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55화 - 벼락에도 암수가 있다 (霹靂有雌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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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반이
거느리고 있는 여종을 품어보고자 하여
부인이 잠든 틈을 노려
여종이 있는 방으로 잠입해 가는데
어느새 부인이 알아차리고 뒤를 따랐다.
일을 그르치고 만 양반은
씁쓰레한 심정이 되어
"못된 여인은 지혜로서 다스려야지
위엄으로는 다루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큰 비와 함께 번개 천둥이 일었다.
양반은 여종이 있는 방으로 가는 척하면서
측간(厠間 화장실)에 숨었다.
그러자 부인이 그 뒤를 밟아 왔는데
마침 벼락이 머리위로 떨어지는 듯하였다.
이때 양반은 계획했던 대로
부인의 등을 서너 번 세게 손으로 친 다음
재빨리 치마를 걷어 올려 욕을 보이고는
침소(寢所)에 돌아와 잠을 자는 척하였다.
조금 후, 욕을 당한 부인이 돌아와서 남편에게
"벼락에도 암놈 수놈이 있나요?" 하고 물었다.
이에 양반은
"벼락이라고 하여 왜 암수가 없겠소?
남편을 투기하는 여인들에게는
수놈 벼락이 때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소." 라고
대답하자,
그 말에 부인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는 남편의 뒤를 밟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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