
사기그릇 깨지는 소리들

깃발이 올려집니다
열 몇 칸짜리 객차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갑니다

아득히
회오리바람이 사라져갑니다

객차들의 꽁무늬,
뻥 뚫린 터널이 사라져갑니다

아주 오래 된 터널입니다

당신을 만나야,
불이 밝혀지는 터널입니다

[순천 송주웁 선암사 벽화, 지리산,

최치원이 비문을 짓고친필로쓴 쌍계사의 진감선사비, 화엄사 각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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