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23화 - 성씨의 유래를 듣고 놀림을 멈추다 (聞姓由止戱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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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을에

정(鄭)씨와 명(明)씨가

이웃하여 살고 있었다.

순박한 농부들로서

다정하기가 이를 데 없어

서로 욕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막에서 명씨가 정씨에게

이렇게 놀렸다.

"이봐! 당나귀

나 좀 타고 가자고.

다리가 아파서 죽겠어"

"이런 빌어먹을 자식을 보게.

형님을 몰라보고

주둥아리를 놀리다니.

경을 칠...."

 

정씨는 명씨를 마땅히

짐승으로 놀리지 못해

고작 욕설만 할 뿐이었다.

"허허, 그 친구

입버릇 한 번 고약하군.

그것도 모두

고약한 성을

가졌기 때문인가?"

정씨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명씨를 놀려줄 말이 없어서

안타깝기만 했다.

 

어느 날 정씨는

지나가는 탁발승(托鉢僧)을 만나

정씨와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탁발승은,

"지금 곧 명씨네 집으로

앞장을 서시오.

나머지는 소승이

알아서 할터이니" 하므로

정씨는 뛸 듯이 기뻐서

탁발승을 명씨 집으로

안내하여 달려갔다.

 

이윽고 명씨가 정씨에게,

"이 사람 당나귀가 아닌가?

그래 어쩐 일인가?" 하고

놀리므로 적당히 둘러대는데

마침 탁발승이 들어오자

명씨는 심심하던 차에

그를 불러들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래 대사님의 성은 무엇이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탁발승이

"출가한 탁발승에게

속세에서 쓰던 성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마는,

소승의 성은 말씀드리기가

심히 부끄러운 성입니다"

"아니 무슨 성이기에

말씀하시기가

난처하다는 거요?

혹시 쌍놈의 성이라도?"

"그런게 아니오라

성의 내력이 좀 고약해서...."

" 어디 그 내력을

한 번 들어봅시다."

 

명씨가 재촉하자

탁발승이 자신의 성씨에 대한

내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실은 소승의 어머니가

행실이 좋지 못해서

불공을 드린다는 핑계를 대고

절에 가서는

일정사(日精寺)의 스님과

월정사(月精寺)의 스님을

번갈아 가며

관계를 가졌더랍니다.

그래서 소승을

낳게 되었다 하더군요.

그런데 어머니 자신도

소승이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었으므로,

할 수 없이 일정사의 일(日)과

월정사의 월(月)자를 따서

한데 어울려

명(明)가라는 성을 만들어

소승의 성으로

정했다고 하더이다."

하고 말했다.

 

탁발승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명씨는

점점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소리를 씨근거렸다.

그 후로부터 명씨는

길에서나 주막에서

정씨를 만나도 놀리지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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