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44화 - 어떤 사람에게 벼락이 내려칠까 (何人落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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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낮에
갑자기 깜깜하게 어두워지더니
장대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뇌성벽력이 쳐
길가던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비를 피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마침 길가에 한 집이 있어
칠팔 명의 길손들이
비를 피해서
처마 밑으로 몰려 들었다.
뛰어 들어온 길손들이
젖은 옷을 수습하고
정신을 차려 집안을 살펴보니
그 집에는
젊은 남자와 아내가 함께
방안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그 아내가 매우 곱고 잘 생겨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젊은 남자는
좋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간간이 천지를 울리는
뇌성벽력 소리가 들릴 때마다
놀라서 두려워 하며
두 팔로 머리를 감싸안곤 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천둥이 울려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의젓하게 앉은 채
표정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 때 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농담을 잘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는 웃으면서,
"여러 손님들!
어떤 사람이
좋은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서
혼자만 즐기고
남에게는 좀 빌려주거나
나누어주지 않는다면,
이런 욕심 많은 사람에게
이럴 때 뇌성벽력이
내려와서 때려주면
속이 시원하겠지요?"
이 말에 사람들이
주인 남자를 쳐다보면서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주인 남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듯
어리둥절해 하는데,
그의 아내가 씩 웃으면서
사람들을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아 손님, 그런데 말입니다.
그 물건을 빌려달라거나
나누어달라고 했는데도
좀 나누어주지 않고
혼자 욕심을 부린 사람에게는
뇌성벽력이 내려쳐도 좋겠지요.
그러나 처음부터
나누어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않은 채
빌려주지 않겠다고
협박부터 해대는
무뢰한은 어찌 될까요?
아마도 뇌성벽력이 알아서
그 무뢰한부터 내려치겠지요?"
길손들은 그 아내의 말을 듣고
조금 전에 말한 사내를 쳐다보며
박장대소를 하는데,
이러는 동안 비가 그쳐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다 떠나가도록
남편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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