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悲歌)

-마종하


푸른 물에 떠 있는 구름이 울리네.

나를 흔들어 울리네.

물의 기류가 켜켜이 쌓이는

이 길게 뻗친 공간, 냇가에서

나는 잠긴 채 하늘을 보네.

저 포플러 사이로 구불구불 흐르는 바람,

나의 눈은 어리둥절 떠 있네.

왜 모든 것이 그리 막막하던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말들이며

흐리멍덩한 웃음 속에

눈알을 묻고 사는 일이며

이 정신 나간 시대에

나는 물 머금은 개천의

자갈 바닥이나 들여다 보며

온 몸에 햇빛이나 칠해 보네.

칠하면 칠할수록 살갗은 벗겨지고

벗겨지면 없어지는 몸.

바람은 물 위를 흐른다.

하늘 한가운데 걸리어 퍼지고

간간이 빛나는 눈물이나 떨구며

구름처럼 풀려 가는 몸.

울음 가득한 푸른 하늘 아래서.

[수국 1- 한택식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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