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일지 5

-김정웅


멀리 수평선을 가로막으며 고딕체로 누워있는 긴 봇둑, 붉게 타는 나문재

질펀히 깔린 간척지의 갯바닥, 조수가 밀지 않는 갯고랑, 폐선 한 척-

공중에 뻔쩍 들린 고물이 아직도 녹슨 닻줄에 매어 있다.


연일 힘 없이 부는 바람이

낡은 밧줄이

부러진 마스트에 칭칭 감겨 있다.


해가 바뀌어도 물러가지 않는 몇 개의 황혼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조심스런 프롬프터의 목소리가

무언극의 저쪽에서 가늘게 떨린다.


들린다, 들린다, 안 들린다.


[석모도 가는 길]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사 -서정주  (0) 2008.07.16
회복기 -박희진  (1) 2008.07.16
봄의 소리 -김창범  (1) 2008.07.16
햇님의 사냥꾼 -김승희  (0) 2008.07.15
장미와 가시 -김승희  (0) 2008.07.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