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을 바라보며
-오규원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해무(海霧)에 덮히는경남 남해 보리암]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 없음으로, 오세영 (0) | 2008.07.19 |
---|---|
한 잎의 여자 외 -오규원 (0) | 2008.07.18 |
이윤학, 짝사랑 (0) | 2008.07.18 |
터널 -이윤학 (1) | 2008.07.18 |
휘어진 길 -이윤학 (2) | 2008.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