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야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같은 슬픈 여자.



-오규원

저기 저 담벽, 저기 저 라일락, 저기 저 별, 그리고 저기 저 우리집 개똥

하나, 그래 모두 이리와 내 언어 속에 서라. 담벽은 내 언어의 담벽이

되고, 라일락은 내 언어의 꽃이 되고, 별은 반짝이고, 개똥은 내 언어의

뜰에서 굴러라. 내가 내 언어에게 자유를 주었으니 너희들도 자유롭게

서고, 앉고, 반짝이고, 굴러라. 그래 봄이다.


봄은 자유롭다. 자 봐라, 꽃 피고 싶은 놈 꽃 피고, 잎 달고 반짝이고

싶은 놈은 반짝이고, 아지랑이고 싶은 놈은 아지랑이가 되었다. 봄이

자유가 아니라면 꽃 피는 지옥이라고 하자. 그래 봄은 지옥이다. 이름이

지옥이라고 해서 필 꽃이 안 피고, 반짝일 게 안 반짝이던가. 내 말이

웃으면 자, 자유다 마음대로 뛰어라.

[수련 -고속도로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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