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50화 - 첫날밤에 구멍을 잃다 (初夜失穴)

[참괴癡郞失穴16 [續禦]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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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각이 장가를 가게 되었다.

첫날 밤 어두운 방에서 신부를 맞은 신랑은

그 몸을 손으로 더듬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슴을 등으로 알고

두 젖가슴을 등에 난 혹으로 생각하며 크게 놀라했다.

다시 엉덩이 밑으로 만져 내려가던 신랑은

구멍이 없다고 하면서 크게 화를 내고는

그날 밤으로 신방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신부집에서는 그 이유를 딸에게 물었다.

그러자 딸은 시(詩)를 지어서 설명을 대신했다.

 

花房燭滅篆香消

(화방촉멸전향소)하니

堪笑痴郞이 底事逃

(감소치랑)  (저사도)

眞境이 宜從山南得이라

(진경) (의종산남득)

枉尋山背太煩勞

(왕심산배태번로)

 

첫날 밤 촛불 끄고 향내 퍼져 나가는데

우습도다, 서투른 낭군의 망설임이여!

참 맛이야 마땅히 앞에서 얻을 수 있거늘

잔등만 허무하게 더듬고 헛된 땀만 흘리더라.

[속어면순,유인본, p.183.]

 

 

신부의 집에서는 그 시를 즉시 신랑의 아비에게 보냈다.

그 아비는 이내 아들을 불러 앉히고 심히 꾸짖고 책망한 후에

"오늘 다시 가 보아라." 고 이르니,

다시 신부의 집으로 간 신랑은 

이번에는 제대로 그 밤을 즐기며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웃이 말하기를,

"신랑이 처음에는 실혈(失穴)1)하여 밤중에 울었으나,

다시 득혈(得穴)2)하여 구멍에 빠져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하는도다." 하였더라 한다.

1)실혈(失穴) : 구멍을 잃다.

2)득혈(得穴) : 구멍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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