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48화 - 손가락이 무슨 죄가 있겠소 (指而何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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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잘생긴 여인이 삼복 무더위에 개울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날씨조차 무더워
여인은 밑이 터진 속옷 바람에 발을 물에 담그고
치마가 물에 젖지 않게 감싸 올려 묶은 다음 엉거주춤 일어서서
바위 위에 빨랫감을 얹어 놓고 빨래를 했다.
때마침 주인의 심부름을 가던 어떤 하인이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개울가에 이르러 가만히 살펴보니
구부정하게 서 있는 여인의 터진 속옷이 보였다.
더구나 엉덩이 바로 밑으로 그윽한 부분이
여인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보이자
하인의 생각이 금방 변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하인은
바지춤을 내리면서 도둑처럼 여인의 뒤로 접근했다.
그리고 갑자기 여인의 몸을 움켜 잡고서
여인이 어찌할 사이도 없이 뒤에서 덮쳤다.
급하게 일을 치른 하인이 도망을 치려하자
여인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이놈아! 이 천하에 몹쓸 놈아! 이게 무슨 행실이냐?"
하고 욕설을 퍼붓자
하인이 능청을 떨며,
"너무 그러지 마시오. 그건 이 손가락이었소.
손가락에 무슨 죄가 있겠소이까?"
"흥! 그런다고 내가 속을 줄 아느냐?"
"무슨 말이슈?"
"그게 네 손가락이었다면 이 개울 언덕까지 풍겨오는
훈훈하고 달콤한 맛은 무엇이냐?
어서 말해봐라. 어서 말해봐!" 하고 말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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