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학>

-노향림


우리 아파트 바로 위층엔 신혼 부부가 세들어 삽니다.

원양어선을 타고 결혼식 다음날 떠난 신랑을 기다리는

그녀는 매일 종이학을 날립니다

한두 마리 날아 오르다가 수십 마리가 우리집 베란다에

떨어져 죽습니다. 그중 몇 마리는 아직

허공을 날고 있습니다

날개 없는 학을 무엇이 날려주는 지 모른채

나도 마주 손 흔들어 줍니다

어느덧 그녀의 하늘에서 나는 흔들립니다

종이학이 날아올 때마다 덜컹대는 창문,

새로 돋는 아이비 덩굴손도 흔들립니다

허물린 담장 위엔 이승의 보이지 않는

새파란 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캐한 하늘 속 홀로 있어도

그리움 깊으면 흔들린다는 사실이

황홀해져 또 다시 흔들립니다

불현듯 그대에게 날려보낸 학 한 마리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스피겔리아 -한택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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