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59화 - 권정승을 욕보이다 (權相示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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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안(安)정승이
길가는 스님을 불렀다.
"스님, 여쭐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옵니까?"
"나는 안정승인데
이웃의 권(權)정승이
자꾸만 농담으로
계집이 갓을 쓴 성이라 놀리면서
나를 욕보이는데
이 권정승에게 어떻게 욕을 보일
방책이 없겠는지요?"
권정승에게는
남의 성씨를 트집잡아
놀리며 욕보이는
나쁜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날을 정해서
권정승을 댁으로 청해 주시지요.
그럼 소승이 그때
대감 댁 앞을 지나갈 테니까
소승을 불러 주시면
알아서 조처하겠습니다."
안정승은 스님에게
이 같은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한 그 날
스님이 안정승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보기오, 여보시오, 대사."
안정승이 급히 스님을 불렀다.
"예"
"이리 들어오시오.
우리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스님이 안정승의 사랑채에 들어가서
술을 한잔 했다.
한참 있다가 동석한
권정승이 스님에게 물었다.
"대사, 성씨가 어떻게 되오?"
"예, 소승은 성이 복잡합니다.
어머니가 소승을
성태(成胎)할 적에
네 사내와 관계를 하였기에
소승의 성을 알기가 곤란하였던지라
네 사내의 성씨인
이씨, 노씨, 엄씨, 최씨를
모두 끌어들여
소승의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그래, 어떻게 됐소?"
"말씀드리기가 심히 부끄럽습니다.
이(李)씨에게서는
나무 목(木)자를 하나 따오고,
노(蘆)씨에게서는
풀 초(艸)자를 하나 따오고,
관계를 두 차례 가졌던
엄(嚴)씨에게서는
입 구(口)자를 두 개 따오고,
최(崔)씨에게서는
새 추(추)자를 하나 따와
모두 합쳐 권(權)씨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자신의 성씨를 욕보이는
스님의 이야기를 들은 권정승은
분기가 탱천하여,
"에이, 천하에
불상놈 같으니라고." 하고
스님을 욕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오래간만에
권정승을 욕보인 안정승은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졌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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