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05화 - 손가락이 짧은 것을 자책하고, 건망증이 심한 것을 책망하다 (指短自責 忘甚責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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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촌녀(村女)가 있었는데
자못 자색(姿色)이 고왔으나
일찍 과부(寡婦)가 되었다.
때때로 남편의 무덤에 가서
통곡을 하곤 했는데
비애(悲哀)의 정을 가누질 못하였다.
그런데 과부 여인의
고운 자색에 어울릴 만큼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수려한 한 청년이
그 무덤 앞을 지나다가
곡절(曲折)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자기도 그 앞에 앉아
목놓아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여인이 괴이하게 여겨 물으니
청년이 대답하기를,
"내 처가 얼마 전에 죽어
항상 비회(悲懷)를 품고 있었소.
이제 마침 이곳을 지나다가
아주머니의 슬픈 얼굴을 보고,
또한 애통한 곡을 듣고보니
나도 모르게 곡을 하게 된 것이요."
여인은 남편을 잃게 된 사연을
청년에게 말하고는
통곡을 그치지 않았다.
청년 또한 더욱 크게
곡하며 말하기를,
"내 아내가 살아생전에
늘 자신의 손가락이
짧은 것을 자책하고,
나의 건망증이 심한 것을
책망하였으니
아내 같은 사람을
어디 가서 다시 얻을거나!"
라고 하면서 또 곡을 하였다.
여인이 묻기를,
"손가락이 짧은 것은
무얼 말씀하심이요?"
청년이 대답하기를,
"차마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소."
여인이 힘써 묻자
청년이 대답하였다.
"내 물건이 매우 큰데
아내는 그것을
움켜쥐기를 좋아하였소.
그러나 손가락이 짧아서
다 잡히지 않아
늘 그것을 한하였소."
여인이 또 물었다.
"그럼 건망증은 무얼 말함이요?"
청년이 말하기를,
"나는 양기(陽氣)가 너무 강해서
매일 밤 방사(房事)를 벌였는데
하고 또 하였소.
내 처가 말하기를,
'이제 막 하셔놓고
또 하시는 건 무엇입니까?' 하고
책망하여 물으면,
나는,
'방금 했다는 것을
깜빡했소.' 라고
답하였지요." 라고 하고는
또 통곡을 하는 것이었다.
여인이 그 말을 듣고는
야릇한 정이 문득 발하여
기지개를 하면서
일어나 말하기를,
"피차가 같은 심정으로
청춘에 짝을 잃어
당신은 처를 통곡하고
나는 남편을 통곡하고 있으나
서로 통곡해 보았자
아득한 황천(黃泉)까지
곡소리가 들릴 리 없을 것이요.
또한 아무리 이렇게
슬피 부르짖어 보아야
무익할 뿐이니
당신과 내가 함께 손잡고
돌아가는 것이 가할 듯하오."
그러자 청년은
"심사(心事)가 이미 같으니
여기 있어봐야 무익하겠구려."
라고 말하고는
인하여 여인의 집으로 돌아가
짐이 되지 않을
가벼운 보석류를 챙겨
함께 떠나니
그 후로는
그 두 남녀의 소식을 알지 못했는데,
청년은 아내를 통곡한 것이 아니라
자색이 아름다운 과부를 취하기 위해
거짓 통곡을 한 것이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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