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양식을 파먹은 뒤끝이라 봄이 오면 식량이 동이 난다.
이를 춘궁기라 하는데, 춘궁기를 달리 보릿고개라 한다.
이놈이 익어야 구황작물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구황작물이란 식량 대체작물을 말한다.
곧 소나무 껍질, 쑥 물곳 냉이 같은 산나물.
관광지마다 산채정식 메뉴가 없는 곳이 없지만
나는 산채정식을 잘 먹지 않는다.
목구멍에 넘기기엔 거친 나물들이 섞여 있는 탓도 있지만
그걸 씹으면 어릴 적 목도했던 이웃들의 봄날 풍경이너무 선연히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나는 이웃집에서 별미로 맛보라고 가져온 걸 먹어보고 단맛에 취하여
우리도 저런 것 좀 해먹고 했다가 어머니에게 된통 야단맞은 적도 있었다.
북한의 붉은 산 얘기가 한심하다.
당국에서 소나무 껍질 벗겨 먹는 걸 허용하여 반쪽 범위 안에서 껍질을 벗겨 먹으랬더니 높은 나무에 올라갈 기운이 없기도 하거니와 귀찮기도 하여 가지 껍질를 통째로 벗겨먹어 소나무가 통째로 말라죽는 바람에 비행기를 타고 지상을 내려다 보면 북한은 붉은 산뿐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다이어트 식품인 산나물은 돈 있는 사람들이 봄의 향취를 만끽하는데 이용되지만 1950년대엔 쑥 같은 봄나물울 한솥 잔뜩 넣고 수제비를 떠 넣거나 쌀 몇 알 띄워 죽을 쑤어 먹거나 봄나물을 된장에 버무려 허기진 배를 채웠다. 쑥은 쌀가루나 밀가루에 버무려 부족한 음식물을 보충하기도 했다.
나환자였던 한하운의 <보리피리> 때문에
보리밭은 나를 슬프게 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보리피리
-한하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寰)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아래창에 작품과 해설 있슴다.
http://blog.daum.net/piaosh1/3939567
보리피리 노래 듣기
http://blog.daum.net/greatswhong/14636503
http://blog.daum.net/greatswhong/14636747
보리피리 - 엄정행, Tenor
http://blog.daum.net/greatswhong/14636546
보리피리 - 정태춘
http://blog.daum.net/greatswhong/1463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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