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60화 - 서방이 하나 반 (夫之一人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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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짓궂은 사내가 있었다.
이 마을 부녀자들은 초여름이 되면
폭포수 흐르는 계곡으로 물마중을 가는데
어느 날 이 짖궂은 사내가 벌거벗고
기름 독에 들어갔다 나온 후
밀가루 독에 들어가 몸에 밀가루 칠을 잔뜩 한 다음
여인들이 물마중 가는 길가의 큰 고목나무 위에 앉아서
목소리를 우렁차게 꾸며 여인들에게 호통을 쳤다.
"여봐라, 거기 모두 다들 섰거라."
여인들은 옷을 곱게 차려입고 가다가 깜짝 놀라서 모두 섰다.
"나는 옥황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하늘에서 내려온 금강역사인데,
너희들의 서방이 몇 명인지 제대로 다 말하거라.
내가 낱낱이 알고 있으므로
만약에 너희들이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너희들의 목이 단칼에 달아날 줄 알거라."
여인들이 금강역사를 가만히 바라보니 겁이 덜컥 났다.
머리에서부터 온몸이 허연 게
금강역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정말 금강역사로 여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하나 둘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쇤네는 둘이옵니다."
"쇤네는 셋이옵니다."
어떤 여자는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라고 이실직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짓궂은 사내의 처만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 여자를 향해 사내가,
"너는 서방이 몇이더냐?" 하고 다시 호통을 쳤다.
그러자 짓궂은 사내의 처는 "쇤네는 서방이 하나 반이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사내는 하도 어이가 없어 여인들에게 모두들
가던 길을 가라고 이르고는 개울가로 달려가 목욕을 한 후
얼른 집으로 돌아와 시치미를 딱 떼고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처에게 물었다.
"물마중은 별일없이 잘 다녀왔소?"
"그럼요, 아주 잘 다녀왔지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소?"
사내가 묻자 처는 왠지 아침에 보았던
고목나무 위에 금강역사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속이게 되면 목이 달아날 것 같고
차라리 부끄럽지만 사실을 얘기하면
죽지 않고 살겠구나 싶어 사실대로 실토를 하였다.
"물마중을 가다가 옥황상제님께서 보내신
금강역사를 만났는데
느닷없이 서방이 몇이냐고 묻지 않겠어요.
거짓말을 하면 목이 달아난다고 해서 솔직히 말했지요.
다른 여자들은 둘이요, 셋이요,
혹은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요 했지만
나는 서방이 하나 반이라고 했지요."
"뭐라고, 하나 반?"
"예."
"어째서 나는 분명 하나인데 하나 반이요?
반은 어떤 놈이요?"
"내가 아침에 우물가에서 머리를 감느라고
머리를 숙이고 있는데
웬 사내놈 하나가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
젖통을 덥석 잡아 비틀고는 달아나는 거예요.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놈이 반쪽 서방 아니겠어요?"
이 말을 들은 사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는데
자기 처의 젖통을 잡은 그 자는
바로 사내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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