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51화 - 한밤중의 말 소동 (深夜馬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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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에 사는 한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갈 때

암말을 타고 갔다.

가던 도중에 보니

어떤 상민이 숫말에

젊은 아내를 태우고 가는데

그 자색이 매우 아름다워

단번에 마음에 두게 되었다.

선비가 은근히 상민을 불러,

"무슨 일이 있기에

어디까지 가는 길인고?"

"소인의 처가

서울 재상가의 종이옵니다"

"그래서?"

"말미를 얻어서 고향에 왔다가

기한이 차서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그럼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유숙하겠는가?"

"해가 질 때까지 가다가

거기서 자겠습니다."

"나 또한 서울로

가는 길인데 적적하니

같이 가다가 한집에서

유숙하는 게 어떻겠는가?"

"그리 합지요."

 

그 날 저녁 이들은

같은 주막에서 묵게 되었는데

마굿간에는 그들의 말 외에도

다른 나그네의 말들도 많이 있었다.

일행은 짐을 풀어

여인은 윗방에 들고

선비는 아랫방에 들었다.

그 여인은 등불 아래서

버선을 꿰매고

그 지아비는

다른 상민들과 밖에서

말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었는데,

방안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선비는 콩 한줌을 쥐어

여인의 치마폭에 던졌다.

여인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바느질을 계속하다가

얼마 후 다시

그 콩을 선비에게 던졌다.

선비는 그 의미를

'선비님의 요구에 응하고 싶으나

남편과 함께 있으니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로 해석했다.

 

밤중이 되고

상민과 다른 사내들이

깊은 잠에 빠지자

선비는 몰래

여인의 곁으로 가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선비의 뜻을 알아차린 여인이

뒷간에 가는 척 밖으로 나와

마굿간으로 들어가서

먼저 선비의 암말을 풀어놓고

다음 숫말들도

모두 풀어놓아 주고는

모르는 척하며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이어 여러 숫말들이

암말을 쫓아

큰 소리를 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하자

사내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

말을 잡으러 달려나갔다.

여인은 그 틈을 이용해서

선비의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남녀가

환락의 절정을 맛본 후

새벽이 되어서야

여인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겨우 말을

붙들어 온 상민은

이러한 일을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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