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59화 - 권정승을 욕보이다 (權相示辱)

http://blog.joins.com/kghkwongihwan/10464072

 

어느날 안(安)정승이

길가는 스님을 불렀다.

"스님, 여쭐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옵니까?"

"나는 안정승인데

이웃의 권(權)정승이

자꾸만 농담으로

계집이 갓을 쓴 성이라 놀리면서

나를 욕보이는데

이 권정승에게 어떻게 욕을 보일

방책이 없겠는지요?"

권정승에게는

남의 성씨를 트집잡아

놀리며 욕보이는

나쁜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날을 정해서

권정승을 댁으로 청해 주시지요.

그럼 소승이 그때

대감 댁 앞을 지나갈 테니까

소승을 불러 주시면

알아서 조처하겠습니다."

안정승은 스님에게

이 같은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한 그 날

스님이 안정승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보기오, 여보시오, 대사."

안정승이 급히 스님을 불렀다.

"예"

"이리 들어오시오.

우리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스님이 안정승의 사랑채에 들어가서

술을 한잔 했다.

 

한참 있다가 동석한

권정승이 스님에게 물었다.

"대사, 성씨가 어떻게 되오?"

"예, 소승은 성이 복잡합니다.

어머니가 소승을

성태(成胎)할 적에

네 사내와 관계를 하였기에

소승의 성을 알기가 곤란하였던지라

네 사내의 성씨인

이씨, 노씨, 엄씨, 최씨를

모두 끌어들여

소승의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그래, 어떻게 됐소?"

"말씀드리기가 심히 부끄럽습니다.

이(李)씨에게서는

나무 목(木)자를 하나 따오고,

노(蘆)씨에게서는

풀 초(艸)자를 하나 따오고,

관계를 두 차례 가졌던

엄(嚴)씨에게서는

입 구(口)자를 두 개 따오고,

최(崔)씨에게서는

새 추(추)자를 하나 따와

모두 합쳐 권(權)씨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자신의 성씨를 욕보이는

스님의 이야기를 들은 권정승은

분기가 탱천하여,

"에이, 천하에

불상놈 같으니라고." 하고

스님을 욕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오래간만에

권정승을 욕보인 안정승은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졌다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