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일지 5
-김정웅
멀리 수평선을 가로막으며 고딕체로 누워있는 긴 봇둑, 붉게 타는 나문재
질펀히 깔린 간척지의 갯바닥, 조수가 밀지 않는 갯고랑, 폐선 한 척-
공중에 뻔쩍 들린 고물이 아직도 녹슨 닻줄에 매어 있다.
연일 힘 없이 부는 바람이
낡은 밧줄이
부러진 마스트에 칭칭 감겨 있다.
해가 바뀌어도 물러가지 않는 몇 개의 황혼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다.
조심스런 프롬프터의 목소리가
무언극의 저쪽에서 가늘게 떨린다.
들린다, 들린다, 안 들린다.
[석모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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