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좌 - 남가태수전 04
見家之僮僕,擁篲於庭,二客濯足於榻,집의 가동들은 들에서 비질을 했고두 객은 의자에 앉아 발을 씻고 있었다.
斜日未隱於西垣,餘樽尚湛於東牖。비낀 해는 서쪽 담 아래 숨지 못했고동쪽 창가에는 술독에 남은 술이 아직도 맑았다.
夢中倏忽,若度一世矣,生感念嗟歎,遂呼二客而語之,꿈 속에 한 순간이마치 일생을 보낸 듯하여그는 생각에 잠겨 탄식하다가드디어 두 객을 불러 들려 주었다.
驚駭,因與生出外,尋槐下穴。그들은 깜작 놀라순우생과 문 밖으로 나가 회나무 아래 구멍을 찾아보았다.
生指曰:「此即夢中所驚入處。」순우생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여기가 곧 꿈 속에서 놀라 들어간 곳일세.”
二客將謂狐狸木媚之所為祟,遂命僕夫荷斤斧,斷擁腫,折查蘗,尋穴究源。두 나그네는 여우나 나무요괴가 저지른 짓이라 여기고드디어 하인에게 도끼를 가져다 옹종을 자르고나뭇가지와 순을 자르고구멍을 찾아 근원을 찾게 했다.
旁可袤丈,有大穴,根洞然明朗,可容一榻,곁으로 길이 한 길쯤 되는 곳에큰 구멍이 있었는데뿌리 아래가 훤히 뚫려 있어의자 하나를 용납할 만했다.
上有積土壤,以為城郭臺殿之狀,그 위에는 흙이 쌓여 있었는데성곽이나 대를 갖춘 전각의 모습이었다.
有蟻數斛,隱聚其中。中有小臺,其色若丹,개미 몇 곡(斛)이 그 가운데 숨어서 모여 있었고가운데 작은 대에는 그 색이 단사빛이었다.
二大蟻處之,素翼朱首,長可三寸,左右大蟻數十輔之,諸蟻不敢近,두 마리의 큰 개미가 거기에 거처했는데흰 날개에 붉은 머리를 가진 길이는 3촌쯤 되었고좌우에 큰 개미 수십 마리가 두 마리를 보좌하여여러 개미들은 감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此其王矣,即槐安國都也。이 두 마리가 왕이었고곧 괴안국의 도성이었다.
又窮一穴,直上南枝可四丈,宛轉方中,亦有土城小樓,群蟻亦處其中,即生所領南柯郡也。또 다른 구멍 하나를 파들어가니곧장 남쪽으로 난 가지 위 네 길쯤 되는 곳에는네모나게 파인 개미굴에도 토성과 작은 누각이 있어개미떼들도 그 안에 거처하니곧 순우생이 다스리던 남가군이었다.
又一穴,西去二丈,磅礡空朽,嵌窞異狀,또 한 구멍에는 서쪽으로 두 길쯤 되는 곳에는널찍하게 속이 텅 비었는데 골짜기 작은 구덩이는 이상한 모습이었고
中有一腐龜殼,大如斗,積雨浸潤,小草叢生,繁茂翳薈,掩映振殼,即生所獵靈龜山也。가운데 썩은 거북 껍질 하나는 크기가 한 됫박은 되었는데빗물이 촉촉이 베어들어 작은 풀들이 무리지어 자라나무성하고 백빽한 그늘을 드리웠고해를 가린 채 거북껍질을 진동하였다.곧 순우생이 수렵하던 영귀산이었다.
又窮一穴,東去丈餘,古根盤屈,若龍虺之狀,또 동굴 끝까지 따라가 보니동쪽으로 한 길 남짓 떨어진 곳에고목의 나무뿌리가 친친 감겨 있어그 모습니 마치 뱀 같았다.
中有小土壤,高尺餘,即生所葬妻盤龍岡之墓也。가운데는 작은 흙무덤이 높이가 한 자 남짓이었는데곧 순우생이 아내를 장례지낸 반룡강의 무덤이었다.
追想前事,感歎於懷,披閱窮跡,皆符所夢。그는 전의 일을 생각하며마음 속으로 감탄했는데흔적들을 샅샅이 따라가며 추적해 보니모두 꿈에 부합했다.
不欲二客壞之,遽令掩塞如舊。그는 두 객에게 그것들을 무너뜨리게 하고 싶지 않아급히 에전처럼 덮어서 막아놓게 했다
是夕,風雨暴發。旦視其穴,遂失群蟻,莫知所去。그날 저녁 비바람이 갑자기 일어났는데아침에 그 구멍을 보니드디어 개미떼는 보이지 않고간 곳을 알지 못했다.
故先言國有大恐,都邑遷徙,此其驗矣。전에 나라에 큰 공포가 생겨도읍을 옮길 것이라는 예언이 이로써 증험되었다.
復念檀蘿征伐之事,又請二客訪跡於外。순우생은 단라국을 정벌했던 일을 생각하고또 두 객에게 밖으로 나가 그 흔적을 찾아보기를 청했다.
宅東一里,有古涸澗,側有大檀樹一株,藤蘿擁織,上不見日,집에서 동쪽으로 1리쯤 되는 곳에이미 말라버린 지 오래된 계곡이 있었는데그 곁에는 큰 박달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등나무 넝쿨이 그 나무를 친친 감고 있어위로 해가 보이지 않았다.
旁有小穴,亦有群蟻隱聚其間,곁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는데또한 개미떼가 그 사이에 숨어 모여 있었다.
檀蘿之國,豈非此耶!단라국이란 어찌 이것이 아니겠는가?
嗟乎!蟻之靈異,猶不可窮,況山藏木伏之大者所變化乎?아, 개미의 영이함도 이처럼 끝이 없으니하물며 산속에 숨은 것들[짐승]과나무에 엎드린 것들[새들]의 변화하는 것들이랴!
時生酒徒周弁、田子華,並居六合縣,不與生過從旬日矣,그때 술친구였던 주변과 전자화는모두 육합현에 살았는데순우생과 만나지 않은 지 열흘이나 되었다.
生遽遣家僮疾往候之。순우생이 가동을 보내 발리 가서 안부를 물어보게 하였는데
周生暴疾已逝,田子華亦寢疾於床。주생은 갑자기 병이 나서 이미 죽었고전자화도 침상에 몸져 누워 있었다.
生感南柯之浮虛,悟人世之倏忽,遂棲心道門,絕棄酒色。순우생은 남가의 허탄함을 느끼고인생을 쏜살 같음을 깨닫고드디어 마음을 도문(道門)에 귀의하여술과 여색를 끊었다.
後三年,歲在丁丑,亦終於家,時年四十七,將符宿契之限矣。그후 3년 뒤 정축년에 또한 집에서 죽으니그 때 나이 47세였다.오래전에 기약한 시한에 부합했다.
公佐貞元十八年秋八月,自吳之洛,暫泊淮浦,偶覿淳于生棼,詢訪遺跡。이공좌는 정원18년(802년) 팔월에오 땅에서 낙양으로 가다가 잠시 회포에 정박하였었는데우연히 순우분을 만나개미들의 유적을 찾아갔다.
翻復再三,事皆摭實,輒編錄成傳,以資好事。두어 차례 반복해서 확인해 본 결과그 일이 모두 사실임을 확인하고문득 기록을 얶어 전을 지어 호사가들에게 이야기거리를 제공한다.
雖稽神語怪,事涉非經,而竊位著生,冀將為戒。황당무계하고 말이 괴이하여 일이 이치에 어긋나는 것도 많지만관직을 훔쳐 벼슬에 빌붙어 사는 자들이경계로 삼기를 기대한다.
後之君子,幸以南柯為偶然,無以名位驕於天壤間云。훗날 군자들이 다행히 남가를 우연이라 생각하고명예와 지위로 세상에 교만해지지 않기를 바란다.
前華州參軍李肇贊曰:전 화주참군 이조가 찬을 지었다.
「貴極祿位,權傾國都。達人視此,蟻聚何殊。」(出《異聞錄》)부귀와 관직이 지극하고권세가 도성을 기울여도달관한 이들이 보면개미떼와 무엇이 다른가?
[출전: 이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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