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95화 - 맛은 다 알고 있구려 (人間之極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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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처녀(處女)가

출가(出家)를 하였는데

그의 유모(乳母)가 은근하게,

"어제 밤의 그 맛이

어떠하시던가요?' 하고

물어보았다.

신부는,

"그 맛은 좋은 것 같기는 하지만

깊은 맛은

아직 알 수 없더이다." 하였다.

 

이에 유모가,

"그 맛은 인간에게 제일 좋은 맛이며,

한창 흥이 일어 무르익을 때는

눈은 태산의 형태를 보지 못하고

귀는 천둥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아씨는 아직 그 일에

익숙하지 못하여

이와 같은 지극한 맛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자

신부는,

"유모의 말이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난 아직도

그 극미(極味)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유모는,

"아씨가 낭군님과

잠자리를 같이 할 때에

제가 문구멍으로

어떤 물건 하나를 넣어 보일 테니,

만일 아씨가

그 물건을 알아보시면

그 맛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니

우리 한번 그렇게 해 봅시다." 하고

서로 약속을 하였다.

 

그 후 그들 부부가

불을 켠 채로

서로 잠자리를 같이 하는데,

그 흥이 극도에 이르자

유모가 물고기[칼치]를 보인 후

다음날,

"그것이 무엇이던가요?"

하고 물으니

신부는,

"그건 칼이 아니었던가요?" 하였다.

새로 갈아낸 칼은

대체로 물고기의 형태와 흡사하여

잘못 판단하였던 것이다.

 

이에 유모는 웃으면서,

"아씨는 이미 그 극치를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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