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야기
-노향림
억센 사투리로 진도가 내 고향인디, 어허,
소리꾼은 내처 불렀던 신명을 모두 버렸다.
제 영혼의 등받이마저 버리고 보니
내심 날아갈 것 같았다.
그 한 몸의 생계가 될까 하고 스스로 산 속에
입산하듯 들어가 벌을 치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풀벌레 날갯짓 소리를 몇 벌씩
껴입었다 벗었다 했다.
다 해진 풀섭의 누더기도 기워 주었다.
아카시아, 싸리꽃, 꿀을 튜브처럼 짜 넣은
벌집을 털어내다 그는 그만 화상을 입었다.
벙벙해진 얼굴로 너와집도 함께 곰삭았다.
잠 못든 신새벽이 마비된 그의 망각을 간지렵혔다.
바람 한점 없이 평온한 진도벌이 이불이 되어
그의 곁에 눕기 시작했다.
목이 쉬어 피를 토해 낼 때까지 날마다 그가 앉은
벼랑이 등뼈 곧추세우고 기다렸다.
그의 득음에 멀리 진도가 고수가 되어 장단 맞추었다.
어허, 진도가 어디간디, 바로 여기지
아암 그렇고 말고, 산봉우리는 모두 바다가 되었제.
이제 바다는 산봉우리가 되는 것이여.
장단을 맞춘 산봉우리들이 여기 저기서
일어서 화답하기 시작했다.
[연못 -들꽃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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