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49화 - 윗도리는 당신을 닮았소 (上體汝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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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금실은 좋았지만

내리 딸만 아홉을 낳은

부부가 살았다.

 

아내가 또 잉태를 해서

'이번에는 아들이겠지' 하며

산달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말과 행동거지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부부가 지성을 드리는 동안

어느새 낳을 때가 되어

산파(産婆)가 왔다.

산실(産室) 방문 앞에

쭈그리고 앉은

남편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내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이번에는 아들이야' 생각하고는

방안의 아내에게

"여보, 고추지?

고추 맞지?" 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방안의 아내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갓난아기의 아래를 살펴보니

있어야 할 고추가 없고

밋밋하기만 했다.

덜컥 가슴이 내려앉은

아내는 민망해져서

"윗도리는 당신을 닮았소."

 

그러자 털석 주저앉은

남편이 왈,

"그럼 아랫도리는 당신을 닮았겠구려."

하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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